[타라미러] 나는 살아서 말하리라 1부:스와콥문트를 동경하는 자들

 

나는 살아서 말하리라 1부:스와콥문트를 동경하는 자들

W. 헤르츠

 

 

2024-09-06

 

KPC. 니샤 카우르

PC. 메건 J.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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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살 9월, 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첫 달이 지나갔다.
 
각성자들은 학교에 적응하고 제나름의 친분을 쌓아 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관학교라고 해도 결국 분류는 대학, 지식의 보고다.
 
바쁘게 뛰어가는 선배들,
 
과제 탓에 골몰하며 늦은 시간까지 도서실 불을 환히 밝히는 학생들,
 
느슨한 자유와 적당히 용인되는 비행.
 
저 장벽 너머에선 도무지 보기 어려운 녹음이 교정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세상이 다 이곳 같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날이 좋아 하늘까지 맑았다.
 
그것이 다 갖기 어려운 축복이라는 사실을,
 
...
 
문득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가 반짝이며 알림을 울렸다.
 
1
 
홀로그램 패널이 온통 노란색이다.
 
늦지 말라고 성화다.
 
메건 J. 울프:(멍하게 하늘 바라보다가 스마트워치 바라본다.) ... (누구로부터?)
 
누군가 하니, 학교 측이다.
 
오늘은 1학년 학생들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첫 가상 훈련이 있는 날이니 당연하다.
 
운동장 두 개 크기만큼 널찍한 홀로그램 단련실에서 특수 렌즈를 착용하면
 
바깥 사막과 동일한 환경을 구성해 둔 가상 VR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
 
메건 J. 울프:(벌써부터 긴장된다...) ... ... ... (또 이능력을 사용하려나? 그럼 니샤가 또...) ... (한숨 푹 내쉰다. 빠질 순 없겠지.)
 
당연히 빠져서는 안 되는 '수업' 중 일부다.
 
메건 J. 울프:(스마트워치를 다소 의욕없는 낯으로 바라보다가, 홀로그램 단련실로 향한다. 이렇든 저렇든, 빠질 깜냥도 안되고, 빠질 수도 없다. 걱정되니까...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괜찮을 것 같긴 해도.)
 
당신은 홀로그램 단련실에 도착한다.
 
첫 한 달간 이론으로만 배운 전투를 어서 빨리 실전과 비슷한 공간에서 경험하고 싶다며 애가 닳은 학생도,
 
몹시 긴장하여 창백하게 질린 채 서 있는 학생도 있었다.
 
당신은 어떠한가. 지금 심정은 어떤가?
 
메건 J. 울프:(후자쪽에 가깝다. 긴장하는 이유는 그 학생과 다르겠지만.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본인의 파트너를 찾는다.)
 
파트너(아직 확정은 아니지만)는 저 멀리 다른 학생과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
 
사실 학생들은 ‘자신과 맞는 구현자나 설계자가 누구일까’를 더 궁금해했다.
 
페어로 활동하는 각성자들은 70% 가량,
 
거기서 다시 15% 정도의 비율이 ‘각인’을 맺어 시너지를 내곤 한다.
 
페어를 자율적으로 정하라고 하면 보통 친한 친구끼리 무턱대고 함께했다
 
도리어 전투 방식이 맞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있었으므로,
 
1학년 때에는 하늘길 시스템이 신체 데이터를 통해 서로 보조해줄 수 있겠다고 판단한 후보 학생들과
 
여러 번 짝을 바꾸어 가며 누가 자신과 알맞는지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 관례였다.
 
깐깐해 보이는 학생부회장이 명단을 읽었다.
 
메건 J. 울프:(잘 놀고 있네... 다가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명단을 읽으려 나오는 학생회장에 눈을 돌린다.)
 
요한 에를리히:자, 첫 번째 임시 페어 부른다. 구현 A반의 스즈키 와타루, 설계 E반 노노이 라가힛. 앞으로 서. 다음, 구현 B반의 시트라 볼크, 설계 D반 이한영…….
 
각자 자신의 임시 페어를 찾느라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당신의 이름은 한참 기다린 후에야 불렸다.
 
요한 에를리히:…구현 A반, 니샤 카우르. 설계 D반, 메건 J. 울프.
 
멀리서 니샤가 다가온다.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지은 니샤가 이어 손을 흔든다.
 
메건 J. 울프:(어정쩡하게 손 흔든다.)
 
니샤 카우르:(머리 위로 손을 크게 흔든다. 당신이 받아주자 가벼운 뜀박질로 당신까지 직진해 다가온다.) 계속 연습하던 결실을 맺을 수 있겠다. 그치! (속없다.)
 
메건 J. 울프:(오늘도 활기차구나, 생각하며) 그러게. ... (그러곤 입 다물고 있다가, 이게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어 안경을 고쳐쓰며 말한다. 니샤는,) 카우르는... 어때? 떨리진 않아?
 
니샤 카우르:어차피 한번은 하고 가야 하는 훈련인데 그럴 바에는 받아들이는 게 낫잖아.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네 덕에 어느 정도는 자신도 있고. 왜, 넌 떨려? (흠~ 왜지.)
 
메건 J. 울프:담대하구나. (덤덤하게 대답한다.) 정식 훈련은-물론 모의 훈련이지만-처음이라 그런가. (그러곤 어깨 가볍게 으쓱한다. 너랑 있는 모든 순간이 떨려... 네가 감전될까봐... 또는 내가 감전될까봐...)
 
니샤 카우르:원래 떨면 될 것도 안 된다고 했거든? 걱정하지 말아. 어떻게든 되겠지. (모른 척 한다... 모른 척. 설마 오늘도 감전되겠어? 같은 생각이나 한다.)
 
앞선 순서 팀이 훈련실로 들어가고,
 
그들이 바라보는 가상 환경과 전투 광경이 부속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친구들을 응원하면서 손에 땀을 쥐는 스포츠처럼 중계를 관람한다.
 
가상 훈련인 만큼 부상을 입을 일은 없지만,
 
신체 부위마다 장착된 센서가 타격을 받으면 착용한 방어구가 고정되어
 
실제 부상처럼 움직임을 차단해 해당 부위를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이 훈련 안에서는 진짜 다친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은 기본적인 타격 범위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제한 시간을 초과했다.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모두가 처음이니까.
 
교수들도 채점 기준을 너그럽게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 모하에:저기, 지금 좌표 C4에서 총 쏘고 있는 애 이름이 뭐더라?
 
요한 에를리히:아까 말했잖아. 입학 체력평가 때 5등인가 했다던 애라고.
 
불쑥 뒤에서 말을 건 것은 학생회장 ‘유리 모하에’와 부회장 ‘요한 에를리히’.
 
3학년 생도들 중 우수한 학생들은 1학년 생도들의 멘토가 되어
 
졸업하기 전까지 2년간 상급생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제도가 있는데,
 
구현 A반과 설계 D반의 멘토가 바로 이 페어였다.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각 학년 수석 및 차석을 번갈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학기 첫 주에 유리가 구현자, 요한이 설계자라는 소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대추야자를 집어먹고 있던 유리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유리 모하에:쫄지 마! 몇 번 하다 보면 이제 지루하고 졸려서 빨리 실전이나 하고 싶다고 빌게 될 걸.
 
메건 J. 울프:(어색하게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한편 요한은 혀를 차곤 안경을 밀어 올리며 스크린에 집중했다.
 
‘입학 체력평가 때 5등인가를 했다던’ 동급생이 화면 안에서 정확한 사격 실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능력이 총과 관련된 학생이었던 것이 얼핏 떠오른다.
 
곁에서 그의 페어가 소리를 지르는 게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학생: 좀 더 위로 경로를 끌어올릴 테니, 한 번에 쏘아 터뜨려! 마지막 한 방이다 생각하고 해치우자고!
 
곧이어 설계자 쪽이 설계한 경로를 따라 미로를 뚫고 지나가듯 구현자의 총알이 궤적을 바꾸었다.
 
허공에서 몇 갈래로 갈라진 총알 파편이 굉장한 소리를 내며 크리쳐형 로봇의 머리를 터뜨렸다.
 
메건 J. 울프:(잘 하네.)
 
지켜보던 동기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메건 J. 울프:(설마 저 다음이 바로 우리는 아니겠지... 아 부담스러워... 배가 좀 아픈가? 아닌가... 아...)
 
유리 모하에:어때? 저 두 사람은 합이 꽤 잘 맞는 것 같지? 여기 둘은 서로 인사 나눴어? (괜히 메건 상태 보고 등 두드린다.)
 
속 시원한 타격감을 따라 박수를 치던 유리가 당신과 니샤를 돌아보았다.
 
메건 J. 울프:아, (너 한번 쳐다보다가,) 네... 몇번 맞춰보기도 했고요.
 
유리 모하에:벌써 해봤단 말이야? 짜식들, 학구열이 대단하네! (둘 머리 헝클인다...) 최고의 각성자가 되는 게 꿈이라도 되나 봐?
 
메건 J. 울프:(그건 아니고... 뭉개며 대답하다가 머리 헝클어진다...) ... (니샤는 어떠려나.)
 
니샤 카우르:그리 되면 좋겠죠~?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지금부터 두고 봐야 할 테니까, 음. (...) 어떻게든 되겠죠! (가지가지 한다.)
 
짧은 대화를 나누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두 사람의 순서가 되었다.
 
보급받은 특수 렌즈와 방어구를 착용하자 몸이 다소 무거워졌다.
 
메건 J. 울프:(정말 직후란 말이지... 한숨 푹.)
 
유리와 요한은 통신 인이어를 끼면서 조원들에게 손짓을 했다.
 
유리 모하에:자, 절대 긴장하지 말고.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실상은 그냥 거대한 훈련실이란 걸 잊지 마.
 
요한 에를리히:그렇다고 실전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임해서도 안 된다. 그런 감각에 익숙해지면 장벽 너머로 나아가 진짜 적을 맞닥뜨려도 그 상황을 모의 훈련이나 게임처럼 느껴 버리고 마니까.
 
유리 모하에:우리가 앞뒤에서 너희를 엄호해 줄 거고, 진짜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곧바로 시계 옆 S버튼을 연달아 세 번 눌러. 다들 알겠지만 원래 이 버튼 세 번 신호는 실제 위급상황에서 연락처에 등록된 비상번호 쪽으로 연락을 보내는 시스템인데, 이 훈련실 범위에 한정해 그 비상신호가 관리 교수님들께 도달하도록 시스템이 변경되어 있어. 게다가 저기 스크린으로 모두 보고 있을 테니까. 알았지?
 
주의사항을 몇 가지 더 들은 후에야 훈련실 입실이 재가되었다.
 
...
 
네 사람이 모두 입실하고 마침내 문이 닫히자,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는 모래바람이 불었다.
 
근래의 방독 마스크는 기능이 좋아 쓴 것 같지도 않게끔 호흡하게 해준다지만
 
이런 기후 속에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인이어 안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
 
한 차례 먼지 폭풍이 가셨을 때 비로소 풍경이 보였다.
 
배경
 
‘재앙의 날’을 기점으로 인류가 유사 이래 이룩한 빛나는 문명은 전부 사토 속에 묻혔다.
 
첫 몇 년간은 식물들조차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말라 죽어갔던 고로
 
당대에 흔히들 ‘인류가 멸망하면 몇 년 안에 건물 벽면을 담쟁이덩굴이 뒤덮고, 동물들이 활개를 치며……’
 
...라고 상상하던 광경조차 제대로 전개되지 않았었다고 한다.
 
가동을 중단한 원자력 발전소가 비상 전력마저 잃고 인간이 직조한 가장 큰 멸망을 세상에 내보내려 했을 무렵에는
 
갓 개화한 각성자들이 그 위기를 막아 처음으로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사람을 징벌하려 드는 것 같은 함신,
 
인간의 오만을 꾸짖듯 흐려진 날씨,
 
찬란했던 문명에 바치는 추모비처럼 모래 속에 묻혀 쓸쓸히 늙어 가는 빌딩숲,
 
그리고 멀리 가장 거친 먹으로 그려낸 듯이 일렁이는 바다.
 
이 모든 풍경을 마주한 당신은, 어떠한가?
 
메건 J. 울프:(바깥은 이렇단 말이지. 모래 바람이 조금이나마 걷히고 보이는 풍경은⏤ 도시 안에서만 생활했던 안온한 인간은 그 광경에 순간 압도된다. 조금, 이제야 상황에 관해 긴장되는 것 같다. 손끝이 괜히 차가워 주먹 쥐었다 푼다.)
 
장엄한 자연의 비난을 처음 보는 1학년들은 말을 잃기 마련이다.
 
이 광경에 익숙한 멘토들이 앞장서 홀로그램 패널을 띄웠다.
 
2
 
요한 에를리히:이 공간은 카사블랑카 북동쪽 게이트 바깥 구역과 일치하는 구조로 생성된 거야.
설계자들은 각자 지도에서 목적지까지의 최단 경로를 표시해 봐.
 
메건 J. 울프: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
 
요한 에를리히:...
 
메건 J. 울프:...
어렵네요.
 
요한 에를리히:(메건의 경로 한번 본다. ......) ... 처음이니 어려울 수 있어. 다시 해 봐.
 
메건 J. 울프:(길을 다시 찾는다. 최단 거리는...)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요한이 올바른 경로가 표시되었는지 재차 체크했다.
 
이제 남은 건 이 경로를 믿고 목적지까지 움직이면서 하나 이상의 크리쳐 로봇을 파괴하는 것이다.
 
유리와 요한은 몇 가지 조언을 이어 갔다.
 
메건 J. 울프:(경로를 '믿고' 구나...)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안전이었고, 그 다음으로 이어진 조언은 엄폐물과 환경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낡아 가는 건축물들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접근했다가
 
설계자의 경로 구현에 에너지를 실어 구현자가 한 방을 터뜨리는 것이 기초적인 전투 방식이라고 했다.
 
니샤 카우르:그럼 바로 이동할까요? 마침 저 건물이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니샤가 이곳과 가장 가까운 건물을 가리킨다.
 
메건 J. 울프:(경로와 일치하는 건물인지 확인한다.)
 
다행히 경로와 일치한다.
 
요한과 유리 또한 고개를 끄덕이곤 둘을 따른다.
 
폐건물 옥상에 올라가자, 유리는 니샤에게 단추 정도 크기의 정찰 드론을 건네 준다.
 
유리 모하에:이걸 바깥으로 던질 건데, 너네가 할 거야. 서쪽으로 30m 정도 위치에 크리쳐 로봇이 있어.
설계자는 왼쪽 창문으로 거리를 가늠하고 에너지 흐름을 느껴. 구현자는 이 드론에 네 에너지를 실어서 던지는데, 설계자의 경로에 얹어서 실어 보낸다는 느낌으로 해야 해. 나중에 익숙해지면 이런 드론 같은 유도장치 없이도 두 사람의 에너지 운용이 손쉽게 합쳐지는 거지.
자, 해 봐! 무서워하지 말고.
 
메건 J. 울프:(경로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머릿속에 이제야 하나 둘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한다.)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니샤 카우르:(받아 든 정찰 드론을 건물 밖을 향해 던진다. 메건의 경로에 얹는다는 느낌으로랬지.)
전기수리
기준치: 90/45/18
굴림: 7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것은 몹시도 기이한 경험이었다.
 
전신의 감각이 단번에 확장되고, 시야가 환하게 트였다.
 
공중에 투명하게 고여 있던 에너지가 희미한 회색으로 일렁이며 물들고,
 
제멋대로 엉겼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던 에너지 흐름이 점차 정렬되어 미로 지도 같은 꼴을 이루었다.
 
방향은 서쪽으로 30m.
 
설계자는 에너지의 흐름을 가지런히 한 가닥으로 이어 뽑아 경로를 설정한다.
 
구현자가 그 경로 위에 제 힘을 실어 드론을 날려 보냈다.
 
미끄러지듯 경로를 타고 바깥을 떠가던 드론은
 
이내 적절한 길을 찾아 크리쳐 로봇에게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드론은 네 사람의 홀로그램 패널에 30m 너머의 크리쳐 로봇을 비춰 주었다.
 
...
 
미끌거리는 피부, 구역질나는 주둥이 속에서 긴 송곳니 두 개가 번쩍이는 크리쳐가 그르릉거리고 있었다.
 
몹시도 끔찍한 모습이다.
 
메건 J. 울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런 느낌인가...)
 
니샤 카우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징그럽다~ 같은 감상만 잔뜩.)
 
잠시 침묵이 감돈다.
 
유리가 두 사람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린다.
 
유리 모하에:정신 차려. 이제 진짜 싸울 시간이야. 긴장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해봐!
 
...
 
준비 되었나?
 
로봇
 
교육용 크리쳐 로봇 - 니샤 - 메건의 순서로 전투를 진행합니다.
 
다만, 첫 턴 한정 캐릭터들이 선공권을 갖습니다.
 
1 라운드
 
니샤 카우르:(건물 위에서부터 로봇을 향해 손을 뻗어 겨냥한다. 신체 주변에서부터 빛이 점멸하더니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 곧 무기의 형태가 된 전기를 크리쳐를 향해 던진다.)
이능력
기준치: 60/30/12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피해: 2
 
큰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 로봇이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이내, 그 자리에 한 기체의 로봇이 추가로 등장한다.
 
상황을 보던 교수진이 추가로 들여보낸 것 같다.
 
메건 J. 울프:(잘하네, 니샤. 생각하고는, 본인도 전기가 던져진 방향을 향해 조준한다. 이능력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탄총 쪽이 아직은 편하다. 게다가 본인의 이능력은 길을 설계하는 방향이지, 공격성이란 갖추지 않았으므로...)
12 게이지 산탄총(반자동)
기준치: 55/27/11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3
 
메건. 피해 다이스 한번 더 굴려주세요.
 
메건 J. 울프:
12 게이지 산탄총(반자동)
기준치: 55/27/11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메건의 총알이 로봇의 취약한 부분에 가 꽂힌다.
 
니샤 카우르:
(To GM)rolling 1d6
 
(
5
 
)
 
 
=
5
 
어딘가 합선이 되는 소리와 함께, 로봇의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폭발음과 함께 이전의 로봇처럼 사방으로 터진다.
 
전투가 순식간에 마무리된다.
 
메건 J. 울프:... (이게 끝? 안전장치 잠그며...)
 
니샤 카우르:... 생각보다 별 거 없는데! (신났다.)
 
사투 끝에 첫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메건 J. 울프:(그래, 역시 니샤의 전기는 무서운 거였어...)
 
유리 모하에:너희 합이 장난 아닌데! 전투 중 측정한 최초 동조율도 60% 이상으로 나왔어. 이 정도면 당장 페어를 맺어도 문제 없을 정도로 좋은 수치야.
 
메건 J. 울프:(보통 아무리 높아봐야 80% 전후라고 했던가... 산탄총 어깨에 맨다.)
 
유리 모하에:어쨌든, 둘이 잘 맞아서 전투도 순식간에 끝난 것이니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돼.
 
...
 
반파된 크리쳐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이 든다.
 
메건 J. 울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것은 어떤 길짐승도, 어떤 날짐승도 닮지 않았다.
 
……방사능 탓에 변이된 동식물이라기엔 조금 이상하지 않나?
 
메건 J. 울프:(그럼 뭘 닮았지?)
 
어떠한 동물보다는, 오히려,
 
... 지금껏 보지 못했던 종처럼.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상념에 잠겨 있던 때,
 
동쪽 모래 폭풍 너머로 멀리 거대하게 솟은 첨탑이 어른거린다.
 
메건 J. 울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 찌풀...)
 
부드러운 모랫빛 모스크다.
 
상단부에 발린 청록색 염료가 누렇게 바랬고, 아름다운 문양이 둘러쳐져 있다.
 
아랫부분의 아치형 석벽에 파도가 들이친다.
 
메건 J. 울프:(저거, 실제로 있는 곳이겠지? 도서관에 관련해서 적힌 자료가 있으려나.)
 
궁금하다면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면 될 일이다.
 
침묵 어린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유리가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유리 모하에:저 모스크는…….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눈치다.
 
그러나 유리는 입을 몇 번 달싹이다 곧 입을 꾹 다물었다.
 
메건 J. 울프:...?
 
그리고 이내 몸을 돌려 걸어갔다.
 
유리 모하에:가자. 다른 애들이랑 합류하게.
 
메건 J. 울프:...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는데, 저 선배 성격에 그다지 참을 것 같지도 않고... 별거 아닌가, 싶다. 뒤 쫓아간다.)
 
첫 가상 훈련이 종료되고 학교는 잠시간 그 화제로 시끄러웠다.
 
저마다 제 임시 페어와의 동조율이 어땠는지,
 
자신이 크리쳐 로봇을 얼마나 멋지게 부수었는지 떠들어 댔다.
 
저런 흥분도 반복된 훈련을 거치고 나면 결국 사그라든다는 것을 아는 멘토들만 쓴웃음을 지었다.
 
...
 
이윽고 토요일, 학생들은 간만에 찾아온 휴식을 누리고 있었다.
 
좋은 아침, 메건. 늘어지게 잠을 잔 기분은 어떠한가.
 
이제 뭘 하면 좋을까?
 
메건 J. 울프:(기지개도 안 피고... 침대 위에 손 늘어뜨린 채로 멍... 하게 앉아있다.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다. 시뮬레이션 훈련에서 보았던 풍경은 꼭 거짓말인 것처럼.) ... (일단 아침을 먹고...) ... (머리를 다시 베개에 푹 박았다가, 손으로 근처 서랍을 더듬거려 뿔테 안경을 집어든다. 지문이 찍힌 걸 아는지, 모르는지... 게으르기 짝이없는 행태로 일어나 침대를 벗어난다.)
 
무언가를 하자, 마음을 먹기도 전.
 
그때 방문을 열고 동급생이 굴러들어오듯 뛰어 왔다.
 
헉헉거리던 그가 외쳤다.
 
동급생: 야. ... 너는 아니지?
 
메건 J. 울프:...뭐를?
 
갑작스레 들어와 ‘너는 아니지’ 하고 묻는다고 해도, 뭐가 아니냐는 말인가.
 
동급생은 답답하단 듯이 가슴을 쳤다.
 
메건 J. 울프:(말을 해...)
 
동급생: 지금 인자 다 뒤집어졌어! 아직 안 봤어?!
 
3
 
메건 J. 울프:방금 일어났어... (중얼거리며 스마트 워치로 접속해본다.)
(로딩 되는 동안 지문 찍힌 안경을 옷으로 닦는다.)
 
인자미나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실시간 검색어다.
 
1위 : 스와콥문트
 
2위 : 보츠와나
 
3위 : 모로코 장벽
 
4위 : 망명 정부
 
궁금하다면 검색해보거나, 질문해도 좋겠다.
 
메건 J. 울프:(스와콥문트를 눌러본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도시 아닌가? 뭔 일이 있기라도 했던 건가.)
 
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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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J. 울프:(음... 머리 긁적거린다.)
 
…그러니까,
 
글의 요지는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사실 스와콥문트에는 뭔가 조작된 구석이 있다’는 것 같다.
 
메건 J. 울프:(어디에나 음모론은 있지... 괜히 이런 글을 읽다보면 그런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보츠와나를 눌러본다.)
 
보츠와나를 검색하면 '아프리카 대륙 내에 위치한 지역'이라는 정보만 떠오른다.
 
메건 J. 울프:...그래서, 너희 가족이 스와콥문트에 계셔?
 
동급생: 그건 아니고! 그런 곳에 우리 가족이 어떻게 가냐...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나 새벽부터 잠 안와서 계속 새로고침 하고 있었는데 야, 글이 진짜 네 번을 올라왔다니까?
그러다 세 번째 글 삭제됐을 때 인자미나 서버가 잠깐 터졌거든? 그 뒤로 저 네번째 글이 오늘 동튼 직후에 올라왔는데 이상하게 저 글은 삭제가 안 돼.
코딩동아리 애들이 그러는데 사이트 자체를 해킹해서 글 작성한 아이디를 특수등급으로 빼둔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 관리자 권한이 있어도 글 삭제가 안 되게.
 
메건 J. 울프:그러게... 이상하긴 하다. (스마트 워치 든 손을 내린다.)
 
그러고선 주변 눈치를 본 동급생이 귀에 속삭였다.
 
동급생: 그러니까...! 왜, 이런 반동분자 같은 글은 애초에 AI가 맥락을 검열해서 작성 자체가 안 되잖아. 글쓴 애도 시스템을 뚫을 줄 아는 녀석이 아니냐는 거지. 서버나 해킹, 계산 관련 이능력 가진 애들 아침부터 다 불려갔어.
 
그제야 기숙사가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게 느껴진다.
 
다들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시민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딱히 근거는 없지만.
 
메건 J. 울프:(난리 났네...) ... (근거 없는 이야기고, 소문은 언제나 부풀려지기 마련이므로... 무엇보다, 본인과 관련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더 크다. 적당히 돌아가는 세계. 불만도 없고.)
어, ... 알려줘서 고마워.
 
동급생: 그래, 이제 난 간다? 솔직히 눈에 너무 안 띄어서 의심 좀 했는데... (한숨쉰다.) 됐다. 잡혀가지 않게 조심이나 해!
 
메건 J. 울프:... (아, 의심해서 온 거였구나.) 걱정 고마워. 너도... (괜히 곳곳 찾아다니며 이야기하다가 호출당하지 말고, 라는 말은 아무래도 안하는 편이 좋겠지.) 몸 조심해. (이정도로 포장한다.)
 
동급생은 급히 다른 곳으로 뛰어간다. 다른 학생을 의심하러 간 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남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은 없겠으나 그렇다고 하루 종일 기숙사방에만 처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가오는 중간고사도 있고, 과제도 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메건 J. 울프:(도서관... 갈까. 책상 위에 올려둔 시리얼을 서서 볼에 탈탈 붓다가 털썩 앉는다. 과제는 미리미리 해두는 편이 편하기도 하고... 시험공부는 조금만 더 미룰까... 생각하며, 우유를 붓는다. 니샤는 괜찮으려나. 이능력이 작금의 상황과 크게 상관있진 않지만...) ... (혹시 친구라거나, 그런 이유로 불려갔을 수도 있으니까. 스마트워치로 연락해볼까?) ... (도서관... 같이 가자고... 말하면... 너무 친한척 하는 것 같을까?) ... ... ... (우물우물 씹으며 스마트 워치를 봤다가, 스도쿠가 붙여진 벽지를 봤다가, 스마트 워치를 봤다가... 결국 볼을 다 비울 즈음에야 연락한다. 좋은 아침. 혹시 오늘 시간 있으면, 도서관 갈래? 이상한가... 사심 있어 보이나? 아니, 앞머리 약간 헤집다가, 결국은 그냥 보낸다.)
 
기나긴 고민이 무색하게 답변은 짧기 그지없다.
 
니샤 카우르:〔좋아! 근데 내가 지금 다른 일 하는 중이라, 먼저 가있으면 찾아갈게!〕
 
...라는 답장이다.
 
메건 J. 울프:(보내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괜히 보냈나? 역시 괜히 보냈나? 문장 조금만 더 다듬어서 보낼걸, 너무 쌀쌀맞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모지라도 추가했어야... 아니, 이모지도 어색해. 어색해! 속으로 박박 후회하며 방 안을 서성거리다가, 확인하자마자 긴장이 확 풀린다.) ... (, 이쪽은 더욱 간결하게 답장을 보낸다. 침대에 힘없이 늘어져있던 후드티 집어들었다가... 이건 좀 그런가? 싶어서 옷장 뒤적거린다. 전부 다 후드티나 맨투맨이구나. 포기하고 무난한 회색 맨투맨 집어들어 준비하고 -생략- 나가 도서관으로 향한다.)
 
어떤 문장이든, 0과 1로 이루어진 텍스트라는 것에 감정은 담겨있을 수 없다.
 
이미 보낸 문장, 받은 글이라면 이대로 흘려보내도 좋겠다.
 
당신은 그렇게 도서관으로 향한다.
 
...
 
도서관
 
고요한 도서관.
 
각성자사관학교의 도서관은 카사블랑카에서도 독보적으로 장서 수가 많아 유명하다.
 
다가온 중간고사 때문에 대부분 공부에 몰입해 있지만, 서가와 서가 사이에서 두 학생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학생1: …그러니까, 몬로비아에서 시신 발견됐다는 거 구라 아니라니까. 아놀드 박사가 우리 사촌언니 담당교수였잖아.
 
아무래도 아까 그 게시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흘끔 살피니 2학년 선배들이다.
 
메건 J. 울프:(서고에서 책 뽑다가... 계속 들어본다.)
 
다가설 용기가 없다면 엿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메건 J. 울프: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꽂힌다.
 
학생1: 왜, 아놀드 박사 전공이 화학 쪽이잖아? 새로운 물질을 연구하고 발견해 낸 공로가 있어 스와콥문트 시민권을 획득했었다나 봐.
 
학생2: 그래서 제자한테 연구자료 전부 넘기고 조용히 은퇴 생활을 즐긴다던데. 얼마 전에 SNS에도 요리 연습 중이라고 근황 올렸다며?
 
학생1: 보통 그렇게 알고 있지. 제자 중에서도 간간히 연락 주고 받는 사람도 있고. 화상이나 음성 통화도 가능하긴 한데, 언니 말로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잖아... 둘 사이 있었던 일이라 당연히 알아야 하는 일에도 의례적인 답을 하거나, 연구주제에 관해 질문해도 정확한 답을 못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나봐.
생각해보면 요즘은 화상도, 음성도 모두 조작이 가능하잖아. AI만 있으면 뭘 못해? 이미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내는 것도 어렵지 않을걸.
 
메건 J. 울프:(결국은 다 카더라... 네. 그래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아, 괜히 마음이 술렁술렁 거린다. 본인과 관련없는 일이라도, 논란되는 일이 가까이 있으면 종종 그렇다. 대중의 열기에 물든다고 해야할까... 책 두어권 더 뽑고는 자리로 돌아온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믿는 것은 그만큼 판단을 흐리는 일일 테다.
 
어쨌든, 당신은 어떤 것을 찾는가?
 
메건 J. 울프:(과제 관련 서적이랑... 저번에 보았던 모스크에 관련되어있는 이슬람 책과, 마지막으로 스와콥문트에 관한 책.)
 
과제에 관한 책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대로 학생회관에 있는 자습실에 가 공부를 이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모스크와 스와콥문트에 관한 책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메건 J. 울프:(도서관이 소란스러우니까, 자습실에 가는 편이 나을지도.)
 
저번에 보았던 모스크. 정식 명칭은 '하산 2세 사원'.
 
재앙의 날 이전에 존재했던 모로코 왕국에서 건설한 모스크다.
 
메건 J. 울프:(니샤가 오면 같이 가야지... 생각하며 모스크와 스와콥문트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다. 모로코가 왕정이었구나.)
 
스와콥문트에 관한 것도 평범하다.
 
재앙의 날 이후 그 어느 곳보다 살기 좋은 도시.
 
이상할 정도로 상식, 그 이상을 넘지 않는다.
 
명색이 사관학교 도서관인데 이렇게까지 없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메건 J. 울프:(연필 돌리며 읽고 있다가...) ... (정말 아는 것 이상의 정보가 없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저 멀리서 니샤가 걸어온다.
 
니샤 카우르:메건, 나 왔어. (적당히 편한 옷. 편한 가방. 여느 주말의 학생과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걸어온다.)
 
메건 J. 울프:아, 안녕. (읽던 책 덮고 일어난다.) 학생회관...으로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갈까, 하고 물어보려다 멈칫하곤) 필요한 책 있으면 찾고, 넘어가는 게 어떨까 하는데...
 
니샤 카우르:(멍하니 시선을 놓고 있다 문득 당신을 바라본다.) 어, 응? 아, 아니야. 괜찮을 것 같아. 네가 다 챙겼다면 출발해도 되는데.
 
메건 J. 울프:... (어쩐지 멍하지 않나? 평소치고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너무 오래 바라봤나 싶어 고개 돌리고 책을 배낭에 쑤셔넣는다.) 가자.
 
학생회관
 
학생회관 2층에 자습실이 있다.
 
자습실로 들어서려던 순간, 복도 끝 학생회실에서 누군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 모하에:언제까지 ……냐고!
 
요한 에를리히:입 좀 다물어, 밖에 다 들려!
 
……저 목소리는 아무래도 유리와 요한 같다.
 
말리는 쪽이 요한이다. 말마따나 다 들렸다.
 
메건 J. 울프:(오늘 전반적으로 다...) ... (뭔가 들리나?)
 
그 이후로는 잘 들리지는 않는다. 목소리를 줄였나 보다.
 
메건 J. 울프:음, ... ... 커뮤니티 봤어?
 
니샤 카우르:아, 그거? (고개 돌렸다.) 안 봤을 리가 없지. 새벽부터 난리였던 것 같은데. ... 그래서 학교 분위기도 다 이런가 봐. (학생회실 쪽으로 어깨 으쓱인다.)
 
메건 J. 울프:(나만 평화로운 새벽이었나... 커뮤니티 보긴 해야하나?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 알기가 어렵다. 며칠 가지도 않을 미약한 다짐을 해보며 학생회실 쪽으로 마저 걸어간다.) 그런데, 일찍 일어났네.
 
니샤 카우르:... 사실 못 잔 쪽에 가깝긴 한데. (끙. 앓는 소리를 낸다.) 어쨌든 자습 하러 간다며! 이래 보여도 멀쩡하다고. (아마?)
 
메건 J. 울프:...그럼 지금 학생회관에 갈 게 아니라, 방에서 자는 편이 낫지 않겠어? 당장 시험기간도 아니고, 과제 기간도 좀 널널... (A반은 좀 다른가.) ...한...가? (옆으로 맨 배낭 고쳐매고는,) ...혹시 카우르, 가족이 스와콥문트에 살아?
 
니샤 카우르:됐어, 네가 불러서 나왔는데. 같이 있는 쪽이 더 나을 것 같, (그리고 당신의 말에 말이 끊긴다.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 정적.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다가 그제야 말을 잇는다.) ... 어떻게 알았어? 말 안 해줬던 것 같은데.
 
메건 J. 울프:(같이 있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면, 아마도...) ... (안 괜찮아보여서, 언제나 밝은 네가 가라앉아 보여서. 하지 못할 말이나 떠올려보다가,) ...아, 그냥... ... 감...? (말끝 흐리며 되려 본인이 묻는다.) ...걱정이 많겠네. 연락은... 안되시고?
 
니샤 카우르:... 진짜 감? 왜 이렇게 눈치가 빨라. (괜히 당신 조금 쏘아 본다.) 연락이 되기는 하는데, 그게 조금... 이상하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좀 수상하기는 해서. 걱정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고. (...)
 
메건 J. 울프:(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볼 긁적이다가)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을 모른다거나, 구체적인 답이 아닌 통상적인 답을 한다거나... 이런 부분에서? ... (그러고 자습실이라 적혀있는 명패를 보다가,) 저기, 나갈래? 말 그대로, 급한 일도 아니고... ...음, 이럴 때는... 불안한 건 말할 수록 덜 불안해지기도 하니까.
 
니샤 카우르:... 응. 이런 곳에서 이야기 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주변 한번 둘러본다.) 그럼 나가기 전에, ... 사실 저기 일도 조금 궁금한데. (학생회실 가리킨다. 가지가지 한다.) 이런 상황에 싸울 만한 일이라면 이번 일과 관련되지 않았을까 해서. (뜸 들인다.) ... 좀 그런가?
 
메건 J. 울프:... ... ... (별로, 가고 싶진 않은데...) ...그, 럼 조금만... ...
 
니샤 카우르:(같이 슬쩍 다가가 귀 대고 엿듣는다...)
 
메건 J. 울프:(들키면 어떡하지...)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니샤 카우르: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두 사람이 싸우는 내용이 차라리 대놓고 들리면 모르겠는데,
 
가까이 가 보니 방음설계가 되어 있는지 대강 서로 탓하는 것만 얼핏 알 수 있고 정확한 내용은 도통 파악이 안 된다.
 
메건 J. 울프:카우르? (목소리 줄인 채로) ...이제 그만...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니샤 카우르:... 튈까? (뭐 때문에 싸우는지가 궁금했지만... 어쩔 수 없나.)
 
그때,
 
메건 J. 울프:(튈까...)
...?
 
학생회실 문이 쾅, 하고 열린다.
 
메건 J. 울프:(죽자)
 
유리가 기어코 문을 박차고 나온다.
 
메건 J. 울프:(세상이끝났어)
(자퇴할까?)
 
다만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던 유리는 두 사람을 그대로 지나쳐
 
성큼성큼 복도 저편으로 사라진다.
 
메건 J. 울프:... (눈 데굴데굴 굴린다. 심박수 최고조...) ... ... ... ... ...
 
열린 문 안에서 한숨을 쉬던 요한은 잠시 후 학생회실을 나오고, 둘과 마주친다.
 
요한 에를리히:…….
 
메건 J. 울프:(자퇴하자, 역시.)
 
요한 에를리히:…다 들렸나?
 
메건 J. 울프:...아, 니... 지나가던... 길... 이었는데... 큰... 소리가 나서... ... ... ... ...
아무... 것도... ...네.
 
당신의 답에 요한은 다시 ‘내가 늙는다’는 얼굴을 한 채 한숨을 푹 쉰다.
 
그런 후 당신에게 스마트워치 하나를 내밀었다.
 
요한 에를리히:이거, 유리가 두고 갔다. 내가 가면 또 화낼 테니 네가 좀 전해줘. 아마 학관 뒤뜰 정원에 있을 거다.
 
메건 J. 울프:(고이 받아든다. 죄인은 할 말이 없는 법... 고개 숙이고는 네, 대답한다.) 가자, 카우르...
 
니샤 카우르:가, 가자... (꾸벅. 인사하고 메건 팔을 잡아채 그대로 튄다.)
 
스마트워치를 전달해 달라.
 
어려운 부탁은 아니지만, 이상한 점은 그게 아니다.
 
현대에 이르러 방수 기능까지 완벽해진 스마트워치는
 
정말 특이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좀처럼 풀지 않고 늘 착용하는 기기다.
 
어째서 스마트워치를 풀었단 말인가?
 
메건 J. 울프:(니샤와 부끄럽기 짝이없는 자리에서 도망치며 생각한다. 이상하긴 하네. 살면서 스마트워치를 벗는 사람은 본 기억이 없다. 어떤 면에서, 신체의 일부분으로 보아도 과장은 아니다. 그리고 제 의지대로 팔을 떼어놓고 간다거나, 다리를 떼어놓고 간다거나... 하는 일도 어지간한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없지. 뭔가 답답했나? 아니면, 네트워크와 단절되어 있고 싶어서? 또는 위치추적 기능 때문이라던가, 녹음 기능 때문이라거나... 이런 저런 가정이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스마트워치에 관한 음모론은 스와콥문트와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돌았으니까.)
 
더욱 철면피가 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게 낫겠다.
 
요한의 예상대로 유리는 학교 뒤뜰에 있었다.
 
정확히는 흡연 구역에.
 
대기오염 탓에 담배는 굉장히 규제가 심한 기호품이었다.
 
한 갑에 네 시간어치 시급을 털어 넣어야 하는 그것을 유일하게 좀 저렴히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각성자들이었다.
 
세상이 한 차례 멸망했어도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보급품은 담배와 초콜릿인 모양이다.
 
둘의 기척에 유리는 깜짝 놀라 담배를 눌러 끄고 냄새를 탈탈 턴다.
 
그리고 멀찍이 서서 입을 연다.
 
유리 모하에:미안, 냄새 나지. ... 그런데 여기까지는 왜 왔어?
 
메건 J. 울프:아, 아니요... (아까 못 봤나? 다행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 (이제 설명을 해야하네, 안 다행이다.) ...하늘길, 두고 가셔서.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받았어요.
 
유리 모하에:……내가 그걸 놓고 갔어? 고맙다, 야. (건네달라는 듯 당신에게 손 내민다. 그리고 어렵게 말을 꺼낸다.) ……요한 많이 화 났냐?
 
메건 J. 울프:(건네준다. 이상한 말이네, '그걸 놓고 갔어?' 라니. 꼭 자주... 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종 풀었다 끼는 사람처럼 말한다.) ...네? 아, 아니요. 화났다기보단, ... (걱정했다? 별로.) ...평소같으시던데요. (지금 나, 싸움에 기름붓고 있는 거 아니겠지. 눈 데구르르 굴리다가 니샤와 눈이 마주친다.)
 
니샤 카우르:(메건과 눈 마주하고 어깨 으쓱인다... '나도 몰라. 이런 데에는 재능 없어.' ... 라는 것처럼.) ... 그래도 따라가달라고 한 것도 요한 선배이니까, 신경 쓰고 계시단 뜻 아닐까요? (에둘러 말한다...)
 
유리 모하에:... 걔는 항상 그러더라. 어휴, 밥맛. (다만 말하는 투도 진심은 아니었다.) 괜히 싸우는 모습 보여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 원래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 아까 기숙사 방에서 네 동급생이 널 의심하지 않았니? (메건을 가리킨다. 이내 둘을 본다.) 도서관에서 만나 자습실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고.
 
메건 J. 울프:... ... ... ... ... ... ... ... ...네?
... ?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유리 모하에:(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한다.) 어떻게 알았나 싶지?
 
유리는 호쾌한 성격답지 않게 한참이나 숙고했다.
 
검지를 입가에 가져가 ‘쉿’ 제스쳐를 취한 그는 손목의 스마트워치를 가리키고선 푸는 시늉을 해 보였다.
 
아무래도 시계를 풀라는 뜻인 것 같았다.
 
메건 J. 울프:... ... ...? (일단 얼떨결에 풀어낸다.)
 
당신이 풀자, 니샤 또한 따라 풀어낸다.
 
두 사람이 지시대로 시계를 풀자, 유리가 옆면의 S버튼을 묘한 박자에 맞추어 여러 번 눌렀다.
 
...
 
갑작스레 홀로그램 패널이 켜지더니 초록색 안내창을 내보냈다.
 
5
 
메건 J. 울프:?
 
……음성 수집 기능?
 
그제야 유리가 입을 열었다.
 
유리 모하에:이 학교엔 듣는 귀가 많아. …그런 주제는 조심하는 게 좋아.
 
메건 J. 울프:...음성... ...을 수집하고 있던... ... (누가?)
(이거, 음모론이 아니라 진짜였어? 어벙한 얼굴.)
 
유리 모하에: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도청되고, 그 기록은 학생회실 서버에 쌓이지.
학생회 소속 중에서도 임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지만, 대화 중 특이한 단어가 수집되면 곧장 정부로 보고가 들어가곤 한다.
나는 이 수집에 반대하지만 당장 학생회장으로서 이런 도청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그래서 너희한테만 말해주는 거야. 아직 학교 규정도 잘 모르는 새내기들이 검열 기준에 어긋나는 대화에 끼어 큰 일을 당할까 봐. 원래는 기능을 끄는 것도 기록이 남지만, 이건 지울 수 있으니까 몰래 지워줄게. 앞으로는 조심해라.
 
메건 J. 울프:... ...그, ... ...선배는...
괜찮으세요? (이렇게 알려주고, 기록을 지워줘도.)
 
유리 모하에:……바보 같은 일일 수도 있지. 내가 이런 소리 했답시고 네가 당장 어디 날 고발할 수도 있고. 알아.
하지만 얘들아, 그렇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이 ‘반동분자 같은’ 말 몇 마디 지껄였다고 학교에서 사라지는 것은 옳은 일이냐?
나는 오래 전에 이미 한 번 친구를 잃었고, 같은 일을 다시 겪고 싶진 않아서 학생회장이 됐어. 멘토 자리도 그래서 자원한 거고.
 
메건 J. 울프:...
(잠깐, 스와콥문트와 관련해서 니샤와 몇마디 나눴는데...) ... (괜스레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 죄송하지만, ...근 1시간 동안의 대화 로그를 지워주실 수 있으신가요? 음, ... (입 다물었다가,) ...말 조심을, 좀 해야할 것 같아서요. ... (신입생들이 '반동분자 같은' 말을 몇 마디 지껄였다고 학교에서 사라지는 것은 옳은 일이냐... 이 물음에 답하기 전에, 당장 가까이 있는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안위부터 걱정된다. 하지만 어떡하겠어. 자신의 뻔뻔스러운 말에 얼굴을 붉히고는, 이어서 말한다.) ...입 조심 하라고도, 걱정되는 친구에게 말할게요. ... 그리고 친구분 일은, ... (아, 정말로. 이 말이 가장 마지막에 놓이게 되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마음인가.) ...죄송합니다.
 
유리 모하에:……... 사과할 일은 아니야. 그러지 않아도 돼. 대화 로그는... (... 잠시 뜸 들인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생각이라 한다면, 어디까지 자신의 권한이 닿는지.) ... 되는 곳까지 해볼게. 대신 앞으로 다시 해달라고 한다면 그때에는 힘들어.
 
유리는 몸을 바르게 펴고 당신을 응시한다.
 
그의 이력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다.
 
어린 나이에 각성했고, 부모는 국가기관 연구소에서 일하는 ‘출신성분 확실한’ 가정의 외동딸.
 
메건 J. 울프:걱정마세요. 이런 무리한 부탁은...
 
별달리 억압당한 가족도, 잃어버리거나 빼앗긴 재산도 없다.
 
메건 J. 울프:...네.
 
사관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1학년부터 학생회에 있었다.
 
무엇이 옳은지 설파하기에 그의 삶은 다소 유복하다. 일견 기만으로도 보인다.
 
그래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유리 모하에:… 이 정도면 잘 알아들었을 거라 믿어. 그럼 난 간다. 음성인식 다시 켜려면 S버튼 길게 세 번, 짧게 세 번, 다시 길게 세 번 누르면 돼. 오늘 음성 해제 기록은 내가 한꺼번에 지워줄 테니 자유를 좀 더 누리든가.
 
메건 J. 울프:(길게 세 번, 짧게 세 번, 길게 세 번.) 네... 감사합니다.
 
뭐라고 더 말할 듯이 입술을 달싹이던 유리는 고개를 내젓고 둘의 등을 두어 번 두드려준 후 자리를 떠났다.
 
곧 이곳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감상또한 이들의 몫이다.
 
메건 J. 울프:(상황을 환기하고 싶은 듯.) ...뭐 마실래? (근처 자판기에 곁눈질하며 말한다.)
 
니샤 카우르:(유리가 떠나는 등 뒤로 고개를 가볍게 까딱였다. 그리고 정적. ... 당신의 말에 그제야 입을 연다.) ... 그럴까? 어쩌다보니 자유가 됐네. (하하.)
 
메건 J. 울프:...음... (스마트 워치를 태그해서 자판기가 돌아가게 한다. 본인이 자주 마시는 음료수 하나, 그리고 평소 니샤가 들고다니던 음료수를 자연스럽게 누르며...) 음성인식은 조금 나중에 켜도 될 것 같지.
 
니샤 카우르:적당히 헤어지고 나서 켜도 충분할 것 같아. (된다면 좋겠다, 에 가까운 말이기는 했다. 당신에게서 음료수를 받아 든다.) ... 어쨌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건 좋네. (지금까지 자유라고 생각했던 게 무안할 정도로.)
 
메건 J. 울프:그러게... (음료수 바로 까지 않고 만지작거리다가,) 앞으로 말할 때 조금... ...꺼림칙할 것 같아.
 
니샤 카우르:(... 딸깍, 하고 먼저 음료를 개봉한다. 홀짝 마신다.) 어떤 말을 해도 되는지, 어떤 게 안 되는지... 잘 재어봐야 하겠지. (안타깝게도. ...) ... 그럼, 정말로 스와콥문트로 간 사람들은 전부 죽는 걸까? (입술을 꾹 문다.)
 
메건 J. 울프:...낙관할 필요도 없지만... 절망적으로만 볼 필요도... (내가 당사자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 말끝 흐린다.) ...그럼 부모님이랑은, 언제 헤어진 거야?
(부모님이 아닐 수도 있겠다.) ... 가족이랑은?
 
니샤 카우르:... 부모님 맞아. (양측 모두.) 두 분 다 비상한 분들이셨거든. 헤어진 건... 5년 좀 안 됐어. 초반에는 연락이 좀 안 됐는데, 최근에서야 다시 되기 시작했거든...
 
메건 J. 울프:...그랬구나. 그러면... (음,) ㄴ... (괜히 목 가다듬고 그제야 캔을 깐다.) 카우르는... 스와콥문트에서 태어난 거야? 아니면 함께 지내다가 부모님만 스와콥문트로 이주하신 거야? ... ... (나 지금 너무... 사적인 질문을 하고 있지 않나?) ...혹시, 내가 불편하게 했다면... ...
 
니샤 카우르:부모님만 이주하신 거야. 분명, 공적을 세워서라고 했는데. (걸음을 멈춘다. ... 고개를 절레 젓고,) 안 불편해. 줄곧 죽상으로 있던 것도 나인데, 불편하다 해도 책임은 내 거지.
 
그때, 갑자기 두 사람의 스마트워치에 긴 진동이 느껴졌다.
 
서사의 판면을 강제로 집어 벌리고 삽입되는 개정 기호처럼 홀로그램 패널은 동의도 없이 방송 창을 띄웠다.
 
화면 너머에는 각성자사관학교의 학장이 무게감 있는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학장: 사안이 중대해 전체방송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새벽 익명 커뮤니티 ‘인자미나’에 게시된 글의 작성 IP가 교내인 것으로 추적되었습니다. 교수진은 불온한 선동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우리 학생 혹은 교원의 손에서 빚어졌다는 사실에 지극한 유감을 표합니다. 학생 여러분께선 헛된 소문에 경도되지 말고 우리 빛나는 오십 년 사학을 지킬 수 있도록 학업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각성자사관학교는 당 사안을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정말 헛된 소문이라면 이렇게 대응하는 것보다야 무시하는 것이 일을 덜 키우는 방식이리라.
 
행간에서 윗선의 압력이 있었음을 읽을 수 있는 연설이었다.
 
...
 
지리한 말들이 이어진 후 학장은 벌떡 일어서 허공을 응시했다.
 
화면에는 이제 학장의 얼굴 대신 아프리카 연합공화국의 국기가 송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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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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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신이여, 아프리카를 굽어보소서>가 작사될 때에
 
이슬람 교도들과 기독교도들이 조사 하나까지 좀 더 서로의 종교에 알맞은 색깔을 담으려 다투는 광경을 보고,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국’에서 건너온 초기 공화국 시민들은 퍽 당황했다고들 한다.
 
그들이 생각하기로 아무튼 아프리카의 종교라고 하면 젬베를 두드리며 토착신을 찾는 종류였지
 
지극히 ‘문명화된’ 메이저 종교를 믿을 리는 없었으니까.
 
이 무례하고 순진한 오해를 지닌 산부의 산도를 열고 새로운 공화국이 마침내 세상에 머리를 들이밀었을 때
 
정부는 좀 예민하다 싶을 만큼 ‘화합’을 강조했다.
 
출신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재난 때문에 섞여 살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
 
당신은, 경례하는가?
 
메건 J. 울프:(그것이 일상적으로 행해진 일이라면. 각이 잡힌 자세는 아니다. 하기 싫다, 라는 느낌보단 귀찮네, 쪽에 가까운 느낌.)
 
교정에, 회사에, 길거리에, 카페에, 펍에 국가가 울려퍼질 때,
 
우리는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에나 설치된 공화국 국기를 향해 경례해야 한다.
 
나라 어디서나 국기는 휘날리고,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땐 하늘길 시계가 국가를 자동 인식하여 홀로그램 패널로 국기 이미지를 띄워 준다.
 
검은 상단은 여러 국가를 뿌리로 둔 시민들이 화합되어야 할 아프리카 연합공화국의 대표색상 역시 모든 색을 섞은 검은색이라는 의미이고,
 
흰 하단은 이 땅이 흐트러지기 전부터 오래 자리를 지켜 온 아프리카 대륙의 사막을 오염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가운데 노란 원이 태양을,
 
태양 안의 붉은 별 일곱 개가 일곱 도시를 나타낸다.
 
...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어린이들은 국부로 추숭되는 초대 대통령의 위인전을 읽으며 자라나고,
 
‘모든 사람은 동일한 권리를 타고난다’고 교육받으며,
 
험지를 헤치고 인간의 위대한 문명을 다시 이룩한 조국에 충성을 바치라는 가르침을 듣는다.
 
학교는 고요하여 발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적은 돈으로 빈 방을 모두 채우라는 요구에 초를 사와 불을 밝혔다던 처녀의 일화처럼
 
이 광막한 공간에는 오로지 경건하고 엄숙한 국가 선율만이 가득했다.
 
...
 
당신과 다르게,
 
니샤 카우르는,
 
경례하지 않고 있었다.
 
바람이 널리 드나들 수 있도록 지은 1층 회랑은 카사블랑카의 자부심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제 그런 통기성 좋은 건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때로 함신은 굳건한 도시 장벽 너머로부터 날아와 외벽을 덮어 버리곤 했다.
 
그러나 비공식적 별명으로 ‘제1도시’ 라는 명칭을 가진 카사블랑카의 장벽만은,
 
공화국 시민들을 불편케 하는 모든 재난으로부터 사람을 지킨다.
 
따사로운 햇살과 축복 같은 적도편동풍이 뺨을 어루만지든 어쩌든,
 
학생들에게는 불행했던 중간고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 1층 회랑을 지나 2층에 도서관이 있다.
 
이제 시험은 두 개가 남았다.
 
<군사전략 입문>, <전략문화와 전쟁>이었다.
 
메건 J. 울프:(하...아....아아아아아........... 전공책에 머리박고 고통스러워 하고있다. 군사전략은 좀 재밌는데, 전략문화와 전쟁은... 도저히..........)
 
<전략문화와 전쟁> 중간고사 시험 대체 조별 과제 에세이는
 
첫 가상 훈련 때 맺어졌던 페어끼리 함께 작성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과제의 주제는 이랬다.
 
「리델하트의 『전략론』을 통해 독일이 독소전쟁에서 패배한 사유를 분석하라.」
 
...
 
…1학년이 당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과제였다.
 
본래 <전략문화와 전쟁> 강의 평가는 늘 심한 호불호 영역에 놓여 있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머리를 너무 쥐어뜯은 탓에
 
그걸 다 치워야 하는 근로장학생들의 스트레스도 갈수록 쌓여 갔다.
 
메건 J. 울프:(그냥... 전쟁을... 안할 수 없던 건가...) ... ... ... ... ... ... (이쪽은 머리를 쥐어뜯진 않지만 한숨으로 책상이 패일 판이다.)
 
어찌 되었든, 가상 훈련 때의 페어와 하는 과제라는 뜻은 곧,
 
당신과 니샤가 함께 과제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고로 둘은 도서관 구석 창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여러 자료를 읽어 내려가는 중이었다.
 
긴긴 고난 끝에 레포트는 결론 부분에 다다랐다.
 
니샤 카우르:... ... 결론만 남은 거지?! (으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에 깊게 기대어 늘어진다.) ... 조금만 쉬다 하면 안돼?!
 
메건 J. 울프:...응, 그게 좋을 것 같아... (더는 못해... 중얼거리며 얼마 남지 않았던 음료수 홀라당 다 마셔버린다.)
 
니샤 카우르:앗싸! (허락과 함께 자세가 더 불량해진다... 삐딱하게.) ... 난 너 없었으면 제대로 못 써서 냈을 거야... (그동안 되도 않는 공부 머리로 끙끙댔던 기억이 떠오른다. 진짜 치가 떨린다... 몸을 부르르 떤다.) 우리 1학년인 거, 교수님이 잊으신 거 아니야? 이거 고학년 과제 같다고. (막말.)
 
메건 J. 울프:(이쪽은 늘어진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나야말로 카우르가 없었다면... 아마 낙제점이었을 거야. (전략론과 함께 잠에 들고 아침을 맞이하고 양치하고 밥먹고 산책하던 숱한 시간들이 스쳐지나가며...) ...듣기론 아닌가봐. 이 교수님... ... 매년 이런 과제를 내신대. 작년에는 더 지독했다던데, 주제가... (관심 없어서 제대로 안들었다.) ... 시험 다른 건 잘 쳤어?
 
니샤 카우르:(전략론과 함께하는 하루 루틴. 일어나서 밥먹고 씻고 수업하고 전략론과 n시간을 함께하기. 다시 생각해도 진심으로 끔찍하다.) ... ... 진짜? 진심으로? 아, 우리가 대학원생인 줄 아시나... (불량한 투...) 다른 거야, 뭐... ... 적당히? 그래도 실습 있는 과목에서는 나름대로 잘 나왔던 것 같은데. ... 머리는 영... 못 쓰겠더라. 왜 나는 머리는 못 물려받았지? (이상하다, 하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조금 긁었다.) 조금은 물려받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편했을 텐데. ... 메건은 시험 잘 봤겠다. 그래도 나보다는 머리 좋지 않아? (이런다. 참.)
 
메건 J. 울프:어쩌면. (예비 군인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나? 생각하고는 네 말에 수긍하듯 고개만 끄덕인다. 니샤는 실전에 강했지... 부모님에 대해 더 물어보고 싶은데, 녹음된다는 사실을 아니 썩 입에 담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날. 걱정하는 니샤, 의심스러워하는 니샤, 경례하지 않는 니샤.) ...응? (퍼뜩 정신 차리고는, 왜 그런 오해가 생긴 거지... 싶어진다.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가? 본인 안경 다리 만지작거리다가...) 아니야. 아마 아슬아슬하게 패스일걸. 처음 공부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생소하다. 분명 재미를 느끼는 부분도 있었지만...)
 
니샤 카우르:... 진심으로 그만 둬줬으면 좋겠다. 나는 말하는 감자인데. (퉁명스레 말하고는 눈을 굴리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은 우스꽝스럽다. 그날 이후로 니샤의 학교 생활은 조금씩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몰라도, 니샤를 '관찰'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내색하지 않는 얼굴이 야속할지도 모를 터였다.) 그으래? 흥... 거짓말 같은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당신에게 상체를 기울인다. 괜히 마구 괴롭히며,) 친구한테 거짓말 하면 못 쓰는데~ (장난스러운 투다.)
 
메건 J. 울프:(그 말에 조금 웃을지도 모르겠다.) 말하는 감자라니. (카우르는 말하는 감자라기보단... 안경 고쳐쓴다. 어쨌거나 둘 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는 게 약 2주째 다 되어가나. 다시 이야기를 꺼내기에도 어정쩡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뭐라고? 니샤가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에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또는 잊혀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진짜, ...! (무력하게 괴롭혀지며...) 아, 아니 (당황해서는)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 까...? (차라리 나가자. 여기 도서관이고. 더듬거리며 말하다, 점차 속사포처럼 뱉어낸다. 친구라고 해줬다. 또는 이정도 장난은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인가? 에서 오는 기쁨보단 주변 눈치를 보기 급급했다.)
 
니샤 카우르:(당신이 웃으면 뿌듯하다는 얼굴을 한다. 이런 것에 자부심이라도 있나? 웃기는 노릇이다.) 어느 정도 조용히만 하면 아무도 모르지요~ (키득거린다. 어차피 다른 애들도 집중력 떨어지고 있지 않을까, 같은 자기합리화적인 말도 몇 늘어놓는다.) 그러니까 너무 눈치 보지 말고. 뭣하면 내가 나서서 싸워줄게. (나 그런 거 잘 해.)
 
그렇게 떠들고 있던 중,
 
문득, 근처 자리에서 골머리를 썩던 동급생이 다가와 니샤에게 말을 건다.
 
동급생: 니샤, 30분 남았어. 우리 슬슬 준비하러 가야 할 것 같은데?
 
남은 시험 중 다른 강의인 <군사전략 입문> 가상 훈련에서 니샤와 또다른 임시 페어를 맺고 있는 노노이 라가힛이었다.
 
니샤 카우르:벌써? 에잉, 시험 보기 싫은데. (툴툴거리면서 당신을 놓아준다.) 시험 끝나면 다시 올게. 기다리고 있어야 해? (웃는다.)
 
니샤는 인사를 나누고 먼저 자리에서 떠난다.
 
메건 J. 울프:아, 잘 보고 와. (어정쩡하게 손 흔들려다가, 이게 더 이상한가? 싶어서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그렇게 니샤를 보고 있자면, 당신의 뒤에서 유리가 나타난다.
 
유리 모하에:야, 이거 <전략문화와 전쟁> 레포트지? 그 끔찍한 거? 어떻게 매해 이렇게 참신하게 엿을 먹이시냐.
 
유리는 근처 서가에서 책을 한 권 뽑아 오더니 니샤가 있던 자리에 앉았다.
 
후르륵 몇 장을 넘겨 문단 하나를 가리킨다.
「…전쟁이란 냉병기를 쥔 영웅들이 대강 ‘와아아’ 하고 몰려왔다가 단신으로는 보일 수 없는 무위로 세상을 휩쓸어 ‘그리하여 여기서 역사의 지도는 변곡점을 맞았다’ 따위로 묘사되는 일이 아니다. 레마르크의 ‘이 책은 고발도 아니고 또 고백도 아니다. 비록 포탄은 피했다 할지라도 역시 전쟁에 의해서 파괴된 어느 시대를 보고하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문장이 저 사막의 신체를 입은 재앙 속에서도 온전히 남아 우리 세대로 전해진 사실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
 
메건 J. 울프:(고개 끄덕거리다가, 눈 굴리며 기다리다가, 가리키는 문단을 읽는다. 한번 읽는 걸로는 이해가 가지 않아, 문장을 되짚어가며 다시, 또 다시 읽는다...) ...
 
이건 <전략문화와 전쟁> 담당교수가 집필한 도서가 분명했다.
 
그 교수는 특유의 유려한 어조로 전쟁의 비극과 날것 같은 참호전의 참상을 묘사하는 습관이 있었다.
 
메건 J. 울프:(수식어 많아...)
 
유리 모하에:그 교수님, 자기 책 인용하면 되게 좋아해. 이런 거 참고해서 써봐. 문장은 이해됐어? 어디까지 썼냐?
 
메건 J. 울프:...아. 네. ... (감사합니다, 말 흐린다.) 전후 맥락이랑 같이 따져 생각해보려고요. (그러며 본인 레포트를 보여주려다가, 이걸 보여줘봤자... 싶어져서 그 위로 제 손 덮는다.) 결말부만 남았어요. 카우르는 시험치러 갔고요.
 
유리 모하에:오, 그래도 다 써가네? (장한 녀석들. 유쾌하게 웃는다.) 방금 꼽아준 부분도 마무리용으로 쓸만한 문장이니 한번 고려해 봐. (가리는 모습에 '부끄러워 하기는.' 그리 답한다.) 그래도 둘이 성격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잘 맞나 봐? 이거 하다가 싸우는 애들도 종종 봤거든.
 
메건 J. 울프:기간 내에 제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연한 건데 괜히 말했나? 눈 굴리다가,) ...음, (싸울 이유가 있나? 다른 과목의 팀플을 생각해본다... 문제가 있는 조원이 한명 있긴 했지만, 그정도야 넘어갈 수는 있었다. 본인이 조금 더 고생하면 될 문제인 거. 오히려 싸우면 더 피곤해지기만 하지... 얼굴 볼때도 어색하고...) 저는 불편한 점이 없는데, 니, 카우르는 있을지도 모르죠. ... (그러다 언뜻.) 선배는 싸우셨어요? (뭔가 그런 느낌.) 그러니까... (에를리히 선배랑요.)
(이 과제 하다가.)
 
유리 모하에:아직 1학년 중간고사잖아. 못 내거나 수준에 못 미쳐도 앞으로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남아있으니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해. (흐흐, 하며 웃다 당신의 질문에 웃음이 멈춘다.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과제 하다가는 조금 덜한데, 페어 되고 난 초반에는... 좀? 야, 아니, 원래 사람이라는 게 다 맞을 수는 없는 거야!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맞춰 가는 거지. 우리도 다 어린 시절이 있다~ 이거야. 그러니까... 너도 니샤랑 잘 맞춰가면 좋겠나 싶어서 물어본 것뿐이야.
평균적으로 첫 임시 페어와의 동조율이 50%만 넘어가도 정식 페어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치지. 페어들은 보통 이것보다 낮은 동조율로 시작해 합을 맞출수록 동조율이 상승하곤 하니까. 너희는 시작부터 60%를 넘어섰으니 니샤를 놓치는 건 네게 아까운 일이거든.
 
메건 J. 울프:(그러니까 과제하다가도 싸웠고, 페어를 맺은 후에도 싸운 거구나...) 아, 네... (그렇겠지...) ... (니샤랑 계속 페어를 맺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해본 적 없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애초 임시 페어를 맺은 것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서, 1학년으로 계속 머무르길 원했나? 하지만 이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날 거고, 제 앞에 있는 모하에와 에를리히 선배처럼 2학년-3학년-... 이 되겠지.) ...아쉽...아깝다고 해서, 니샤가 다른 친구랑 페어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뺏고 싶진 않아요. (니샤는 모두랑 잘 지내니까... 하고 중얼거리듯 말한다.) ...선배님은 동조율 몇 퍼센트셨어요?
 
유리 모하에:너에게 있어서 니샤를 놓치는 건 아쉬운 거야, 아까운 거야? (...) 니샤는 타고난 타인과의 동조율 자체가 좀 높은 애 같긴 하더라. 아까 데려간 라가힛인가, 다른 애랑도 수치가 낮지는 않았어. 하지만, 어느 쪽이든 네가 니샤와 오래 함께 하고 싶다면 솔직해지면 되는 일이지. 니샤에게도, 너한테도. (그러니까 하고 싶다면 말로, 그리고 동조율 수치로 보이란 거야! 이런다. 언젠가는 너희도 '진짜 군인'이 될 날이 올 테니까.) ... 우리? 어땠더라... (미간을 구긴다. 기억을 되짚어 겨우 올라가면 떠오르는 것은,)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어. 50%는 넘었던 것 같은데. 과연 동조율 측정이 잘못된 게 아닌지 고민하던 때도 있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잘 맞으니 된 것 아니겠냐! (으하하, 웃는다.)
 
메건 J. 울프:... (그냥 애매하게 웃는다. 당연히,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깝다'는 조금 더 욕심이 있는 쪽에 어울리겠지. 그정도로 니샤를 욕심내진 못한다.) ...그게, 음... (어쩌다보니 고민 상담 시간이 된 것 같은데.) 니... 카우르. 는... (아까 나, 니샤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겠지? 눈 내리며 말한다.) 좋은 친구랑 페어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같이 재미없는 애 말고요. (제 머리 긁적이다가,) 선배 둘이 합을 맞추는 것도 언젠가 보고싶어요.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서, 니샤를 보조하기에 좋지 않을까.)
가능할까요?
 
유리 모하에:너는 널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쯧, 혀를 가볍게 찼다.) 일단 넌 너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자신에 대해 잘 생각해 봐. 시간은 많으니까. 그, 친해지고 싶으면 호칭부터 바꾸고. (방금 니샤라 잘 하더만. 스치듯 말한다.) 우리 전투? 당연하지! (흔쾌히 답한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면 뭘 못 해주겠어? 요한 허락은 안 받았지만... 뭐, 하자 하면 한숨 쉬면서도 해줄 애거든. 내가 잘 얘기 해볼게.
 
그런 대화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에,
 
도서관 내 정숙이라는 예절도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누군지 보기도 전에 당신은 팔을 잡아채여 일으켜 세워졌다.
 
메건 J. 울프:???
 
?: 메건! 너 가상훈련 때 니샤랑 임시 페어 맺었던 애 맞지. 빨리 와! 설계 반동 터졌어!
 
메건 J. 울프:네? 네... 네??? (얼결에 같이 이동하며) 설계 반동이 터졌다고요?
 
6
 
유리가 몸을 튕기듯 일어났다.
 
유리 모하에:얼른 따라와! 설계 반동이면 제2의무실로 실려 갔을 거야!
 
메건 J. 울프:(얼굴 하얗게 질린다. 다쳤을까? 다쳤으면... 입 다물고 제2의무실로 향한다.)
 
의무실 바깥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상황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밝은 하늘색 에너지가 문 밖까지 일렁이고 있었다.
 
그 위로 검붉은색 에너지가 얹혀 피처럼 뚝뚝 흘렀다.
 
유리는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의료진 두 사람이 발작하는 니샤를 억누르고 약을 주사하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를 지경이고, 식은땀이 침대보를 적시고 있었다.
 
니샤는 괴로운 듯이 가슴을 움켜잡고 있다.
 
메건 J. 울프:...니샤! (생각한 것보다 상태가 더 안좋다. 니샤쪽으로 가까이 가다가,) 어, 어떻게... 어떻게 해야하는 거예요?
 
유리는 급한 듯 당신의 물음에 답해주지 않고 침대 곁으로 달려갔다.
 
화면에 표시되는 에너지 파동을 읽은 유리는 낭패라는 듯이 외쳤다.
 
유리 모하에:안정도가 엉망이야! 선생님, 약물로 해결이 안 되는 수준인가요?
 
선생님: 반동이 너무 심하게…… 같이 시험 치르던 학생이 심하게 긴장했던 모양입니다.
 
메건 J. 울프:(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설계반동, 말은 들어봤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는...) ... (모하에를 따라 화면을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저기, 그... 제일 동조율이 높았던 페어, 설계자입니다. 제가 뭘 해야할까요? 뭘 할 수 있을까요?
 
니샤의 페어는 노노이 라가힛,
 
‘입학 시험 때 5등인가 했다던’ 그 동기.
 
이를 악문 유리의 시선이 허공에 머물렀다.
 
정확히는 정체 모를 검붉은색 에너지의 흐름을 따라서.
 
그리고는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유리 모하에:당장은 방법이 하나뿐인 것 같다. 설계 반동이 이 정도로 왔으면 너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이러다 얘 죽어!
 
선생님: 아니, 유리 학생. 설계 반동이 위험하긴 해도 죽는 정도까지는…….
 
유리 모하에:죽어요!
 
메건 J. 울프:(죽어...?) ... 안돼요. (입 꾹 다물고...)
 
무슨 확신이라도 있는지 고함을 지른 유리가 올올히 일어서 불타는 눈으로 당신을 쏘아보았다.
 
유리 모하에:이거 에너지 주입 정도로는 안될 것 같아. 언약해. 정식 페어 맺으라고.
 
7
 
유리 모하에:정식 페어가 된 순간 에너지 유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니, 날뛰는 각성자를 안정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야. 어쩔래?
 
메건 J. 울프:...네? 아, (아니...) 상호 동의해야 할 수 있는... (절차잖아요! 외치려던 찰나, 여전히 니샤가 침대에 부딪혀가며 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본인 앞머리 박박거리다가,) ... 정말 죽어요?
 
유리 모하에:정말 죽어. 그런 게 아니라면 나도 안 이래! (당신을 보는 시선이 날카롭다.)
 
메건 J. 울프:... (눈 질끈 감았다가,) 할, 할게요. (깰 수 있는 방법이야 찾을 수 있겠지. 니샤가 싫다고 한다면...) 니샤의 에너지는 완전히 풀려있는 상태죠?
 
유리 모하에:지금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니 풀린 것과 같지. 네가 네 에너지로 눌러주면 돼. 정 걱정되면 나중에 언약을 푸는 수단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한숨을 쉰다.) ... 꼭 살려.
 
당신이 정식 페어를 맺는 것에 동의한다면, 유리가 의료진을 이끌고 의무실 바깥으로 나간다.
 
‘페어 언약’ 절차시엔 근처에 다른 각성자가 있어서는 안 됐다. 에너지가 엉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남은 건 당신의 몫이다.
 
메건 J. 울프:(푸는 수단이 있다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미안, 니샤. (그럼 이제 경로를 설정하면 되나?)
 
메건 J. 울프:(마음이 울렁울렁 거린다. 그것을 차분하게 해보려 노력한다. 자신의 불안정한 에너지마저 섞여 더 큰일이 나면 안되니까. 거울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투명하게...) ... (불순물은 닦아버리고, 투명하게, 상대방을 비추는 거야. 내가 찾는 길은 내 심장부터 니샤의 심장까지. 경로를 가늠하듯 니샤의 심장께 부근에 제 손 가져다 댄다. 완전히 닿지는 않고.) ...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니샤 카우르:(온 몸에 에너지가 날뛴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속으로 숨이 아닌 물이 들어차는 듯하다. 희미한 시야 너머 당신이 보인다.) 메건... ... 나, 죽기 싫어. (입의 벙긋거림과 맞추어 시야가 다시 흐려진다. 입으로 낸 말은 형태를 갖추어 감정으로 돌아온다. 눈물이 흐르는 감각마저 느껴지지 않는 채로,)
전기수리
기준치: 90/45/18
굴림: 3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메건 J. 울프:안 죽어. 절대 안 죽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니샤의 어깨를 머뭇거리다 다독거린다.)
 
...
 
…간난신고 끝에 뜨겁고 전류 같은 에너지가 심장까지 메다 꽂혔다.
 
일견 자해와 비슷하다는 기분이 들 만큼 무자비한 방식의 지배였다.
 
심장을 움켜쥐는 에너지의 흐름,
 
온전히 열어젖힌 정서,
 
경로,
 
녹은 금속처럼 무섭도록 달아오르는 두 사람의 체온,
 
세상을 묘사한 페이지가 불타 부스러지고 판정과 글줄로 이루어진 우주에 오로지 둘만이 온전한 것처럼.
 
...
 
잠시 후, 자연스레 피어오른 에너지가 탁한 푸른 빛을 뿌리며 허공을 맴돌기 시작했다.
 
고통으로 인해 생리적 눈물이 맺힌 니샤의 시선이 당신을 본다.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에너지 유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전까지 되지 않던 것이 지금 이 순간부터는 수월하게 가능할 것 같다.
 
니샤가 아주 멀어지더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감각.
 
열병에 들뜬 사람처럼 니샤는 힘겹게 숨을 쉬고 있다.
 
큰 추위에 시달리는 듯했다.
 
에너지 유량은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반동으로 인해 고갈된 에너지가 도로 채워 지질 않으니 추위를 느끼는 것이다.
 
이것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사람의 체온, 그리고 접촉으로 건네주는 에너지 주입 뿐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안다.
 
메건 J. 울프:(심장이 너무 저릿해서... 입을 꾹 다문다. 혹시나 비명이라도 지를까봐. '제2의무실' 이라는 공간. 공간의 개념은 심장의 관통과 함께 사라진다. 가느다랗게, 하지만 거세게 자신을 투영하는 하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그 흐름에 자신의 비명따위를 전해주고 싶지 않다. 더한 고통은 얹어주고 싶지 않다. 그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청명한 하늘색과 흐린 은색의 에너지로만 이루어진 우주에 붕 떠있는 기분이다. 니샤를 멍하니 내려다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탁한 푸른 빛이 주변을 맴돈다. 두 눈이 마주쳤을 때, 그제야...) ... (바닥을 딛고 있어 어색함을 느낀다. 바닥에서 발을 뗀 적은 없었음에도.) ...니샤? (속삭이듯 상대방을 묻는다.) ... (많이 추운거지. 중얼거리며, 니샤의 손을 쥐어보곤 접촉을 통해 에너지를 주입해본다.)
 
니샤 카우르:(심장을 관통하는 전류. 그 사이에서 이질적인 은색을 보았다. 나의 것이 아니기에 느껴질 리 없었던 색이 내 안을 비집고 들어왔다. 심장이 뛰었다. 터질 것 같던 방금의 것이 아닌, 다른 느낌. 마치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것 같은, 그래서 오묘한 긴장과 이해할 수 없는 들뜸이 함께 찾아오는, 그런 모든 것이 시작과 같은 울림. 신체가 말하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무언가 다를 거라고. 그것을 예고라도 하듯. ... 다시 돌아온 현실감에 눈을 돌리면 당신이 있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른다.) ... 메건. (조금은 익숙해지는 그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 나 살았어?
 
메건 J. 울프:살았지. 죽는다라는 말은 그만해... (안심이 되었는지 흐릿하게 웃는다.) 지금은 어때?
 
니샤 카우르:... 좀 추워. 그래도 아까보다는 나아. ... 당연한 소린가... (다른 손을 들어 저를 잡고 있는 당신의 손에 올린다. 가볍게 떨린다.) 왜 이렇게 된 거지... (한숨만 쉰다.)
 
메건 J. 울프:...음... (엉거주춤 몸을 약간 좌측으로 기울였다가, 우측으로 기울였다가...) ...차... (라리 안는 편이 더 빨리 괜찮아질까?) ... (말할 용기가 나지도 않고, 그럴 행동을 할만한 용기도 나지 않아서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와 네 손 겹쳐잡는다. 꼭 기도하듯 쥐고는,) 심하게 긴장했나봐. 그⏤ (이름이 뭐더라...) 친구가.
 
니샤 카우르:(...) 가끔 메건은...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바보 같아. (작게 웃는다. 벌써 괜찮아졌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노노이 라가힛? ... 그게 긴장 수준이었나... (눈을 꾹 감는다. ... 그리고 다시 뜬다.) 아무리 긴장해도 그렇게 못할 수가 있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메건 J. 울프:(방금 행동은 본인이 생각해도 멍청해보였기 때문에... 눈 가만히 굴리다가-창피하다.-그나저나 노노이 라가힛이었구나...) ... 시험이 어땠는데?
 
니샤 카우르:시험 자체는 평범했거든... 저번에 우리가 했던 것 같은 거. 그런데, (... 말을 멈춘다.) 난 무슨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 그렇게까지 조절을 못할 줄은... 원래 안 그랬던 것 같았는데. (얌전히 누워서 말한다... 조금 꼴이 웃긴가.)
 
메건 J. 울프:음, ... (동조율이 그래도 괜찮은 편 아니었나?) 그렇구나. (그러게, 노노이 라가힛은 왜 그랬대. 하고 맞장구 치기도 애매한 노릇이므로 싱겁게 대답할 뿐이다.) ...문제가 하나 있어, (니... 하고 말하려다 카우르, 로 정정한다.) 물론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곤 하지만, 그, 언... 언약을 맺은 상태...라서. (횡설수설...)
당분간은... (그러니까 니샤가 완전히 괜찮아질때까지.) ... (소문나면 어떡하지?)
그... (그러니까, 해야 하는 말이...) ...미안...
 
니샤 카우르:(귀신 곡할 노릇이다. 적당히 말하곤 입을 쭉 내민다. 흥.) ... 언약? (눈을 천천히 감는다. 어렴풋이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당분간은? 언약 상태로 있자고? (뱉는 말은 덤덤하다.) 그래. 메건이야 나랑 동조율도 가장 높았고, 그 말은 가능성도 가장 높은 거고. 그렇게 생각하면... (눈 뜬다.) 난 괜찮은데? 넌 뭐가 그리 걱정인 거야. (참!)
 
메건 J. 울프:아, 응... (당분간은...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혹시 모르는 거니까.) ...괜찮다고? 하지만... ... (너에게 있어서 니샤를 놓치는 건 아쉬운 거야, 아까운 거야? 불연듯 모하에의 말이 떠오른다. 분명 아쉬웠는데, 지금은 아깝다.) ...카우르, 만 괜찮다면. (페어로 삼기에 더럽게 재미없는 사람이더라도,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그런 능력을 가지면, 그래도 옆에 서기엔 괜찮지 않을까. 동조율을 더 높이고, 더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것저것, 걱정돼. (힘없이 웃는다.)
 
니샤 카우르:나야 괜찮지... 뭣보다 '네가' 날 살려줬잖아. 그럼 싫다 할 이유도 없는 거 아니야? (단순하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제일 편하잖아, 여러모로.) 그러니까 걱정할 이유도 없다고. 오히려 네 의사를 고민해야 하지 않나 했는데. 네 성격상... 얼떨결에 왔을 것 같아서. (흘끔... 좀 흘겨본다.)
 
메건 J. 울프:(이쪽은 과하게 생각이 많다. 직접 뱉어내는 말이야 시시하기 짝이없지만.) 얼떨결에 온 건 맞긴 하지만, 나는... 괜찮아. (페어 언약도 떠밀리듯 한 감은 있지만, 완전한 본인의 의지였다.)
 
니샤 카우르:(다만 사람이란 무릇 중화된다. 사람 또한 화학 법칙에서 벗어날 리 없는 생물의 일종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일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 그럼 말 끝난 건가? 우리는 페어. (...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당신과 동일한 선상에서 시야를 맞추고 싶었다. 그런 사이일 테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메건 J. 울프:('우리는 페어 라니.얼떨떨하다.) ...아, (상체 일으켜 앉는 양에 움직임 돕는다. 그렇게 엉거주춤, 눈 마주치고.) 잘, 부탁해. (끝이 약간 떨렸을지도.)
 
모하메드 5세 광장에서 모하메드 알 한살리 거리를 따라 바다 쪽으로 10여분 걸으면
 
대형 선박들이 정박한 카사블랑카 항구가 나타난다.
 
유럽 국가들과의 거의 유일한 교역 통로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오전부터 카사블랑카 항구에서 짐을 잔뜩 실은 트럭 여러 대가 각성자사관학교로 들어왔다.
 
.
 
새 나라가 만들어졌다고 한들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새 벽돌을 올릴 까닭은 없었으므로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도시들은 저마다 기존 건축 양식을 아직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모로코의 상징은 흰 벽에 녹색 지붕을 이은 호화롭고 장대한 건물들.
 
아라베스크 문양이 조각된 나무판이 벽면을 둘러싸고, 안뜰은 대리석으로 꾸민다.
 
젤리즈 타일이 섬세하게 벽을 장식했고,
 
세밀한 조각과 촘촘한 문양은 사람을 황홀케 했다.
 
종교 건축물처럼 웅장한 파사드를 지나
 
여러 개의 건물을 거쳐 이르는 중앙 정원은 안달루시아풍이다.
 
...
 
오늘은 각성자사관학교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베로니카 주간’ 둘째날이다.
 
본래 카사블랑카에는 없었던 명절이고,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래한 것도 아닌 절일이지만
 
학생들은 베로니카 주간을 좋아했다.
 
초대 학장이 어릴 적 동생의 생일이 되면 가정에서 하던 놀이를 시험 삼아 내놓았던 게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 이제는 아예 축제 주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학생들은 이미 손에 맥주 한 잔씩을 든 채
 
동아리들이 준비한 행사에 참여하거나 미로 찾기 놀이에 끼는 등 즐거워하고 있었다.
 
당신도 출발할 때가 되었다.
 
1학년들은 메인 게임에 참여해야 했으니까.
 
두 사람이 짝을 이뤄 한 조씩.
 
그러니까,
 
지금 기숙사 밑에는 니샤가 기다리고 있다.
 
메건 J. 울프:(늦었, 다... 옷 갈아입느라 산발이 된 머리 대충 슥슥 손으로 빗고 우당탕 뛰어나와 아래로 향한다.)
 
니샤 카우르:(기숙사 앞. 여럿 지나가는 학생들과 간간이 인사를 나눴다. 얘는 언제 내려오는 거야? 어느 정도 의문이 들 때 즈음, 몸을 돌려 문을 바라본다. 아, 왔다.) 메건~! (높이 손 흔든다.) 왜 이렇게 늦었어!
 
메건 J. 울프:(이제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는다. 지각은 별개의 문제지만.) 미, 미안. 시간을 착각해서... 많이 기다렸어?
 
니샤 카우르:아니, 그렇게 오래는 아니고. (헤... 웃는다. 사실 이쪽도 조금 늦었다. 그래도 안 늦은 척...)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으면 그냥 그렇다 말하고 준비하지. (당신 머리 머저 정리한다. 여기 넘어갔어.)
 
메건 J. 울프:아니... 준비는 얼마 안걸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신경 안쓰고 나오는 것 같나? 생각하다가-물론 실제로 신경을 많이 기울이진 않았다-닿는 손에 멍... 하고 바라보다가 화들짝 뒤로 물러선다.) 아 그, ... (안경 고쳐쓰고는) 더 늦기전에, 갈까?
 
니샤 카우르:(당신 말 찬찬히 들으면서 만지다 물러남에 멈칫한다. 곧 가벼운 웃음과 함께, 당신의 팔을 잡아 끈다.) 그래, 너무 늦으면 참여도 못 할걸! (그대로 목적지를 향해 뛴다.)
 
두 사람은 함께 정원으로 향한다.
 
.
 
이 계절이면 흐벅지게 피어 청명하게 빛이 나는 타라미러꽃이 너른 정원과 온실에 가득했다.
 
햇빛을 아름답게 반사한다 해서 '미러'.
 
그 빛이 시야에 들어올 때, 꽃이 별처럼 빛나는 것 같다 해서 '타라.'
 
실로 따지자면 일반적인 들꽃과 생김새는 다를 것이 없었으나
 
꽃잎에 앉는 빛을 다른 꽃보다 유독 청아하게 반사했다.
 
이 빛이 있기에 타라미러꽃은 '타라미러꽃'으로 불릴 수 있었으리라.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면 더욱 장관이었다.
 
야자수 아래의 흰 벽돌과 로코코식 낮은 울타리 안에 피어나 깨질 듯이 반짝이는 꽃들.
 
군데군데 켜 놓은 조명이 부드럽게 퍼지면서 만드는 야경,
 
속살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
 
낭만적이고도 뜨거운 열대의 밤.
 
축제 둘째 날,
 
이 밤에는 베로니카 주간의 핵심적인 행사인 ‘타라미러꽃 찾기’가 열린다.
 
종종 피어나는 돌연변이를 아예 품종으로 만든 반투명한 잎의 타라미러꽃이 있는데,
 
이 특별한 꽃을 푸른 꽃들 사이에 단 서른 송이만 숨겨 놓는다.
 
학급마다 정원을 돌며 은색 꽃을 가장 많이 찾아낸 사람이 상품을 받는 놀이였다.
 
두 사람이 짝을 짓는데, 이번에도 니샤와 메건은 한 팀이 되었다.
 
설계 반동이라는 상황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당신의 바람과는 다르게 1학년인 주제에 벌써부터 정식 페어가 되었다는 것이 소문 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꽤 이목을 끄는 한 쌍이었다.
 
아마 이것에는 니샤의 탓이 컸을 게 분명했다.
 
그 마당발을 어찌 무시할 수 있겠으랴.
 
게임 시작이라는 소리와 함께, 온 학급의 페어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니샤 카우르:(메건 본다.) 우리도 갈까?
 
메건 J. 울프:응. (구석구석 찾아내는 건 꽤 즐거울지도, 생각하며 정원으로 향한다.)
 
니샤 카우르:(정원으로 향하면 보이는 것은, 푸른 빛깔의 타라미러꽃밭. 이 사이 반투명 꽃이라니, 분명 찾기 어렵겠다. 당신의 옆에 붙어 꽃밭 사이를 거닐기 시작한다.) ... 어디, 뭐 특이한 꽃 보여?
 
메건 J. 울프:(니샤는 거리감이 없어... 생각하며 어색하게 걷다가,) 아직은 그다지. 초입에 곧장 두진 않았을텐데... (그렇다고 너무 먼 곳에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집중에서 꽃을 찾고자 한다면
 
메건 J. 울프:(상대방과 무엇을 해보겠다, 라는 생각은 하나도 없고 그저 타라미러꽃을 찾기에만 열중하는 중.)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푸른 꽃 사이, 이질적인 잎을 가진 것이 하나 보인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있으니까.
 
메건 J. 울프:...저건가?
 
니샤 카우르:어, 어디? (메건이 보는 쪽 따라서 고개 내민다...) 안 보이는데. (눈이 좀 침침하다...)
 
메건 J. 울프:(허리 굽히곤, 손가락으로 잎 살짝 건든다.) 보여? (정말 투명하네. 신기하다...)
 
니샤 카우르:(따라 허리를 굽히자, 보이는 것은...) ... 신기하다. 이게 그, 품종이라는 거지? 어떻게 한 거람... (잎 조금 건드리다 줄기를 잡고 뚝, 꺾는다.) 이대로 가져가면 되겠지? (꽃 바라보다... 당신 바라보다 이 김에 당신 귀에 꽂아버린다.)
 
메건 J. 울프:응, 잎이 반투명한 돌연변이. 약간 물고기 비늘 같기도 하고... (뭐가) 내가 챙길... (게, 라고 하다가 귀에 꽃이 꽂힌다. 눈 굴리다가,) 이런식으로 챙겨갈 생각은 없었는데, (하고 약간의, 아주아주 약간의 웃음기 밴 목소리로 말하며 꽃을 빼내 주머니 속에 넣어둔다.)
 
니샤 카우르:물고기 비늘이라니... (조금... 어이 없다는 얼굴 한다. 장난스럽지만.) 그래도 이렇게 예쁜 꽃을 보고 비늘이라니! (깔깔... 조금 웃다가 당신이 꽃을 빼면 아, 탄식한다.) 왜애, 일부러 꽂아둔 건데. 원래 이런 날에는 하나씩 꽂고 다니는 거라고 (겠냐)
(이 참에 하나 더 찾아야겠다... 이쪽도 바닥 살펴본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나 다시 꺾어 들음...)
 
메건 J. 울프:...닮지 않았어? ...닮은 것 같은데... (주머니에 넣은 꽃의 생김새를 다시 생각해보다가) 그건 조금... (그래. 하고 짧게 이야기한다.) ...그래도 만약 꽂을 거면 푸른색이 좋은 것 같아. 별로 꺾고 싶진 않지만. (상대가 들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뭉개며 중얼거리다가,) 하나 더 찾았네. 이 근방에 모여있나?
(주변 두리번... 아마 없을 것 같은데. 몇걸음 떨어진 곳을 살펴본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돌연변이 타라미러꽃이 한 송이 더 보인다.
 
메건 J. 울프:하나 더 찾았어. (하며 꺾어든다.)
 
니샤 카우르:비늘은 조금 더 매끈거리고, 또... (...) 비린내 날 것 같으니까?(이런다.) 뭐... 꽃도 생명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꺾기 미안하지만. (... 그래도! 몇 송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안일한 생각을 한다. 자신 옆에 있는 푸른 꽃 하나 꺾어 다시 꽂는다.) 이건 빼면 안돼, 알겠지? (짓궂은 웃음. 자신이 들고 있던 돌연변이 꽃도 메건에게 넘겨준다.) 이대로면 1등 하겠는데?
 
메건 J. 울프:그런가? 카우르, 생선 싫어해? (이쪽은 꽤 좋아하는 편...) 어쩔 수 없지. 이건 놀이니까... (그런 룰이고, 하고 중얼거린다. 꺾는게 미안하다면 뿌리채 파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정말... 해...? (어정쩡하게 눈 굴리다가 네게서 돌연변이 꽃을 받아든다. 받아들고 가만히 있다가,) 카우르도 하나 꽂아. 이건 비린내 안나니까. (되돌려준다.)
 
니샤 카우르:싫어하지는 않는데, 굳이 찾아서 먹지는 않는 정도? (난... 육고기가 좋아. 진지한 척 말한다...) 응. 해줘. (이것도 사뭇 진지한 투. 건넸던 꽃이 다시 제 손으로 돌아온다면, 멋쩍게 웃는다.) 누가 보면 페어라고 사이좋게 꽂고 다닌다 하겠다. (그럼에도 거절하지 않는다. ... 귀에 꽂고 당신을 향해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린다. 괜찮냐는 둥.)
 
메건 J. 울프:아하. (그정도면 싫어하는 거지... 끄덕인다. 점심을 같이 먹을 때 종종 샌드위치에 고기가 잔뜩 들어있던 걸 떠올린다. 먹다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가득가득...) 알고 있어. (그러며 본인 귓가에 꽂혔을, 시야로는 끄트머리만 간신히 보이는, 코로는 향만 은은하게 맡아지는 꽃을 손가락으로 건들여본다. 나가기 전에 빼야지, 빼야지... 생각하며) 그런가. 그렇지 않아도 소문 났는데... (멋쩍게 웃는다. 네 물음엔 진지하게 응, 잘 어울려. 라는 답을 한다. 색의 조화가 정원을 옮겨다둔 모양새다. 파란색 꽃이 가득한 곳에 심어져 있는 은색 꽃.)
(조금... 낯간지러운 것 같은데, 왜 그렇지? 생각하며 주변 두리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이 근방은 다 찾아본 것 같아 보인다.
 
메건 J. 울프:이동할까? 여긴 아마 더 없을 거야.
 
니샤 카우르:(귀 위에 닿는 꽃잎이 간지럽다. 바람을 타고 흔들리며 피부 위로 닿는 감각이 어색하다. 몇 번 귓가를 만지작거리곤,) 그럼 반대쪽에서부터 다시 찾아볼까. 다른 애들이 찾았을 가능성도 있긴 할 텐데. (... 모르겠다. 일단 당신을 끌고 달린다. 너른 꽃밭, 움직임에 따라 수술대에서부터 쉬이 떨어져 날리는 푸른빛의 입자.) ... 원래 메건은 이런 거 잘 참여 안 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막상 나와보니 괜찮지 않아?
 
메건 J. 울프:(언제나 끌고 달리는구나, 생각한다. 사실 앞모습보단 뒷모습이 더 익숙해서.) ...그야... (네가 이런 걸 좋아할테니까,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필요없는 말을 몇 번 걸러내며 숨을 고른다. 저질 체력.) ...명절...이고? 또... ...까먹었네. (어색하게 웃고는) 네 말이 맞아. 방 안에만 있었다면, 몰랐겠지.
괜찮은 것 같아. (잔잔한 밤에 푸르게 피어있는 꽃이, 그리고 그곳에 서있는 니샤를 보는 게.)
 
니샤 카우르:그게 다야? 가끔 넌 바보 같을 때가 있어. (상체를 숙이며 깔깔 웃는다. 낭만적이고 뜨거운 열대의 밤, 우리는 열기를 헤치며 달린다. 그 열기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쓰러질 때가 되어서야 바닥에 드러누워 별을 세어 나가겠지.) 이런 경험을 방 안에서만 썩히면 아깝잖아. ... 이게 너에게 그리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놓치기 아까워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리워하게 되는, 그런 시간.)
그럼... 여기서 다시 찾아볼까? (어느 정도 멀리 달려나오자, 바닥에 다시 집중해본다. 있을까...)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짠~ 한 송이 더 들어올린다. 짱.)
 
메건 J. 울프:(깔깔 웃는 소리에 본인도 흐리게 웃어버린다. 소리내서 웃어본 적이 언제더라? 이래도 저래도 그냥 저냥 밍숭맹숭 싱겁게 넘기기 일쑤라서. 뭐든지 생생하게 화내고 웃고 감정을 드러내는 너와 반대로.) 1학년 때에만 참가할 수 있는 행사라고 하니까, 아마 그럴거야.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니까. 나는 네 덕에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있어, 니샤. 직접 본인에게 말은 하지 못해도, 부드럽게 올라가는 입꼬리가 감정을 숨기질 못한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상상이나 했던가. 언제나 눈은 니샤에게 향하고 있었지만, 그와 교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카우르는... 어때? (다른 친구와 있었다면 훨씬 즐겁게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생각한다. 동시에 바로 물어보면 그리운 시간이라고 대답해! 라는 강요처럼 느껴지려나, 생각하기도 하고. 조금 더 무성의하게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고개를 숙이곤 꽃을 찾는다. 네가 먼저 찾은 걸 확인하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대단한걸. 몇개째야?
 
니샤 카우르:(웃음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하품이 전파된다는 것처럼, 슬픈 감정은 전달된다는 것처럼. 웃음 또한 그렇게 스며든다. 같이 웃는 것만큼 '함께' 있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행위가 또 있을까.) 그 사이에 내가 있으니까 더 아쉽지? (자신감 하나는 여전히 넘친다.) 그리고 나도 그래. (웃음소리가 미소로 변해간다. 페어. 이제는 미래에 서로가 있을 그런 관계. 관계의 첫 순간을 그리워 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그만큼 시작이라는 것은 소중하니까. 당신이 그 시작에 함께 있었으니까. 이제는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다.)
후하하,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뜻이지. (아니다) 이제 슬슬 모일 때도 된 것 같으니까 다 가지고 가볼까?
 
메건 J. 울프:(고개 끄덕이며) 응. (네게서 꽃을 받아든다. 네 귓가에 있는 꽃은 돌려받지 않고, 본인 귓가에 있는 꽃 역시 빼지 않은 채로 사람들이 모여있을 장소로 향한다. 정말 명절이구나, 축제구나. 푸른 꽃이라 해서 모두 같은 종은 아니다. 향하는 길에 지나치는 발치. 소담하게 핀 물망초, 그러니까 Forget-me-not을 발견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에게, 걱정하지 마, 잊지 못할 거야, 라는 속마음을 담은 눈길을 던지곤 집합 장소로 마저 걷는다.)
 
집합 장소에 모이면 나뉘었던 학생들이 손에 타라미러꽃을 들고 서있다.
 
얼마나 모아왔는지 확인할 시간이다.
 
메건 J. 울프:
기준치: 50/25/10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꽃밭에서 꽃 찾기라니.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도 다름 없는 게임이었다.
 
수 많은 학생들이 검소한 수를 자랑했다.
 
하나, 하나, 둘, 여기도 하나...
 
가장 많이 찾은 페어가 넷.
 
니샤 카우르, 메건 J. 울프. 둘의 이름이 불린다.
 
1등을 한 소감은 어떠한가. 기대는 하고 있었는가?
 
메건 J. 울프:... (그러니까, ... 그러니까? 니샤 돌아본다.)
(처음이야 게임에 열중하다가, 점차 니샤와 있는 시간 자체를 즐기게 되어서, 게임의 승패따위는 고려하지도 않았는데...)
 
니샤 카우르:우리가 1등이래~! (메건 꼭 옆구리에 끼듯 안아준다... 어쨌든 1등이란 명성은 기분 좋으니까.)
 
물론 1등 상품이라 해봤자 소정의 용돈 정도겠다.
 
메건 J. 울프:(악) ... (악...! 속으로 소리없는 비명이나 지르다가, 슬쩍 몸 빼낸다.) ... (어색하게 있다가 ...하이파이브? 라며 손바닥 펼쳐보인다.) 상품은 네가 가져가. 카우르가 거반 다 찾았는걸.
 
니샤 카우르:(헤실헤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웃는다. 하이파이브 힘차게 해버리기.) 됐어, 같이 나눠야지! 나 혼자 찾은 것도 아니고, 뭣보다 페어인데. 내일 같이 뭐 사먹기나 하자. (이런다...)
 
그렇게 열대의 밤이 지나간다.
 
푸르고 투명한 꽃송이만 여럿 남겨두고.
 
...
...
 
베로니카 주간의 셋째 날.
 
늦게까지 잠들지 않았던 학생들이 오전나절 내내 침대 위나 뒹굴며 쉬고 있었기에 학내는 고요했다.
 
----!
 
평화를 깬 것은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명이었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학생이 그 방향으로 뛰쳐나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어떻게 할까? 창문을 통해 내다봐도 좋고, 직접 가 봐도 좋다.
 
메건 J. 울프:(창문을 통해 내다본다... 뭔 소리지?)
 
학생: 라가힛!
 
학생2: 누가 응급콜해! 빨리!
 
쓰러져 발작하며 피를 토하는 학생을 둘러싸고 주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 틈을 뚫고 군홧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2주 전 들이닥쳐 아직도 ‘불온 게시글’ 사건을 수사 중인 헌병대원들이었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헌병대 예장에는 기묘한 모자-가면-투구가 포함되어 있다.
 
서아프리카 도곤족의 전통을 따른 사팀베 마스크가 그것이다.
 
디자인 자체는 서아프리카 전통에서 따온 것이니 이상하다고 할 게 없지만,
 
가면을 쓴 헌병대가 붉은 줄과 구슬을 관자놀이에 드리우고
 
표정을 감춘 채 사람들을 내려다보면 아무래도 조금 두렵기 마련이다.
 
죽음의 사자가 내려다보는 광경 속인 것처럼,
 
...
 
노노이 라가힛은 바닥을 긁으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손톱이 깨지고 피를 토하는 소년의 몸 위에서
 
검붉은 에너지가 마치 자아를 가진 듯이 움직이며 그를 감싸 죄었다.
 
요한 에를리히:무슨 일이야!
 
라가힛의 꼴을 보고 놀란 요한이 달려와 몸을 구부렸다.
 
엎드려 울부짖는 소년을 껴안아 달래고,
 
뒤집어 똑바로 눕히고,
 
눈에 품은 렌즈로 아주 오랜 노출을 주어 사진을 찍듯이 그 광경을 들여다본다.
 
메건 J. 울프:(지금 저러고, 마냥 내려다보고만 있을 상황 아니잖아? 대체… 그러나 본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찬가지로, 마냥 내려다보고만 있다.)
 
요한 에를리히:의료진 아직 안 왔어?! 누가 1학년 니샤 카우르 좀 불러! 라가힛은 니샤와의 동조율이 가장 높지 않았나?!
 
부르지 않아도 소란을 듣고 이미 니샤는 군중이 둥그렇게 모여 선 한중간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그가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
 
안에서부터 폭탄 스위치가 눌린 것처럼 노노이 라가힛은 말 그대로 터졌다.
 
공중에 살점과 피가 흩날리는 광경을 굳이 무참하게 묘사할 필요는 없겠다.
 
곁에 서 있던 요한과 니샤는 피를 흠뻑 뒤집어썼다.
 
메건 J. 울프: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메건 J. 울프:(현실감없이, 피로 낭자한 현장을 내려다본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순간이라 비명은 뒤늦게 산발적으로 커졌다.
 
비틀거리며 도망치거나 주저앉아 구토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 헌병대 한 사람이 노노이 라가힛의 가장 큰 부분을 집어들었다.
 
도곤족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많은 부족들이 가면을 자아 표현과 제식 수단으로 썼지만,
 
장례식에서 쓰는 가면은 오로지 사팀베 마스크 하나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저 표정 없는 얼굴은 더욱 두렵다.
 
인류의 기원 이후 아주 오랜만에 사람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가질 수 있었던 아프리카인들이
 
‘문명국’에서 넘어온 ‘비흑인’들을 ‘비문명적’ 방식으로 위압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아니었나 논설한 적이 있다.
 
억압받지 않던 자가 억압받던 자들의 방식을 야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 야만이 될까?
 
어떤 역사의 신성한 전통을 압제에 사용하는 것은 야만이 아닐까?
 
...
 
이제는 토론할 수 없다.
 
그 연구자들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고,
 
이 아프리카 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대부터 그러하였듯 기록보다는 구전이어서,
 
말할 입이 없어진 목소리는 이내 사그라들었다.
 
오래 내려앉은 그 침묵을 사르고 타는 불꽃처럼,
 
요한이 고함을 지르며 라가힛의 다리를 붙잡았다.
 
요한 에를리히:가만히 놔 둬!
 
그러자 라가힛을 집어들던 헌병대원이 빈 손으로 가면을 밀어 벗었다.
 
안에서 드러난 것은 이런 상황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인상이 참 좋은 청년이라고 평가했을 법한 남자의 얼굴이다.
 
메건 J. 울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 청년과 요한 에를리히를 번갈아 바라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저 둘, 퍽 닮지 않았나?'
 
그러고보니 사관생도가 헌병대원에게 함부로 반말을 해서도 안 된다.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일까?
 
메건 J. 울프:(형제... 인가?)
(친척일지도.)
 
남자는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메건 J. 울프:(주어진 현실을 부정하고픈 마음으로, 생각할 거리를 허겁지겁 주워들어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가…)
 
헌병대원: 노노이 라가힛의 신병은 헌병대에서 인수하겠다. 손을 놓기를 권유한다, 요한 에를리히.
 
요한 에를리히:이 애를 더는 훼손하지 마! 살아있을 때 가지고 논 걸로 충분하잖아, 미친 자식들아!
 
그러자 남자는 자비를 베풀겠다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라가힛의 가장 큰 부분’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고선 한쪽 무릎을 굽혀 자신과 닮은 얼굴을 바라본다.
 
헌병대원: 사관생도 노노이 라가힛에게는 즉결 처분 가능한 혐의의 증거가 있다.
 
요한 에를리히:…웃기는 소리 마!
 
헌병대원: 그가 불법적인 약물을 도핑해 그 부작용으로 발작을 일으켰다는 증언이 접수되어 수사한 결과 여러 혐의를 확보했다. 이 폭사(爆死) 역시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으니 부검이 필요하겠군. 수사가 종료된 후에는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여 유해를 화장하겠다.
불만 있나, 요한 에를리히? 그렇다면 정식으로 소를 제기하는 건 어떤가.
 
요한 에를리히:개새끼야! 닭이 시장 가는 것을 어떻게 거절한단 말이야!
 
이제 공화국 시민들은 다양한 옛 지역에서 유래된 속담을 다 섞어 쓴다.
 
‘닭은 시장 가는 것을 거절할 수 없다’는 말은 중부 아프리카에서 올라온 관용어구였다.
 
약자는 강자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메건 J. 울프:(닭은 시장 가는 것을 거절할 수 없다, ....) ... (선배는 뭔가 알고있는 거겠지.)
 
이성적으로 구는 요한답지 않게 점점 격앙되고 있다.
 
헌병대에게 이런 식으로 반항하다간 징계 감이다.
 
어떻게 할까?
 
메건 J. 울프:(그리고 알고 있겠지. 지금 하는 말이 워치에 기록되고, 다른 학생들에게 기억되리라는 것도. 아니, 모를까? 지금의 선배는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대로 두는 것은... 이대로 두면 안된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창가를 쥔 손은 식은땀으로 축축하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가라앉힐 시간이 있다면... 중천으로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다가, 가능하다면 이능력을 써본다. 반사시켜서 모두의 눈이라도 부시게 하려고. 태양이 눈부신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이능력이라고 의심하지도 못할 만큼.)
 
메건 J. 울프:
과학(물리학)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번쩍.
 
햇빛에 눈이 부시고 머리가 멍해졌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더라, 뭘 하고 있었더라.
 
현재의 목적도 까먹을 정도였나.
 
메건 J. 울프:(각도 조절 잘못했는지 본인도 눈 꽉 감았다 뜬다.)
 
저 멀리 싸우던 두 사람의 감정도 이에 따라 갈무리 되는 듯해 보인다.
 
결국 요한은 손을 놓았다. 놓을 수밖에 없었다.
 
노노이 라가힛의 시신은 결국 헌병대가 회수해 갔다.
 
메건 J. 울프:(잘... 된건가?)
(한숨이나 쉰다.)
 
니샤는 다른 친구들의 인도에 따라 방으로 돌아갔다.
 
오후 일정과 행사는 모조리 취소되었다.
 
학생들에게는 기숙사로 돌아가 경거망동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식의 공지가 내려왔다.
 
그나마 기숙사 안에서는 자유로이 다닐 수 있었으므로
 
친구들의 방과 방을 건너다니며 몰래 저들만의 추측을 속삭이고 있는 듯싶었다.
 
...
 
그 믿을 수 없는 소문은 학생회로 처음 전해져서,
 
기숙사 휴게실을 몇 개 거쳐 교정 전체로 퍼졌다.
 
독재에도 등급이 있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지독하리만치 세련된 통치 방식은
 
사람들을 자기 주도적으로 감화시켰다.
 
사람들은 공화국 정부가 정상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그렇게 몇십 년이다.
 
전시도 아닌 교내에서 헌병대원의 손에 학생회장이 죽었다고 한다.
 
이 문명적인 나라에서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한 잔인한 억압을 보면 일단 공포에 질려 입을 닫는 법이다.
 
...
 
이 모든 일이 돌아가고 있는 지금.
 
당신은 당신의 방에 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메건 J. 울프:(뜬소문이겠지. 생각하며 방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책상 위에 널려있는 십자말 풀이를 들여다본다. 아닐걸, 메건 울프. 알고 있잖아? 정말 죽었을 거야. 예상하고 있지 않았어? 예상했잖아, 교내의 시스템을 일부라도 조작하고, 정부에서 허락하지 않을, 그들의 뜻에 반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선배가 무사할 리 없잖아. 언젠가는 예감했잖아. ...) ...13번, 의미를 담지 않으나 담고 있는 것. 14번, ... (넋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린다. 십자말 풀이가 읽히지 않아서. 여러번, 여러번 반복해서야 아, 나 지금 13번을 읽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은 건 자신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스마트 워치엔 전부 기록되고 있겠지. 목소리에 떨림은 있으나 이정도는 자연스럽다. 선배가 알려준 이후로, 계속 의식된다. 의식되고, 또 의식되고...) ... (지금, 니샤는? 니샤는... 감정을 곧잘 토해내는데. 고개를 홱 들고는...) ...안 되는데... (중얼거리곤 기숙사 문 밖으로 나가 니샤의 방으로 향해본다.)
 
니샤의 방으로 향한다.
 
문을 두드린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니샤가 문을 급하게 열어 젖힌다.
 
메건 J. 울프:(니샤가 뭔가 말하려 한다면 손으로 입부터 막는다...)
 
니샤 카우르:(쾅, 소음이라 느껴질 정도의 세기였다. 문을 강하게 열어 젖히면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는 니샤일 테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나오면 당신이란 것을 확인하고 급히 얼굴을 푼다.) 메, (이름을 다 읊기도 전 입이 꾹 막힌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서도 안 되는 이 날 선 상황이 얼마나 숨막히는가. ... 입을 닫고 고개를 뒤로 뺀다. 몸까지 빼며 문을 조금 더 연다. 당신에게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겠지.)
 
메건 J. 울프:(눈이 마주치고, 빠르게 무언의 말이 오간다. 문을 조금 더 열어준다면, 방 안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니샤... 뭔가 무서웠던 거야? 아니면, 뭔가를 기다리고 있던 거야?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하나 고민한다.)
 
니샤 카우르:(당신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뒤 천천히 문을 닫는다. 녹슬어가는 경첩의 끼익거리는 불쾌한 소리, 최대한 달칵이는 소리를 줄이려는 신중한 움직임. 완전히 닫히면 먼저 운을 뗀다.) ... 내가 걱정이라도 됐어? 여기까지 다 오고... (돌아보지 않았다.)
 
메건 J. 울프:... (누굴까?) 아니,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해서. (말하는 동시에 네 책상으로부터 종이 하나를 꺼내서, 볼펜으로 적는다. 누구 기다리는 중이었어? 당연히 말을 함과 동시에 필기하는 건 익숙하지 않으니, 말의 속도는 늘어진다.)
 
니샤 카우르:(일상적인 이야기. 평소와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 작은 한숨.) 점심. 이제 슬슬 먹을 시간이지, 참... (돌아서 당신에게 다가간다. 누구를?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한 걸까. 내가 당신을 기다렸으면 했던 걸까? 어찌 되었든 또한 볼펜을 들고 그 문장 아래에 이어 쓴다.) 〔뜻이 있다기 보다는 반사적으로 나도 모르게. 네가 두드린 거라 다행이다.〕
 
메건 J. 울프:응. 아침 안 먹었지? ... 다들 그렇더라. (네가 적은 문장을 읽고는 생각한다. 겁 먹을만한 상황이 맞긴 해. 손가락으로 종이를 느리게 문지르다가,) [소식 들었어?] (간결하게 적는다.)
 
니샤 카우르:응. 지금 엄청 배고파. ... 오늘은 맜있는 거 안 나오려나. (말과 글을 혼동해 쓰고 지우기를 4번. 문장을 읽고 침울한 얼굴을 하기를 2번. ...) 〔누구보다 빠르게. ... 넌 믿어? 그 소문.〕
 
메건 J. 울프:글쎄, 평소랑 똑같지 않을까... (생각보다 굉장히 헷갈리네, 생각한다.) [소문이면 좋겠지만...] (마침표가 번질 즈음에야 마저 적는다.) 오늘은 카페테, 리아가 한산했으면 좋겠네. [소문이라면, 왜 그런 소문이 났을까?] (오히려 그 자리에 있던 건 에를리히 선배였다.)
 
니샤 카우르:가끔 먹기 싫은 것도 나오니까... 〔... 소문이라고 뜬금없이 나는 것만 있는 건 아니지.〕(문장을 쓰고 뜸을 들인다. 너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위험한 일에 등을 떠밀게 되지는 않을까. 다만 그런 때에도 당신이 있다면 든든할 것 같다고. 그렇기에 다음 문장을 적는다.) 〔나 조사하려 다녀보려고. ... 너도 갈래?〕
 
메건 J. 울프:(네가 적은 문장은 권유였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떨떠름해하며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했을지도 모르는, 권유. 지금은 꺼림칙하다기보단 차라리 안심이 된다. 니샤라면 혼자 조사하고 다닐 것 같았어... 예상했던 바였고, 혹여나 나쁜 일이 생겨 오늘처럼 소문으로 네 소식을 접하기도 싫었으니까.) [응. 어디부터 가보는게 좋을까?]
 
니샤 카우르:〔학생들이 많은 곳. 식당도 좋은 선택지라 생각해. 밥 먹을 시간이니까.〕... 그래도 밥 먹으러 갈까? 사람이 굶으면 안 되지. (...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동의 의사에 대한 안도, 그러므로 상냥한 재권유.) 가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있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잖아.)
 
메건 J. 울프:그래. 오늘은 그런 게 안나왔으면 좋겠네. ... (머뭇거리다가 손을 쥔다. 어쩐지 악수하는 모양새가 되어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고쳐 쥔다. 다른 손으로는 종이를 들고... 이거 어떡하지? 하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잘 접어서 본인 옷에 일단 넣어둔다. 방에 돌아가서 생각해보지 뭐...)
 
니샤 카우르:(작게 웃음을 흘렸다. 바보. 입을 벙긋거리며 소리 없이 말하고는 당신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그대로 당신을 끌어 현관을 나선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두 사람은 학생식당으로 향한다.
 
학생식당에는 헌병대원 두 사람이 경계를 서고 있다.
 
들어 보니 공식적인 사유는 어제 라가힛의 사건 탓에
 
교내에서 동요가 일어나는 것을 단속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감시가 있는 탓인지 학생식당은 영 조용하다.
 
학생들 몇몇이 눈치를 보며 식사를 하고,
 
주방 직원들도 친근하던 평소와 달리 좀처럼 말을 걸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메건 J. 울프:(헌병이...)
 
그때 직원 한 사람이 당신을 부른다.
 
들리지 않도록 조그맣게 속삭인다.
 
직원: 학생, 요한 군이랑 그 멘토인가 그거지? 요한 군이 어제부터 통 안 보이는데, 큰일이네……. 괜찮으면 이것 좀 전해줄 수 있겠어요?
 
라면서 직원이 건넨 것은 웬 달걀 두 개와 음료수였다.
 
메건 J. 울프:... (고개 미미하게 끄덕거리며 받아든다. 전해줄게요. 입모양으로 벙긋거리고, 본인 몫의 식사를 약간 더해 챙긴다. 어차피 입맛도 없고...)
 
그때, 그 광경을 유심히 보고 있는 학생 하나가 눈에 띈다.
 
1학년 명찰을 달고는 있는데 영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는 멀찍이 선 헌병대원들의 눈치를 보더니 식판을 돌려놓는 척 다가와 속삭였다.
 
메건 J. 울프:(얜 또 누구... 사실 아는 얼굴이 별로 없긴 하다.)
 
수습기자: 앙셰네 지 수습기자예요.
우리 빨대가… 아니, 미안해요. 그러니까 우리 취재원이, 학교에서 어제 큰일이 있었다고 하길래 내용을 알고 싶어서 몰래 들어왔어요.
 
메건 J. 울프:예?
 
수습기자: 뭐 얘기해줄 거 없나요?
 
앙셰네 지라면 풍자와 비판으로 유명한 대형언론사다.
 
메건 J. 울프:(얼빠진 얼굴로 되묻다가... 다시금 정신차린다.) 없어요. 막 일어나서 밥 먹으러 온 참이고...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세요. (헌병대원쪽 괜히 힐끔 본다.)
 
수습기자: (메건의 시선을 따라 기자의 시선 또한 움직인다. 그 끝의 헌병대원을 바라보곤,) …그렇군요. 혹시 나중에라도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 줘요. 부탁이에요.
 
그는 손에 명함 하나를 쥐여 주고 멀어졌다.
 
메건 J. 울프:(명암... 도 일단 주머니에 쳐박아둔다. 이건 어떻게 할지... 에를리히 선배한테 넘겨줘도 괜찮겠지, 생각한다.)
 
니샤 카우르:(제 몫의 식사까지 받아 당신의 곁에 서있다.) ... 다들 조용하다. 그치? (뭔가 말해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작게 속삭인다. 아쉽다.)
 
메건 J. 울프:(이쪽은 어정쩡...한 얼굴로 고개 끄덕인다. 뭔가 많이 일어났는데, 일단 밥부터 먹고 움직여야겠다 생각한다.) 에를리히 선배한테 가보려고. (그러며 들고있던 계란 보여준다.) 부탁을 받은 게 있어서.
 
니샤 카우르:(헌병대원에게서 떨어진 쪽 자리로 이동한다. 식탁에 식판을 두고 앉아 식기를 든다.) 간식 같은 건가... (밥 먹는다. 냠냠) 밥 안 챙겨 드시는 걸까? (단순하다.)
 
메건 J. 울프:식판을 가져다주긴 좀... (웃기잖아. 말하며 깨작거린다. 그러며 주변 둘러본다. 아직도 그 수습기자가 있나?)
 
수습기자는 보이지 않는다. 자리를 피해 다른 학생들에게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겠다.
 
메건 J. 울프:(대강 대강 입에 아무거나 퍼넣으며 주변을 눈만 굴려 살핀다. 특별한게 있다거나... 그런 거 없나?)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다.
 
헌병대원이 감시하는 공간에 특별한 점이 보인다면, 그것도 웃기지 않은가?
 
니샤 카우르:도시락통에라도 갔다줄 수도 있지. (이런 말이나...) ... 그런데 요한 선배가 어디있는지는 알고? 갔다 주려면 위치를 알아야지.)
 
메건 J. 울프: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학생회실이라거나, 그런데 있지 않을까.
 
니샤 카우르:(그런가...) 그래도 잘 먹으면 좋으니까... (음,) 아니면 누가 본 적 있는지 물어보는 게 나을 수도. 이 거대한 교내를 쥐 잡듯 뒤질 수도 없고, 학생회실에 없으면 어쩌려고.
 
메건 J. 울프:(별로... 관심없다.) 하늘길 시스템으로 연락해볼까 했는데... (후배니까 이상해보이진 않을 것이다.)
 
니샤 카우르:... 지금 시스템이 돌아가긴 해? (워치 툭툭 친다. 인자미나는 안 들어가지던데, 속삭인다.)
 
메건 J. 울프:(워치 켜서 연락 시스템에 접속해본다...)
 
연락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 듯해 보인다. 시스템을 건드린 걸까?
 
메건 J. 울프:(워치 네게 보여주곤 고개 흔든다. 안 되네...) 그렇다고 아무나 잡고 물어볼 수도 없고. 일단 급식실쪽으로는 안 왔나봐.
 
니샤 카우르:(작정했구나. 어깨 으쓱인다.) 그래도 부회장인데... 얼굴은 다들 알 테니까 물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물어보고 올게, 식판을 챙기며 일어난다. 당신에게 천천히 오라는 말도 함께 남긴다.)
 
메건 J. 울프:아니야, 나도 다 먹었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식판을 정리하고 니샤는 나오는 학생을 몇 잡아 물어보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모른다'는 답을 했으나,
 
선배가 하나, '아까 2층에서 봤다'고 답했다.
 
메건 J. 울프:가보자. (자리 뜨기 전에...)
 
이상하게 식당을 제외하면 기숙사엔 헌병대원이 전혀 없었다.
 
헌병대 수색이 학교와 전부 다 협의되지 않기라도 한 걸까?
 
조용한 복도를 지나 휴게실로 향한다.
 
메건 J. 울프:(되게 이상하네...)
 
휴게실은 각층마다 2개씩은 있고,
 
퍽 넓어서 작은 도서관처럼 여러 학생들이 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오늘은 인구밀도가 심하게 높았다.
 
2층 휴게실 앞. 들어갈까?
 
메건 J. 울프:... (꼭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 같네... 일단 들어간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수십 개의 눈동자가 화들짝 놀라거나 경계하는 시선으로 돌아보다가,
 
같은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안도한다.
 
학생 몇이 다가와 당신에게 말을 건다.
 
학생: 얘기 듣고 온 거야, 아니면 그냥 들른 거야?
 
메건 J. 울프:(시선을 너무 받으면 눈 굴린다. 부담스러워...) ...무슨 얘기?
에를리히 선배를 찾아왔는데...
 
학생: …모르고 왔구나. 요한 선배라면 저 안쪽에 있어.
우리는 그 소문이 맞는지 확인 좀 해보려고 모였어. 진짜라면 학교를 다 뒤집어야 할 사안이잖아. 유리 선배 얘기 말이야.
 
메건 J. 울프:...아, 응. (관심없다는 듯 자리를 피한다. 제 행동이 이상해보이진 않을 것이다. 학교엔 겁쟁이가 많으니까.) 니샤, 안쪽에 계신대. (학생 무리를 지나쳐서 걸어간다...)
 
다들 밤을 샜는지 눈이 벌겠다.
 
씨근덕거리는 숨소리,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들,
 
어디론가 연락을 잔뜩 돌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요한이 앉아 있다.
 
그는 태블릿 디바이스를 조작하고 있었는데,
 
요즘엔 잘 쓰이지 않는 물리 키보드까지 두드리는 중이었다.
 
요한도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는지 얼굴 상태가 영 아니었다.
 
메건 J. 울프:(부르기에 앞서 태블릿 디바이스 쳐다본다. 뭐 하고있지?)
 
복잡한 컴퓨터 코드가 빼곡히 적힌 화면이다.
 
메건 J. 울프:(켁.) ...선배님?
 
요한 에를리히:... ... 네가 여기 웬일이냐? (피곤한 눈으로 돌아본다.)
 
메건 J. 울프:심부름 때문에 왔어요. (계란 두개와 음료수를 책상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운을 떼고 잠시 말이 없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니샤 힐끔 쳐다보다가,) 여쭤볼 게 있어서요.
 
요한 에를리히:(당신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고 무엇인지 확인한다. ... 표정에서 놀라움이 읽힌다.) 물어볼 거는... 잠시만. 이거 먼저 하자. (그리고 먼저, 달걀을 집어들었다.)
 
부활절도 아닌데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그 달걀에는 ‘성심성당’ 이라는 손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요한은 달걀 껍질을 깨트린다.
 
안에서 나타난 건 삶은 달걀 흰자가 아니라 빈 내부였다.
 
메건 J. 울프:...?
 
손톱만한 메모리 카드가 툭 떨어진다.
 
메건 J. 울프:(그러니까지금내가...)
(운반책이된거야...?)
(잠깐발밑이아득해진다...)
 
요한 에를리히:마침 잘 왔다.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도와주면 물어본다는 것 답도 해줄게.
 
메건 J. 울프:... ... ...뭐...를... 도... 와... 드... (려야하죠? 마지막은 뭐씹은 표정으로 말한다.)
 
요한 에를리히:... (메건 잠시 쏘아보다 말한다.) 오전 04시를 기해 정부지침으로 학교와 외부 통신이 완전히 차단됐다. 인자미나도 접속이 안 돼. 학교가 정보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지.
난 설계로 이 차단 시스템을 잠시 들어내는 중이야. 유리 얘기가 사실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맞다면 다음 대응 방침을 생각할 거다.
이건 우리 학교 바로 옆에 성심성당, 거기 맞아. 내가 부탁해서 신부님께서 보내 주신 거다. 애초에 유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연락주신 것도 신부님이고.
만일을 위해 물리적인 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서버에 뭘 기록해 봤자 검열당하면 끝이니.
 
메건 J. 울프:...말해도 되는 거예요?
(차단돼서 그런가...)
 
요한 에를리히:도와달라 했는데 설명 하나 안 해주는 건 그렇지 않나? (쯧, 짧게 혀를 찬다.)
 
요한의 능력은 해킹.
 
에너지를 섬세하게 다루어 서버 간 데이터 전자 신호에 간섭하는 용도로 활용하곤 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거기에 두 사람의 도움이 왜 필요할까?
 
요한 에를리히:학교 서버는 규모가 몹시 크고 복잡해. 보안도 아주 철저하지.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는데, 내 설계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곧바로 추적될 거다.
너희는 이 학교의 유일한 정식 페어잖아. 동조율이 안정된 페어가 에너지를 뒷받침해 주면 안정적인 설계에 도움이 돼.
 
메건 J. 울프:... (망하면 같이 망하는거네.)
 
요한 에를리히:…하지만 메건, 니샤, 이 일을 돕는다는 건 너희도 이 학교나 정부 지침에 반기를 드는 동조자가 된다는 뜻이다. 나는 유리와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야 할 필요가 있고, 여기 모인 애들도 그 목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지만, 너희 생각이 어떨지는 몰라. 괜찮겠어?
 
메건 J. 울프:... (일단 니샤 쳐다본다. 무슨 말을 할지...)
 
니샤 카우르:(다만 니샤 카우르는 당신을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요한의 움직이는 입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한 자 한 자 나오는 말이 끝없이 자신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고. 정부지침, 차단 시스템, 검열, 반기, 동조자. ... 그 잔혹한 단어 끝에 당신을 돌아봤다.) ... 어떻게 하고 싶어?
 
메건 J. 울프:(스스로 판단하는 사람과 타인의 판단에 기대는 사람의 차이일 것이다. 메건은 후자의 사람이었기에, 제게 돌아오는 질문이 당혹스럽게 느껴졌다.) ... (한번 발을 담그면 뺄 수 없다. 지금까지 안전한 세상에서만 살아왔다. 세계가 허락한 선에서만 살아왔다. 그 너머를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문득 고개를 돌려 주변을 쳐다본다. 체제 안에서 살지 못하는 사람들.) 나는... (비장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메건은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미간을 좁혔다 풀기를 반복하다가,) ...이... 번만이요.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말한다.) 이렇게... 전부 알려주고, ... (꼭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끌어들이시는 거. 당황스럽거든요. (이성적인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졌다. 그리고 그 주위로 걱정과 겁이 덕지덕지 따라붙었다. 그에 반해 감성적인 생각은 작은 부분만을 차지했다.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맞지 않을까? 메건은 유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유리를 떠올리며 행동하는 사람들이, 유리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는 건 상당히 찝찝한 일이었다. 바라지 않았다.) 그러니까... 네. 니샤만 괜찮다면요.
(본인의 소인배다움을 끝없이 합리화하는 꼴이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안경 고쳐쓴다.)
 
니샤 카우르:(만약 감정에 이끌려 선택을 한다면 이후의 모든 것에 당신의 의사는 없을 것이다. 당신과 저의 차이는 그 부분에서부터 존재한다. 혈연―피로 이어진 진득한 사이. 지금껏 자신의 모든 행동과 판단은 혈연에서 비롯되었다. 그런 나에게 선택지는 없다. 그런 무력감을 당신에게도 주고 싶진 않았다.) 저도... 그래요. 메건만 괜찮다면야. (그러니 이것은 온전히 당신의 선택이다. 이기적이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당신이 내 선택을 지지해줄 것이라 막연하게 믿고 싶다. 그러니 싫다는 말은 하지 마, 속으로 빌었다. 의미 없이 주먹을 꽉 쥐면서.)
 
요한 에를리히:(둘의 답을 들은 요한은 날카롭게 둘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끝이야. 나중에 가서 싫다고 할 수 없어. 돌아가고 싶다고 해도 불가능하다. ... 이건 너희가 선택한 거야.
그럼 말 끝났다. 이제 에너지를 준비해. 너희가 뒷받침해준다면 설계에 구멍은 없을 거야.
 
메건 J. 울프:(이제라도 무를까? 그런 생각이 삐죽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눈 데굴 굴리다가, 말 끝났다는 말에 되려 안도한다. 번복할 수 없다. 그러니까...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 후에 어떤 후회를 하게될지는, 잘 모르겠어도... 이 순간은.) ...괜찮지, 니샤?
 
니샤 카우르:... 나보다는 네가 괜찮은 지를 봐야지. 나야 이미 마음먹었어. (희미하게 웃었다. 굳은 얼굴 사이로 애써 웃는 입꼬리가 안쓰러웠다.) ... 이제 시작할까?
 
메건 J. 울프:(실수하면 안된다...)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 잠깐만.
 
니샤 카우르:... 긴장했어? (어깨 주물러준다...)
 
메건 J. 울프:(이러면 안 되는데???)
 
다시, 항법 판정.
 
메건 J. 울프:아니, 안했... 는데. (요한이 째려보는게 느껴진다...)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 ... (길을 찾다보니 이제야 실감이 좀 드나, 제가 무슨 결정을 내린 건지.)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그래도, 그때에도 길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이렇게 계속 실수해도.)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니샤 카우르:(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본다. ... 정말 당신이 만족할 만한 선택을 한 것일까. 집중하고, 이쪽 또한 에너지를 풀어낸다.)
전기수리
기준치: 90/45/18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 숨 고르고 다시 에너지 내보내본다... 다시.)
전기수리
기준치: 90/45/18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메건 J. 울프:...집중해야지, 니샤. (장난스럽게 말하려고 했지만 실패!)
(역시 잘한다...)
 
니샤 카우르:(괜히 메건 한 대 툭 친다... 쉿)
 
요한은 두 사람의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명령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친 후 옆 사람을 돌아본다.
 
요한 에를리히:인자미나 접속돼?
 
학생: ……돼! 잠깐만, 성당으로 전화 걸어 볼게.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는지,
 
학생들은 단계별로 차단이 해제되었는지 확인해 나가기 시작했다.
 
요한 에를리히:좋아, 이 휴게실 범위 내에서, 그러니까 내 태블릿 핫스팟으로 데이터가 연결된 범주 내에선 추적당하지 않고 기록 없이 자유롭게 웹에 접속할 수 있다.
우선 유리가 정말 헌병대에게 끌려간 게 맞는지 확인해보려고 해. 신부님이 목격하셨다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요한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홀로그램 패널을 위로 끌어올려 크게 키웠다.
 
화면이 여러 개로 분할되며 다양한 각도의 CCTV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새벽 시간대를 계속해서 돌려 보며 유리를 찾아내고 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메건 J. 울프:(그래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다행이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CCTV 영상이 너무 많아 어지럽다.
 
그때, 메건의 옆에 있던 선배 중 한 사람이 소리친다.
 
메건 J. 울프:(눈 박박 비비고 다시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학생: 저기! 저쪽 위 화면 아니야?
 
학생들의 이목이 그쪽으로 집중된다.
 
학생: 저기 멈춰 봐! 1시 24분경. 그래, 맞네! 사람 들고 가잖아!
 
학생2: 근데 저게 유리 선배라고 어떻게 확신해?
 
메건 J. 울프:유리 선배 외에, 사라진 사람이 또 있어요?
 
학생: 아니, 없어. 게다가 저 사람 같은 것의 발치, 저 신발은 유리 선배 거잖아?
 
메건 J. 울프:(헌병 넷이 기숙사 뒷문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 그럼, 찾은 거네요?
 
학생: 이 정도면 찾았다고 봐야지! (말투가 강경하다.)
어, 차에 태운다. 어디로 데려가는지 봐!
 
학생2: 미카엘관 뒤쪽으로 나갔네. 저기로 가면 방위사령부 방향 아냐? 헌병대 본부가 거기잖아!
 
학생3: 하지만… 저건 ‘끌려갔다’지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근거는 아니잖아.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맞는 말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고민하던 요한이 말했다.
 
요한 에를리히:만일 방위사령부로 끌려 갔고,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치료를 위해서든 은폐를 위해서든 병원으로 연락이 갔을 거야. 군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을 테고. 저 근방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병원이 어디지?
 
학생: 하씬느. 근데 거기 물어본다고 이렇다할 대답이 나오겠어?
 
메건 J. 울프:(또 해킹할 생각같은데.)
 
학생2: 괜히 우리가 들쑤셨다가 더 큰일나는 거 아냐?
 
학생3: 정보 캐는 건 기자들이나 능숙한 일이잖아. 차라리 어디 제보를 하는 건 어때?
 
메건 J. 울프:(이미 큰일났어.)
...아
저, 이거 있어요.
(제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낸다.)
 
요한 에를리히:뭔데? (요한이 당신 쪽으로 걸어가 손을 내민다. 명함을 가져가고는.) ... 이걸 어디서 구한 거지?
 
메건 J. 울프:...기자랍시고 잠입했던데요.
소문을 들은 것 같았어요.
정확히 아는 건 아니고요.
 
요한 에를리히:(잠시 정적. ...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앙셰네 지는 그나마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많이 내는 곳이잖아. 한번 제보해 보자.
그쪽에서 취재해 주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가능한 많은 학생들을 모아 항의를 하는 거다. 유리가…… 유리가 지금 어떤 상황이든 간에, ‘대학 내에서 학생을 헌병대가 새벽에 몰래 끌고 갔다’는 사실 자체가 특종 감이니.
전화는 네가 걸어볼래? 너에게 말을 걸었으니 네가 거는 게 좋겠어.
 
메건 J. 울프:... ... ... ... ... (한참 말 없다가 떫은 표정으로 말한다.) 네...
지금 할게요.
(전화를 걸어본다.)
 
당신이 명함 속 번호로 전화를 걸면 학생식당에서 마주쳤던 수습기자가 연락을 받는다.
 
수습기자: 여보세요? 앙셰네 지입니다.
 
메건 J. 울프:제보할 게 있어서요. ...이거 익명보장 되는 거 맞죠? (이미 망한걸 알지만 아무튼...)
 
수습기자: 아...! (급하게 무언가를 정리하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난다.) 아까 그 학생이죠? 네, 말씀하세요! 익명 제보로 해드릴게요.
 
메건 J. 울프:새벽 1시경에, 헌병대가 학생 하나를 몰래 끌고갔어요.
정보의 출처는... 궁금해하지 마시고요.
 
수습기자: (무언가가 사각이는 소리가 난다.) ...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우린 우리대로 알아보고, 정황이 나오면 공유해 줄게요.
급한 일이 있으면 이 번호든, 앙셰네 지 공식 번호든 연락해요. 위에 보고해 둘 테니까요.
 
메건 J. 울프:...음, 네... ... (선배가 알아서 해킹해주겠지, 기록 안 남기게 해주겠지, 설마 양심이 있다면 그정도는 해주겠지, 그래도 혹시모르니까 이따가 한번 더 말해야겠다.)
그래서, 하씬느... 로도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만 끊겠습니다.
 
뚝, 하는 작은 파열음과 함께 전화가 끊긴다.
 
전화가 끊기면 학생들은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방금보다는 가벼운 분위기가 된 듯하다.
 
메건 J. 울프:앙셰네에서 알아본 후에 정황이 나오면 공유해준대요.
 
요한 에를리히:... 알았다. 이제 정보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 (요한이 메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수고했어.
 
이참에 궁금한 게 있다면 조금씩 물어봐도 괜찮겠다.
 
메건 J. 울프:...모하에 선배는... (뭐부터 물어봐야하지? 한숨 쉰다.)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요한 에를리히:유리에 대해서는, (...) 모든 걸 알고 있지는 않다. 파트너라고 다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앓는 소리를 낸다. ...)
... 다만 인자미나에 글을 쓴 게 유리야. 내가 그걸 도왔고. 설령 그 모든 소문이 거짓이라서 처벌을 받아야 하더라도, 그 결과가 새벽에 남몰래 끌려가 종적을 감추는 형태여야 하나?
 
메건 J. 울프:아, 그 글... (모하에 선배였구나.) ... 언제부터 이런... (뭐라 그러지? 반동분자? 어느쪽이든 적절하지 않다.) 활동? 을 하신 거예요?
 
요한 에를리히:꽤 됐어. 2년은 족히 넘었을 거다. (잠시 말을 고른다.) 누군가가 끌려가는 일이 이 전에도 없었던 게 아니니까. 유리는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거고. ... 이제 와서 네가 이걸 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메건 J. 울프:...이미 엮였다면서요. 그럼 저도... 알 권리는 있겠죠. (2년 전? 지금 선배가 몇학년이더라...)
 
요한 에를리히:어쨌든, 제대로 이 일에 대해서 파기 시작한 것 자체는 그보다 오래 되진 않았을 거다. 첫 가상 훈련 때 기억나? 그때 유리는 하산 2세 모스크를 보고 있었지. 우리는 북동 게이트 바깥을 묘사한 가상세계에 있었잖아. 하늘길 시스템의 크로노미터 지도를 그대로 따른.
그 모스크는 그 방향에서 보일 수 없어. 좀 더 서쪽에 있으니까. 첫 날 유리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보는 지도마저 조작되고 있다고. 정부가 뭔가 말도 안 되는 걸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스와콥문트는 카사블랑카로부터 정확히 1만 km 떨어져 있다. 진실을 호도하기엔 너무 좋은 거리감이지.
 
메건 J. 울프:... (이걸 어떻게 알지? 설계자는 다 이런가? 다 이런... 방향 감각을 가지고 있는 건가...?)
알아낸 건 있으시고요? (말하고 살짝 후회한다. 너무 날카롭게 말했나? 하고.)
 
요한 에를리히:알아낸 게 없으면 확신도 없을 거고 확신이 없으면 시작도 안 했겠지. (...)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라면 할 말이 없다. 이런 일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어.
 
메건 J. 울프:(그래서 결국 말은 안 해주네.) 그런 생각은... 딱히 안 했는데요. 이미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모하에 선배라면... (눈 굴리다가) 선배라도 학교에 남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까요?
 
요한 에를리히:... 그 바보 같은 녀석이라면 그러겠지. 자기 몸이나 잘 간수해서 직접 남아 이끌었어야지... (쯧, 혀를 찬다. 쓴 얼굴로 시야를 떨어뜨린다. 잠시 그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 다시 표정이 돌아오고, 당신의 어깨에 마지막으로 손을 올려놓더니 갈 길을 간다.) 고맙다. 도와줘서, 그리고 말도.
 
그날 밤, 학생회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이 앙셰네 지에 한 제보는 상당한 유효타였다.
 
똘똘 뭉친 기자들이 병원과 군 양쪽에 '빨대를 꽂고' 소식을 물어 왔다.
 
오전 07시 04분, 유리 모하에의 시신이 하씬느 병원 응급실로 실려 들어왔다.
 
심폐소생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시신이 구급차에 실릴 때부터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헌병대는 참으로 교묘한 방식을 사용해 유리의 혐의와 라가힛의 죽음을 하나로 묶었다.
 
노노이 라가힛이 금지 약물 혐의를 썼고, 그 공급책으로 유리 모하에가 지목된 것이다.
 
수사 과정 중 라가힛과 동일하게 약물을 과용한 유리가 쇼크사했다는 것이 군과 정부의 입장이었다.
 
당신은 이 입장을 믿는가?
 
메건 J. 울프:(안 믿는다... 이제껏 보고 들은 것, 그리고 경험한 게 있다. 둘이 묶어서 처리해버리다니.... 소식을 접하고 고개를 한번 저은 것이 전부. 누군가에게 열성적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부정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들었어? 라고 들으면 고개만 끄덕인 것이 전부였다. 더 말을 얹고 싶지 않았다.)
 
...
 
공분한 학생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이 '평화로운' 나라에서,
 
고작해야 가끔 강성 노조의 시위 정도나 일어나던 도시에서 갑작스레 불길이 치솟았다.
 
시위 현장에서 화염병을 던지는 기술은 재앙의 날을 거치며 실전되었지만,
 
화염병만 저항의 상징이겠는가?
 
무기는 많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누구도 공격하지 않은 채 학생회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한번 폭력사태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상황을 겉잡을 수 없다는 학생회의 판단이 들어맞았다.
 
4학년 학생들이 학생회관을 겹겹이 둘러 지키고,
 
아직 전투 역량이 모자란 저학년들은 내부에 모여 앉아 손을 잡고 촛불을 들었다.
 
...
 
메건은, 이때 어디 있었을까?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
 
메건 J. 울프:(적극적으로 어딘가에 나설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없어도 충분히 잘 돌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기숙사 침대에 드러누워 형광등을 보고 이제껏 있던 일을 복기나 하고 있었을까. 니샤가 '같이 갈래?' 라고 권유하러 찾아오긴 했으나, '몸이 안좋아서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 조심해.' 라는 대답이나 했다. 니샤를 보내고, 다시 기숙사 침대에 누워있다. 다들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걸까. 그런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수업은 어떻게 되려나, 이런 저런 생각따위를 한다.)
 
몇 평 되지 않는 협소한 기숙사 방구석.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였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수 있다니.
 
당장 이 푹신한 침대 위에 얼굴을 파묻는 것만으로 일상을 찾을 수 있다니.
 
이 온건하고 안락한 한 뼘짜리 세상은 굳건하다.
 
...
 
하지만 저 밖에 있다.
 
당신과 '페어'라는 이름으로 묶인 생명이 저 밖에 있다.
 
사람은 서로 반대이기에 이끌린다는 말도 있다만,
 
극점에 있는 두 존재가 만나도 마찬가지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시위의 열기가 모래바람에 실린다.
 
날아가,
 
건물과 옥상을 타고,
 
장벽 너머 닿고 싶은 곳으로.
 
어느 순간 반복하여 들리는 시위 문구가 사그라들며
 
그 사이로 이질적인 문장이 들려온다.
 
요한의 목소리다.
 
요한 에를리히:「높으신 분의 말 한 마디는 한 세기가 끝날 때까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눈썹 하나 까딱하면 날벼락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알아서 몸을 낮추고는 풍자시를 달콤한 아부의 시로 고쳐 버린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우리…….
 
그러나, 이 이후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잠잠해진 학생들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메건 J. 울프:... (뭔 일이라도 생겼나? 몸 일으켜서 잠깐 기다린다.)
 
...
 
그 순간, 니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니샤 카우르:「그러나 우리 노래의 선율이 서글픈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사는 사람은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니라.」
 
메건 J. 울프:...?
(벌떡 일어나서 창문쪽으로 향한다. 창문에 붙어봐야 뭐가 보이진 않지만...)
 
밖을 내다본다면, 희미하게 니샤가 학생회관 연단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서있는 것이 보인다.
 
...
 
이것은 시다.
 
어디서부턴가 어떤 연유에선지 입에서 입으로 옮겨가지 않아
 
지금은 문장의 주인조차 알 수 없는 어떠한 시.
 
그 문장이 누군가의 명료한 발음을 타고 터진 순간,
 
학생회관 앞에 서있던 학생들의 스마트워치 경고음이 들려온다.
 
메건 J. 울프:('검열'이라는 단어에 소름이 쭈뼛 돋는다. 뭐라고 했더라. 높으신 분의... 말은 잊으면 안되고, 사람들은 아부를 하고... 우리는 슬프고? 노래를 하는 우리는 슬프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던가. ...)
(뒤는 그럼 더 들을 수 없는 걸까? ...니샤는...... 니샤도 잡혀가면 어떡하지. 역시 같이 갔어야 했던 걸까, 같이 가서... 같이 갔으면, 뭔가 달라지기라도 했을까?)
 
...
 
이를 악문 요한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이어 나갔다.
 
요한 에를리히:이 시를 아십니까? 세상에서 삭제된, 기록말살형을 받은, 끝없이 무수한 텍스트를 아십니까? 러시아 땅이 절반쯤 황폐화되었다고 해서 네크라소프의 시까지 사라져야 합니까?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던 우리는 어제 학우 두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마이크가 순서대로 돌았다.
 
울며 더듬더듬 준비한 말을 읽는 학생도 있었고,
 
분노하여 주먹을 휘두르는 학생도 있었으나 대체로는 평화로웠다.
 
그때,
 
지나치게 큰 호루라기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메건 J. 울프:(잠깐, 잠깐. 큰일나는 거 아니야?)
 
:각성자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알린다. 지금 즉시 학생회관 점거를 중단하고 해산하도록 한다.
00시 정각까지 해산하지 않을 시 헌병대는 강경 진압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반복한다, 각성자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알린다…….
 
...
 
학생회관 앞이 수라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는 학생들 사이로 니샤와 요한이 보인다.
 
심각한 표정으로 몇 마디를 나누더니 요한은 니샤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메건 J. 울프:(저게 뭐지? 눈 찡그리고 쳐다본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거리가 지나치게 멀다.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는 속도가 빠르다.
 
무엇인지 당신이 파악하기도 전에, 요한이 니샤를 밀쳐낸다.
 
니샤는 주춤거리나 곧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
 
아직도,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직감이다.
 
무언가 큰 일이 다가오기 전의 직감.
 
동물이라면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육감.
 
어쩐지, 지금, 그를 잡지 않으면,
 
...
 
메건 J. 울프:(바지에 손 비벼 닦고는, 아수라장이 된 아래에 한번 더 시선주다가, 근처에 널려있는 검은 겉옷 집어들고 방을 나선다. 왜 나가는 걸까? 잘 모르겠다. 저들의 열기가 전해져오기엔 거리가 멀고, 또 유리창에도 가로막혀 있었는데. 왜인지 모를 동기를 친구에 대한 걱정 정도로 포장하고, 메건은 기숙사를 뛰쳐나와 학생회관 쪽으로 달렸다.)
 
...
 
학생회관으로 통하는 길.
 
그 길을 당신은 달린다.
 
당신의 파트너는 어디 있을까. 벌써 어딘가에 숨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당신이 서있는 길 위에 니샤가 보인다.
 
메건 J. 울프:...니샤!!!
 
니샤 카우르:(고개를 숙여 급히 무언가를 확인하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당혹감이 가득한 얼굴이 풀린다.) 메, 메건! 왜 여기 있어!
 
메건 J. 울프:(주변 황급히 둘러보다가,)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나중에 말해줄게! (네 손목 잡아서 마저 뛴다.)
 
니샤 카우르:(하지만 발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팔에 힘을 주어 당신을 잡는다.) 어, 어디로 가려고? 다시 저곳으로? 저기는 지금 가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메건 J. 울프:저기로 가겠어?! 아무튼 여기는 아니야, (헌병이 언제 잡으러 올 줄 알고... 근처에 숨을만한 곳이 없나? 잠시간 열심히 생각한다.)
 
니샤 카우르:잠,깐만 있어봐! (드물게 어조가 강하다. 당신이 잡은 손목을 강하게 털어냈다.) 잠깐만, 기다려줘... (어차피 어느 정도 달려 나왔고, 주변에 사람도 없겠다.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수첩―를 마저 읽기 시작한다.)
 
메건 J. 울프:(주변을 초조하게 살핀다. 아, 이러고 있으면 안될 것 같은데! 네 수첩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게 뭔데?
 
니샤 카우르:(굳은 얼굴로 수첩을 바라본다. 그리고 당신을 올려다 본다.) ... 이게 뭔 줄 알아? 요한 선배가 준 거야. 나를 콕 집어서. ... 너 '망명 정부' 기억나? 저번에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그 글.
 
메건 J. 울프:응. ...그건 왜?
 
니샤 카우르:그냥 들으면 웃긴 얘기지, 아프리카 땅에는 공화국 하나밖에 없는데. 그런데 여기에 적혀있어. 그 망명 정부의 위치와 연락책. (...) 사실 요한 선배에게 스와콥문트에 대해 몰래 물어본 적이 있었어. (미안, 네게 말을 안 했어.) 그래서 나한테 준 거야.
그곳이 어디냐면, 칼라하리 사막을 넘어서, 보츠와나에.
 
메건 J. 울프:(미안하다는 말에 고개 젓는다. 굳이 다 알릴 필요는 없지...) ...보츠와나?
 
그때 탕! 소리가 들린다.
 
분명한 총성이었다.
 
학생회관 방향에서 났다.
 
메건 J. 울프:... (잔뜩 굳은 채 학생회관쪽을 바라본다.)
 
저편이 몹시 시끄러워졌다.
 
사이렌 소리, 확성기 소리가 뒤엉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메건 J. 울프:...이래도 안 움직일 거야, 니샤?
(하지만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니샤 카우르:(... 얼굴이 한층 굳어간다. 하지만, 말이 없다. ... 잠시 뒤에서야 운을 뗀다.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 ... 메건, 너는 다시 기숙사로 가. 너는 오늘 사건과 아무 연관도 없고, 나도 본 적 없는 거야.
나, …나가 봐야 할 것 같아.
 
메건 J. 울프:...어디를...?
 
니샤 카우르:... 이 공간을.
 
메건 J. 울프:... (저 발걸음을 내가 막을 수 있을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니샤는 언제나... 뭔가를 불안해하고, 또... 그를 위한 탈출인걸까. 들고있던 겉옷 네게 푹 씌운다. 그러곤 입 달싹거리다가, 굴러나오는 말이란...) 언약 풀까?
혹여나 네가 또, ...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그때 나는... 아마, (아니 분명히, 곁에 없을테니까.)
 
니샤 카우르:(당신은 말을 항상 고른다. 고르고 골라 앞뒤 맥락은 자른 뒤 결론만을 도출한다. 가장 계산적이고 기계적인 사람. 당신이 하는 말에는 이제 놀라지 않을 것 같았으나, 착각이었나 보다.) 아, 아니. 풀지 마! 마음대로 풀기만 해봐, 혼나!
... 메건, 언약을 끊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말하는 거야?
 
메건 J. 울프:...모르는데?
(그냥 다른 사람이랑 언약을 맺을 수 있다... 그런 거 아닌가.)
 
니샤 카우르:... 수첩에 써있었어. 언약은 그냥 풀어지지 않아. 대가가 필요하단 말이야. 그게 기억이야. 뭘 잃는지는 몰라. 자기 이름이 될 수도 있고, 가장 소중한 순간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도 있지.
그러니까, 넌... (...) 풀지 말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날 죽은 사람이라 증언해줘.
 
메건 J. 울프:... (어떡하지? 네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도 알 수가 없는데.) ...모하에 선배는 분명히, ...언제든 풀 수 있다고... (중얼거리다가,) ...그러진 않을 거야.
난 오늘 널 본 적 없으니까.
알 수 없지.
 
니샤 카우르:아니, 알 수 있어.
네가 뒤늦게 현장 근처에서 사고에 휘말린 채 죽었다고 해줘. 상대가 죽어서 해제된 언약만이 기억 손상도 일으키지 않고, 에너지 색상을 원래대로 돌이키지도 않는대.
내가 없어지기에 너무 완벽한 조건이잖아.
 
메건 J. 울프:... (잠시 말없이 너를 바라보다가 하는 말이 이거다.) 시체는... (그리고 그에 파생되는 여러 의문이 줄줄이 딸려온다. 이건 내가 생각해야겠지. 니샤를 더 붙잡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알아서 할게. (아마 부모님을 찾으러 가는 거겠지?) 꼭 만났으면 좋겠네. ...잘가, 니샤.
 
니샤 카우르:마지막으로 이것만. (말과 함께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풀어낸다. ... 당신의 손바닥 위로 그것을 올리며 말을 잇는다.) 스마트워치는 각성자들을 에너지 파동으로 구분해. 우리는 언약했으니 내가 이걸 풀어서 네게 주고, 네가 이 시계를 학생회관에 던져 놓으면, 위치 추적이 안 될 거야. 경로도 안 그려질 거고. ... 이 방법이면 괜찮을 거야. (... 아마.)
 
메건 J. 울프:...그래. (네게서 스마트워치를 받아든다. 현 상황에서 언약은 나쁜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쓸만한 점도 있긴 하다.)
 
니샤 카우르:(... 넘겨주고 마지막으로 당신을 꽉 안는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이건 미련이다.) ... 잘 지내야 해. 돌아올게.
 
메건 J. 울프:(어색하게 토닥인다.) ...안 돌아오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본인도 말하고 뭔가 이상했는지 덧붙인다.) 네 안전상 말이야. ...
 
니샤 카우르:(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은 잘도 난다.) 괜찮아!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으니까. 나 못 믿어? (... 등 토닥이고 떨어진다.) 그러니 기다려. 페어를 두고 먼저 떠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메건 J. 울프:(못 믿겠어... 차마 말하진 못하고 어설프게 웃는다.) 알겠어. 나는... 아마 계속 여기에 있을테니까. 기다리고 있을게. (언젠가도 예감하지 않았던가. 니샤가 먼 곳으로 가버릴 것 같다고... 그래서인지 큰 놀라움은 없었다.) ...정말 조심해야 돼. (이럴 줄 알았다면 뭔가 더 챙겨왔을텐데...)
 
니샤 카우르:(하나, 둘 뒤로 멀어진다. 괜히 가볍게 당신을 향해 손을 흔든다.) 너야말로 조심해. 잘 지내고 있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밤중의 공기가 차갑다.
 
떨어지는 발걸음이 무겁다.
 
멀리 모래바람 소리, 발밑에 고인 타라미러꽃, 스무 살의 한 갈피에 고인 너.
 
돌아올게. 그러니 기다려.
 
그 약속밖에는 할 수 없다.
 
...
 
믿고 의지하던 대상을 놓고 떠나는 것이 생살을 자르는 것보다도 힘들다.
 
추억이란 두려운 것이다.
 
꺼내 보고 쓸어 만질 때마다 닳아 없어지니까.
 
이윽고 그것으로조차 견딜 수 없을 때가 오면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 텅 빈 구멍이 남으니까.
 
아, 우리의 사랑은 이다지도 겁이 많아서.
 
...
 
하지만 이제 우리는, 멈추지도 망설이지도 말아야 할 순간이 닥쳤다는 것을 안다.
 
이게 정말 선택일까?
 
상황에 내몰려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서',
 
우리 스무 살에, 죽기보다도 힘든 순간을 고르는 것이 선택이기는 한가?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뒤꿈치를 잘라 놓고 떠나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진실을 알고자 한 발짝 나아가는 게 대체 의미가 있기는 할까?
 
그러나 그는 한 발짝을 떼었다.
 
다시 한 걸음.
 
돌아보지 않고 걷다가, 뛰었다.
 
끔찍한 격통 속에서, 심장을 쥐뜯는 것 같은 성장통 안에서 니샤는 달렸다.
 
앞으로, 너머로, 자오선을 넘어서…….
 
...
 
어깨를 무언가 두드린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다가, 끝내는 소나기로 길어져 키질되는 쌀처럼 땅바닥에 까불렸다.
 
메건 J. 울프:(깜짝 놀랐다가... 고개를 든다.)
 
어떤 빗줄기는 해풍의 구조를 이루는 방파제처럼 윤무의 일부에 이르러 춤을 추었다.
 
세상의 모든 경로와 진실이, 구현이, 설계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신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이라면 이런 이별은 겪어도 되지 않으리라.
 
메건 J. 울프:(길은 제대로 알고있는 거 맞겠지?)
 
학생회관 쪽에서 울분에 찬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메건 J. 울프:(나는...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울분에 찬 노래가 빗소리에 섞여 귓가에 맴돈다.)
 
...
 
...
 
4년 뒤, 각성자사관학교.
 
계절에 맞지 않게 일부러 피워낸 타라미러꽃이 지천을 뒤덮은 오늘은,
 
각성자사관학교의 49기 졸업식이었다.
 
4년 전의 소요는 학교에 짐승이 할퀴고 간 듯한 총탄 자국 몇 개만 남겼을 뿐이었다.
 
죽은 사람은 몇 없었다.
 
그마저도 오발에 의한 사고라고 판단되어 몇 사람이 징계를 받고 군복을 벗었을 뿐이었다.
 
이 위대한 공화국에 악의적인 사고란 것이 있기나 하겠는가?
 
메건 J. 울프:(졸업하긴 하네... 따위의 감상. 니샤를 실질적으로 '기다린' 기간은 1년정도 된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약간의 기대, 그리고 지금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원하던 곳에 잘 도착해 잘 지내고 있기만을 바랐다. 결국 나는 변하지 않았어, 니샤. 학교에서 어떤 소요도 없이, 조용히 교과과정을 수료하며 지냈지. 환멸도 잠깐이었고... 졸업식이라 그런지 감상적인 본인의 생각에 멋쩍게 웃고는 이동한다.)
 
도열한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태도로 바로서 연단을 응시했다.
 
학장의 지루한 축사가 끝나고, 귀빈들의 특별 축사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4년 전 학생회관에서의 일 이후, 학생들은 두 파로 갈려 서로를 물고 뜯었다.
 
'순수한 운동'이란 말이 그 시절쯤에는 농담밖에는 되지 않았다.
 
분기마다 한 번씩은 누군가가 밀고당하여 학교 바깥으로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체제에 반항하고 있었다.
 
...
 
그러나 어떤 변절은 사람을 이토록 지난하게 만든다.
 
소리 없는 걸음.
 
밝지 않은 피부. 밤하늘빛의 머리칼. 어깨 위까지 잘린 단발 머리.
 
그러나 문득 의문스럽게도 당신은 그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영혼이 죽은 것 같은 눈이 학생들을 응시한다.
 
니샤 카우르:…여기, 사랑했던 동기들을 길러낸 자랑스러운 나라의 요람에 돌아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
 
1부, ‘스와콥문트를 동경하는 자들’ 끝.
 
2부, ‘아무도 너에게 세계를 구하라 시키지 않았다’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