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전투는 보통의 전투와 달리 낮에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니 착륙장에 조용히 도착한 헬기 한 대는 말하자면 야음을 틈탄 것이다.
4개월간의 별도 특수 작전을 마치고 본진으로 복귀한 니샤와 메건의 헬기였다.
니샤는 해방군이 사용하는 특수 스마트워치에 대고 조용히 보고한다.
니샤 카우르:통신보안, ‘THE UNIT’ 1중대장 니샤 카우르, 부소대장 메건 J. 울프 본진 복귀 완료. 인도에 따라 움직이겠습니다.
메건 J. 울프:(집에 가고 싶다... -물론 돌아갈 집은 없었다. 함께할 사람만 있을 뿐.-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방독면 고쳐쓰고 있다.)
해방군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두고 모든 병사들은 이 부대를
어느 옛날 뉴욕이 그랬듯이, 통용된다면 굳이 다른 별명을 붙일 필요가 없다.
니샤 카우르:... 조금 있으면 착륙할 거야. 오랜만에 돌아오는 건데. 어때?
메건 J. 울프:집에 가고... (어?) ... (생각하고 있던 것 그대로 말하다가, 어물거린다.) 글쎄, ...하루가 안 끝나네...
니샤 카우르:(피식 웃었다. 튀어나온 당신의 생각 때문인지 저도 똑같이 고단하다는 건지.) 돌아가면 조금 눈이라도 붙여. 기껏 해봐야 두 시간은 잘까 싶지만. (왜... 하루가 안 끝나지 진짜)
메건 J. 울프:(두 시간은 있긴 하구나. 정도의 감상이다. 고글에 묻은 얼룩 너머로 헬기 바깥을 내려다본다.) 사막은 밤이 없는 것 같아.
(말하고 나니까 너무... 뭔가 허세낀 사람 같아서 멈칫거렸다.) ...아니, 내 말은... ... ...밤에도 낮 같잖아. ... (이것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입을 다물길 선택했다.)
니샤 카우르:(저거 또 저러네. 괜히 메건 어깨 한번 툭 쳤다.) ... 가끔은 설명이 없어서 멋있는 것도 있는 법이거든. (이런다... 동시에 덜컹거리는 반동과 함께 엔진이 꺼지는 진동이 울렸다.) ... 도착한 모양인데. 얼른 내리기나 해.
헬기에서 내리자 익숙한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릴리안 웨즐리:충성. 고생 많으셨슴다. 짐 이쪽으로 주십쇼. …소령님 다치셨습니까?
메건 J. 울프:(귀가 먹먹해... 생각하며 니샤 뒤를 따라 내렸다.)
니샤 카우르:(...) 멀쩡한 편이니 괜한 걱정 하지 말고. 네가 그런 말 하면 메건이 또 안절부절 못하는 거 알지?
메건 J. 울프:(괜찮다고 하긴 했는데... 힐끗이는 것은 여전하다.) 아, 제 건 제가... (짐 가져가려는 릴리안에게 어설프게 제 짐을 끌어당기며 거절한다. 어 색 해)
릴리안 웨즐리:에이, 뭘 거절하고 그러십니까?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으셨슴까? (뻔뻔한 얼굴로 짐 안 놓아줬다...)
릴리안 웨즐리는 그런 일들의 표상 같은 존재다.
키가 10cm 넘게 커선 뺨 한쪽에 큰 흉터를 달고 고글을 쓴 군인에겐
더는 수줍어하던 소녀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니샤와 메건은 나미브 북측 전선에서 작전 하나를 수행하고,
적군 특수부대 두 개를 섬멸한 후 막 비밀리에 돌아온 참이었다.
니샤는 헬기에 채워 두었던 에너지 파동 감지 스텔스 장치를 풀어내고,
릴리안은 개조 워치에 두 사람의 도착 소식을 한번 더 알렸다.
해방군은 정부 지급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지 않게 된지가 오래였다.
4개월만의 만남인데, 릴리안에게 그간의 근황을 물어봐도 좋겠다.
메건 J. 울프:아니... (...) ...건강해 보이네요. 그간 다친 곳은 없나봐요. (이미 짐은 제 손을 떠났다.)
릴리안 웨즐리:(메건의 짐을 어깨에 올리고 말을 이었다.) 저야 멀쩡합니다. 문제는 오늘 있던 전투 아니겠슴까. 개좆 같은 새끼들이 우리 애들을 전깃불에 튀긴 쥐처럼 만들어 놨습니다. (한숨 쉬더니 인상이 험상궂어진다.)
메건 J. 울프:오늘 있던 전투? (이로써 밤에 전선에 나서는 것은 확정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어디랑... (상황을 조목조목 물어보려다가, 우회한다.) ...얼마나 다쳤는데? ...요.
릴리안 웨즐리:(... ...) 대위님, 왜 그렇게 딱딱하십니까. 이 릴리안, 서운합니다? (깔깔 웃었다.) 저라도 먼저 개새끼 소새끼 해주지 않으면 우리 소대 애들은 속편하게 욕도 못 뱉고 어떡하겠습니까. '얼마냐'고 한다면... 예상보다 손실이 컸습니다. 자세한 건 조금 있다 알려드리겠습니다.
(니샤의 짐까지, 짐 두 개를 훌렁 들처매고 사령부로 그들을 안내했다.) 그래도 사령부 막사는 깨끗함다. …주변 너무 둘러보지 마십쇼.
메건 J. 울프:... (아... 적응안돼. 분명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라고 했더라. 아무튼 특별한 기억도 아니었기 때문에-릴리안이 혁명군에 동참했을 때에도 어디서 봤네, 했지 알아보지도 못했다. 릴리안이
저 모르시겠습니까? 라고 묻고 나서야 알았지. 당연히, 알아본다고 했다.-정확히 짚을 수는 없으나, 분명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학생은... 맞을... 맞나...? 그때도 사인해달라고 말 걸었잖아.) ... (적응 못하는 사람은 나 뿐일지도.)
(릴리안의 당부에도 곁눈질하긴 한다. 처참할 것을 아나,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은 호기심인가, 어리석음인가.)
불행 중 다행으로 해방군 병사들에게 그럭저럭 먹고 죽지는 않을 만한 군량을 제공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이 와중에도 장교들은 와인 한 잔씩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니샤와 메건의 몫으로 세운 막사 텐트로 안내하면서
릴리안은 주변 보급관에게 부탁해 샴페인을 가져오게 했다.
...요.
(말하다 말고 니샤 쳐다본다.)
니샤 카우르:(시선에 메건 바라봤다.) 왜. 샴페인 별로야? 4개월만에 마시는 건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메건 J. 울프:아니... (뭐가 계속 아니라는 건지.) ...그럼 조금만.
니샤 카우르:(주면 또 잘 마실 거면서. 멋대로 생각하며 씩 웃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있던 전투는 어땠나? 조금 전 듣기로는 손실이 컸다면서.
릴리안 웨즐리:아. (그러더니 짧게 깎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또 한숨을 쉬었다. 길게.) 아군 사망자 총집계 422명입니다. 비각성자 일반병 소대 두 개가 모래폭풍에 휩쓸렸는데, 그때 상대측 X각성자를 맞닥뜨려 에너지 파동을 그대로 맞았답니다.
메건 J. 울프:(422. 이젠 어느정도 감이 잡히는 숫자라는 게 무섭다.)
릴리안 웨즐리:적특에 대해서는, 모래폭풍 때문에 감청이 끊겨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우리처럼 믹서기에 갈리지는 않았습니다. 참 야속하지 않습니까.
식사 거리를 가져왔다며 막사 밖에서 릴리안을 불렀다.
메건 J. 울프:(아마... 일반병이 X각성자에게 입힐 수 있는 피해가 얼마나 될까. X각성자가 폭주하며 입힌 피해면 모를까. 울적한 기분으로 릴리안의 보고를 듣다가, 술병 받아든다.)
릴리안 웨즐리:(...) 울적해 하시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이거 드시고 좀 쉬십쇼.
그 말을 끝으로 릴리안은 둘의 텐트에서 나갔다.
메건 J. 울프:(술병부터 깠다. 안 마신다며?)
니샤 카우르:(저거 봐라.) 술이 그렇게 당기냐. (제 몫의 식사량을 받아들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적당히 먹기 시작하곤...) ... 안 주고 혼자 다 마실 건 아니지? (잔 내밀었다.)
메건 J. 울프:설마... 너만큼은 못마셔. (그러며 잔에 따라준다. 와중에 방독면 내린다. 텁텁한 숨이 막사의 공기와 섞여든다.) 눈붙이려면 필요할 것 같아서... (반을 약간 넘기자 떨어트린다.)
니샤 카우르:샴페인 정도로 진탕 취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이런다... 당신이 잔에 따라주자 병을 가져와 당신 몫의 잔에도 술을 따라준다.) 건배는 하지 말자. (그리고 한 모금.)
메건 J. 울프:(지당한 권유다. 말없이 술잔을 입에 대고 주욱 털어넣는다. 제 몫으로 주어진 식사를 뒤적거리다가) 좀 덜어갈래? ... (이곳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하나밖에 없다.)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니샤 카우르:(잠시 당신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넌 조금 더 챙겨 먹어야 할 필요가 있어. 몸이 그게 뭐니? 얄쌍하잖아. (몇 입 더 입에 욱여넣고 씹었다.)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해봐.
메건 J. 울프:(체할 것 같은데... 생각하며, 빠르게 동나버린 잔에 한바가지를 다시 채웠다.)
니샤 카우르:(...) 먹고 남으면 줘. 최대한 더 먹어봐. (술 다시 채우면 병을 뺏어 자신 옆에 끼웠다...) 이런 걸로 배 채우지 말고.
메건 J. 울프:...너야말로... (눈 가늘게 뜨는 듯 하다가, 한숨쉰다. 상처에 술은 안 좋다니까... 라고, 언제부터 말하지 않게 됐는지 모르겠다. 깨작이며 몇입 먹기 시작했다. 퍽 푸석거리며 넘어갔다.)
니샤 카우르:흥. (고개 홱 돌렸다. 당신의 말을 잔소리로 여기는 걸까, 싶기도 하다.) ... 사령부에서는 오늘 격전이 있었으니 앞으로 이삼일 간은 전투가 없을 것 같다 예측하더라.
원한다면 설계자의 능력을 사용해 확인이 가능하다.
메건 J. 울프:...그래? (오히려 오늘, 뭔가 더 벌어지리라 짐작했는데. 사령부의 말 그대로면 좋겠다. ...그대로 넘기기에는 찜찜한 게 사실이라, 한번 확인해보기로 한다.)
암습할 계획도 없고, 각성자 부대는 소대 단위로 4개 정도다.
당신의 설계는 이제 극한까지 기적에 잇닿아 있어서,
촘촘히 깐 그물망 같은 에너지 흐름 추적으로 적의 동태마저 살피곤 했다.
메건은 메건대로, 니샤는 니샤대로 강해진 결과가 여기 있다.
메건 J. 울프:2시간 더 잘 수 있겠네... (허름하게 중얼거리며 양상추를 찍은 포크를 입에 넣었다.)
*2시간 > 2시간보다
생존이 헛된 농담이 된 시대에, 바깥 막사 병사들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을 텐데도
시선을 마주하면 서로에게 고통스러운 평화가 찾아오는 것만 같다.
사령부에서는 오늘 중 들러 브리핑을 듣고 가라 했다.
이곳은 사령부 근처, 그중에서도 가장 심층부의 장교 막사이므로
진지를 제대로 둘러보고 일반병들을 살피려면 바깥쪽으로 더 나가야 할 것이다.
메건 J. 울프:(어차피 잠도 더 안 오는 거... 바깥으로 나갔다.)
(4개월만에 돌아온 진지에 뭔가 변화가 있을지 확인도 할 겸...)
하사관들의 고함 소리가 들리다가도 당신이 지나가면 입을 딱 다물고 경례를 보낸다.
메건 J. 울프:(아~... 부담스러워. 부담스러워... ... 그나마 혼자 돌아보니 이정도인 거겠지.)
한 병사가 단체 막사 앞에 앉아 발에 칭칭 감은 붕대를 풀고 있다.
무엇을 하는 것일까? 병사들의 생활을 파악하려면 대화를 해 보아도 좋겠다.
메건 J. 울프:음, 저기... ... (말을 걸다 말고 생각해보니까, 불과 몇시간 전에 입은 상처가 바로 나았을리가 없다.) ...언제 다친 거예요?
마키 허셔:언제기는... (발에 감은 붕대를 풀다 말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시선이 차차 올라가며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던 무감동한 눈은 그의 얼굴에 닿자 튕기듯이 놀라 일어난다.)
충성! 2보병연대 3대대 독립중대 1소대 분대장 마키 허셔입니다. 아. (그러다 중심을 잃어 휘청거린다.)
푸르고 검게 썩어 들어간 동상 같은 흔적이 발등의 절반을 뒤덮고,
엄지와 검지는 아예 잘려 나갔는지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마키 허셔:그렇지만, 그, 대위님께서 계신데 제가 앉을 수는 없습니다...! (땀 삐질 흘렸다.)
메건 J. 울프:(악취에 반사적으로 찌푸려지려던 미간을,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하는 척 하며 편다.) 앉으세요. (한번 더 말하긴 하지만, 그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도... 움 필요해요?
마키 허셔:그, 럼... (주춤주춤 자리에 앉았다. 보이는 것만큼 고통이 심한 모양이었다.) 아... 괜찮습니다. 의무실에는 이미 다녀왔고, 딱히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말입니다.
이건... 언제 다쳤다고 하기는 그렇고, 저, 참호전이 있었습니다. 아직 소식을 못 들으신 모양입니다.
전선이 고착화되니 참호를 파고 밤새도록 전선을 지키는 방식의,
1차 대전 무렵에나 유행했던 전투가 지속되었던 모양이다.
구덩이에 물이 고여 찰박거리는 전투화를 신다 보면
의무병들이 매번 잔소리를 하고 예방책을 내놓았지만,
메건 J. 울프:(아...) ...약 반년만에 복귀한 거라서... (머쓱하게 웃으려다 만다. 웃을 일도 아니고.) ...괜찮겠어요?
마키 허셔:안 괜찮아도 괜찮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무실 병상이 포화 상태라……. 여기 보이십니까? (손목에 찬 띠를 보여 준다. 초록색이다.)
트리아지 그린입니다. 저같이 가벼운 증상은 발이 다 썩어 잘려나갈 처지가 아니라면야, 잠시 다녀오는 정도밖에 할 수 없습니다.
메건 J. 울프:(이게 가벼운 증상. 속이 또 메스꺼운 것도 같았다. 소화제를 하나 더 먹어야 하나...) 언제 입대하셨어요?
마키 허셔:그래도 분대장을 맡을 정도의 짬밥은 있습니다! (제 앞의 메건이 불편해 보였던 것인지, 괜히 한 마디 꺼냈다 주춤해 입을 잠시 다물었다. ...) 그리고 이 안에는 훨씬 어리고 금방 들어온 녀석들도 많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메건 J. 울프:(갑자기 커진 목소리에 흠칫거린다. 정말 대위의 위상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다.) 아, 예...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 (전선이 고착된 상태가 유지되는 이상, 결국은 소모전일 수밖에 없다. 어리던, 나이가 들었던. 금방 들어왔던, 한참 전에 들어왔던.) 그럼... 먼저 일어날게요. (중얼거리듯 대꾸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윗 계급인 사람이 옆에 오래 있어봤자 불편하기만 할테고.) 수고하세요.
마키 허셔:아, 저...! (마키 허셔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메건에 다급하게 자신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다 다시 휘청거렸다. 중심을 잡고, 입술을 달싹이고 머뭇거리다 충동적으로 저지른 말로는,) ... 전쟁은 대체 언제 끝납니까.
(실례인 말이다. 누가 봐도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상급자에게 자신들은 언제까지 여기서 이런 꼴을 하고 있어야 하냐고 묻는다니. 그러나 한 번 뚫린 입은 멈추지 않는다.) 저희가 이렇게까지 다치는 것은 일상입니다. 다른 분들처럼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전략을 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이 전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몸을 던지는 것밖에 없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낫는 것은 금방입니다. 치유 능력을 가진 각성자 분들이 아예 싹 낫게 해주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아십니까? 저희 같은 놈들은 치료 자체가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실력 좋은 의사와 치유 각성자가 붙어서 사흘만에 낫게 해주면, 사흘만에 도로 전선으로 나가게 된다는 것 아닙니까?
저는 기죽는 성격도 아니고, 발가락 두 개 정도야 의지를 달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징집되어 온 어린놈들은 울면서 집에 보내 달라고 합니다. 자유롭게 참전한 병사만 있지가 않습니다. 내전이 되다 보니 이쪽 편 도시들에서도 사람을 닥닥 긁어 징집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놈들이 혁명이고 자유고 뭘 알겠습니까. 전쟁 자체가…… 전쟁 자체가 끝나야 합니다.
메건 J. 울프:엇 (기울어지는 몸을 붙들려다가, 어색하게 공중에서 멈춘다. 차라리 다행인가? 같이 고꾸라졌을 가능성이 크니까...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다.) ... (어색하게 고글 만지작거린다.) ...모르겠네요.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은 무책임한 말 뿐이다. 그렇잖은가, 그는 전쟁에서 분명 큰 공로를 세우고 있었으나, 전쟁을 완전히 끝낼 수는 없었다. 역사 속에선 한명이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하지. 하지만 그런 기적은 메건이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보다. 노력해보겠다는 말도 기만이다. 이 전선에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뿐더러, 메건 자신이 조금 더 발버둥 친다 한들 전쟁을 일순간에 끝낼 수는 없는 것이다.) ...
모르겠어요. (그 사실은 눈 앞의 사람도 알 테다. 그럼에도 말한다는 것은, 단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던 거겠지.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에게.) 저기. (약간은 머뭇이다 말을 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뭘 하고 싶어요?
마키 허셔:... 그렇겠지요, 대위님께서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별칭처럼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인물도 아니란 것을 잘 압니다. 그저... (...) 주제넘은 말을 꺼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잠시 정적. 메건이 이은 질문을 듣고 나서야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 가족들이 보고 싶습니다. 집에서 평범한 일상을 어머니, 아버지, 동생, 애인, 그런 사람들과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 아마 여기 있는 모두가 그럴 겁니다. (전쟁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기만 하니. 말을 이으려다 삼켰다. 아마 메건 또한 알고 있겠지. 자신보다 이 일에 먼저 뛰어든 것은 다름 아닌 당신이니까.)
병사가 이토록 위험한 말을 당신에게 하는 이유가 뭘까?
마치 거대한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기적이 된 천사를 보듯이.
대명사로 지칭될 수 있는 고유명사에게 무릎을 꿇고 빌고 싶다는 얼굴로.
메건 J. 울프:(고개만 미미하게 저었다. 무엇에 대한 부정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간절한 눈빛이 부담스럽다. 슬그머니 시선 피했다. 최근들어... 아니, 꽤 오래전부터. 나는 선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몰려가고 있는 걸까.) ⏤저도 요즘 집 생각이 자주 나서요. (역시나 웃으려다 그만 둔다.) 오늘도 수고해주세요.
릴리안 웨즐리:대위님! 시간 남으시면 이쪽 자재 창고 좀 봐 주십쇼! 이 자식들, 또 유리를 깨먹었답니다!
메건 J. 울프:갑니다... (기운없이 대꾸한다.)
마키 허셔:어서 가보십쇼. (마지막으로 메건에게 경례를 하고는 다시 앉아 붕대를 마저 풀기 시작했다.)
대단히 뛰어난 몇 사람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니샤와 메건은 이미 어마어마한 공훈을 세웠다.
릴리안이 무례하게도 상관을 닦달해 창고 수리를 하는 동안,
약속된 시간, 두 사람은 사령부 막사로 향했다.
수뇌부가 머무르고 있는 것치고는 검소한 막사 안에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회의 탁자가 있다.
메건 J. 울프:(요한 보고 약간 표정이 떫어졌다가 멀쩡해진다.)
니샤 카우르:(메건 옆구리 팔꿈치로 툭 치고 총사령관 향해 경례했다...)
메건 J. 울프:(아, 경례... 경례한다.)
총사령관:왔나. 앉게. (두 사람의 경례를 받고 손수 의자를 빼 준다.) 고생 많았어. 다친 곳은 없고?
메건 J. 울프:니... 카우르 소령님이 부상을 약간 입으셨습니다.
니샤 카우르:(또 툭 쳤다...) 괜찮습니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금방 낫습니다.
복귀하면서 두 사람은 ‘극비 작전‘ 이 있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
보안을 우려해 상세한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
요한 에를리히:(공중에 지도를 띄워 홀로그램 패널을 모두가 볼 수 있게 펼쳤다.) 지금 우리는 왈비스만 동측 전선에 있다.
…모두 알만한 이야기지만 정리 차원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총사령관에게 고개를 까딱하고)
공화국은 X각성자를 무한히 생성해 재공급했다. 치유계 각성자들까지 미친듯이 투입해 빠른 전선 복귀 시스템을 완성했지.
반면 우리는 여기서 더는 병력을 긁어모을 수 없어. 다카르도 이 이상의 군비 지출은 난색을 표하고 있으니까. 이대로는 안 돼. 이 인원으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
총사령관:(말을 받았다.) 재작년에 결국 스와콥문트로 대통령궁이 이전된 것 기억나나?
전쟁 중이라는 사유로 결국 종신직 대통령이 된 로멩 바투타의 대통령궁이 스와콥문트로 이전되었다.
공적인 사유는 신변 보호였지만, 실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총사령관:(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대강 추측할 거라 생각되는군.
어쨌든 전선을 여기까지 끌어당기는 데에 성공했으니 지금이 적기라네. 대통령을 인질로 붙잡아 협상을 요구할 작정이야. 설령 생포에 실패하더라도 그 도시를 함락시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찾아볼 정보도 있을 테지. 자네들이 이야기해준 게 많지 않은가. 에를리히 군이 찾아낸 것도 있고.
메건 J. 울프:(한번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지 않았나... 물론 놓쳤을 수도 있고. 아무튼간에 딴 생각이나 하다가,
인질이라는 말에 고개를 퍼뜩 든다.) 아...
요한 에를리히:예를 들자면, 4년 전… 카우르 소령과 울프 대위가 방위사령부 지하에 침입했을 때 발견했던 ‘SKYWAY’ 라는 단어. 우리는 정부가 하늘길 시스템을 수상한 곳에 쓰고 있다고 이미 잠재적 확인을 거쳤지. 그 하늘길 시스템의 서버 신호 전파가 스와콥문트 방향에서 감지되고 있다.
총사령관:그런데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어……. 그래서 자네들을 부른 거야. 정찰이 필요해. 우리는 근처에서 끌어모을 수 있을 만큼의 병력을 끌어모아 대기하고, 두 사람이 먼저 침입해 길을 열어 주길 바란다.
요한 에를리히:적군은 우리가 열세에 몰렸다 여기고 있다. …그게 사실이고. 그래서 내일, 그들의 핵심 군단 두 개를 투입해 우리 잔존 병력을 쓸어버리려 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간의 패전은 작전상 후퇴였다. 흩어져 있던 적 병력을 일부러 이쪽으로 모아 오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어. 그러니… 두 사람이 내일 전투에서 할 수 있는 한 적측 핵심 군단을 섬멸해야 해.
그렇게 해서 적군 병력을 크게 약화시킨 다음 스와콥문트로 침입한다면, 적측은 한동안 정신이 없어 쫓아오기 힘들겠지.
메건 J. 울프:(보통 총사령부로 호출받는 것은 거창한 일을 맡을 때 뿐이지만, 이번 일은 특히나 더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탁상 밑에서 손을 꿈지럭거리다가, 겨우 겨우 침착을 가장한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할말을 하자면 많았다.
스와콥문트로 들어가 알게 된 정보가 우리쪽에는 최악의 소식이라면?
아니, 그 전에. 스와콥문트로 들어가는데 실패한다면?
이 작전의 주축은 니샤와 저뿐이었다. 실패할 경우엔 대가를 엄한 사람들의 목숨으로 감수해야 할 것이다. 혁명군의 괴멸까지도 생각한다면, 너무 간 것일까. 그럼 전쟁이 끝나긴 하겠네. 차마 바깥으로 내보낼 수 없는 농담을 삼켰다.
역시 무모하다. 결국 아는 건 하나도 없지 않나. 그러나 할말이 많은 만큼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이 작전을 세운 사람들 역시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며, 그럼에도 속행하기로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총사령관:말은 전부 전달했으니, 난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그 말을 끝으로 총사령관은 막사에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
요한 또한 볼일이 끝났다는 것인지 막사를 나갔다.
니샤 카우르:... 여러모로 좀, 그렇네. (이 한 문장만을 당신 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꺼냈다.)
(결국은 요한의 그 비상한 머리로 짜낸 작전일 테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할 사람이 받을 감상으로는, 달갑지 않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은 한 마디로, '너희 둘이 아니면 안 돼'라는 거다. 둘만을 위한 방법으로 구성된 작전은 중압감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 정확히 따지자면 자신이 받을 중압감 보다는 메건이 받을 중압감이 걱정되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자신이 가자 했기에 이 끔찍한 공간에, 페어라는 이유로 긴 시간 동안 당신은 이 안에 있어야 했다. 어제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내일부터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곳. 매일 비명과 신음, 비릿한 내가 진동을하는 곳.
... 그러나, 당신을 걱정하는 마음과 다르게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이 존재한다면 저는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하지만 드디어 스와콥문트로 가는 것이다. 이제서야.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리는 스와콥문트를 꿈꾸며 자란다. 이런 말도 한참 지난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스와콥문트를 바라게 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우리도 돌아갈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전 개시까지 두 시간. 옷을 갖춰 입어야겠다.
해방군의 대다수는 부족한 물자 탓에 어디 지나가는 도적떼 같은 꼴이었으나
경보 소리가 울리며 새빨간 조명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니샤 카우르:이 자식들, 일찍 시작하려는 심산이다. 울프 대위, 완진하고 나오도록 해!
전투복을 모두 갖추고 오라는 명령을 던지며 니샤가 대응했다.
메건 J. 울프:(고개를 끄덕이며 익숙하게 챙겨야 할 것을 챙겼다. 와중에 하나정도는 굴러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 (긴장하지 말고...) ... (...망설이지 말고.) ... (물건을 주워 테이블에 올려두고, 막사 바깥으로 나간다.)
탄창이 필요 없는 권총, 탄창이 필요한 권총을 가리지 않고
허리와 허벅지에 차며 방어구를 빠르게 걸쳤다.
니샤 카우르:에를리히 대령님께 전해! 우리 당장 출격 가능하다고!
양자간의 전투는 언제나 적어도 해가 진 뒤에 개시되도록 암묵적 합의를 맺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작전도 20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인데,
어차피 20시 예정이었던 출격이 몇 시간 앞당겨진 것뿐이다.
아군은 진작부터 진형 배치를 시작하고 있었고,
새삼스럽게 혼란이 와 규격이 흐트러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휴식을 방해받은 데다 뜨거운 날씨에 전투를 시작한다는 사실에
두 사람은 모래바람을 헤치며 서걱서걱한 땅을 밟고 이륙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두 사람과 한영, 그리고 그 설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이한영:오셨습니까. (니샤에게 먼저 인사하고, 메건에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타십시오. 띄우겠습니다.
메건 J. 울프:(아직도 적응 안된다. 어색하게 니샤가 오르길 기다렸다가, 뒤따라 탄다.)
급하게 닦아 놓은 이륙장이라 소음도 바람도 심했다.
활주로 같은 게 굳이 필요치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민간인은 탑승조차 불가능하여 본 적도 없는 헬기를,
한영이 어찌어찌 조종법을 익히고 다룰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
기실 지난 몇 달은 니샤와 메건의 작전 수행 완료와 동시에
한영이 준비되기를 기다리는 과정이기도 했던 것이다.
메건 J. 울프:(믿어도... 되는... 거 맞지?)
니샤 카우르:(메건 어깨 툭 쳤다. 또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냐?)
메건 J. 울프:... (왜? 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니샤 카우르:(모르는 척... 하고 헬기 올라탄다.)
메건 J. 울프:... (평소 니샤처럼 농담이나 던져볼까 하다가, 그냥 만다.)
한영과 설계자는 조종석에, 두 사람이 뒷좌석에 타 헤드셋을 걸쳤다.
작은 에너지 장벽으로 헬기 전체를 감싸 소리와 형상을 죽였다.
현대전에서 제공권의 지위를 무시하는 지휘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 필승 권장 수칙‘ 같은 것을 명문화할 수 있다면
‘재앙의 날‘ 이후 그런 문서는 모조리 수정되었으리라.
아프리카 공화국 영토에 존재했던 허브 공항은 대다수 무너졌고,
사상검증을 철저히 받은 사람들만이 조종간을 쥘 영예를 허락받았다.
애초에 아프리카 공화국 영토 내에선 고공에서의 타격이 불가능했다.
툭하면 모래폭풍이 불고 낙진 같은 비가 쏟아지는데
시계 확보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습이 가능할 리가 없다.
양자 모두 공습에 투입할 인력이나 군용기도 없었지만,
있다고 쳐도 장벽 바깥에선 앞이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도시를 습격하자니 자국민을 참살하는 꼴이 되는데.
어떤 정신 나간 지휘부가 그것을 승인하겠는가?
그러나 공중전이란 개념 자체가 상실된 이 우스운 시대 속에,
요한 에를리히는 작전 개시를 선언하며 말했다.
요한 에를리히:전황을 뒤집을 수 없다면 지형을 뒤집으면 된다. 폭탄을 떨어트릴 수 없어도 공중전은 가능해. …스러진 병사들의 목숨값을 대납해 주도록. 카우르 소령, 울프 대위.
헬기는 묵묵한 재앙을 품고 적진 위로 날아갔다.
지상에서는 보병들이 부딪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메건 J. 울프:(생각보다 덜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 (우습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일 앞에서도 헬기의 승차감을 따지고 있는 걸 보면. 이런 부분은 한심하게도 변하질 않는다. ...집중이 안돼. 어수선하다. 이건 두려움인가?) ... (안돼. 이건
우리가 망하면, 내가 발목을 잡으면, 개죽음으로 끝나는 일이 된다고. 입안 살을 꽉 문 채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니샤 카우르:(... 조용히 밖 상황을 확인하다 메건에게로 눈을 돌렸다. 긴장하는 걸까. 하지만 당신도 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한 긴장은 도움이 안 된다. '하던대로 하자'는 말이 괜히 존재하겠는가. ... 메건의 손 위에 손을 올려놓고 쥐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알고 있지? (그러니까, 네가 못하면 내가 하면 된다고.)
... 이제 슬슬 움직이자. 시야 확보부터 해줄래. (등 팡팡 두드린다.)
메건 J. 울프:(손 위의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 ...응. (알고는 있지만... 본인이 하지 못한 일을 네게 넘기긴 싫었다. 이미 몇번 전적이 있기도 하고. 의존과 의지는 다른 것이다.) ...멍청하게 굴면... 한대 때려줘. 아니, 지금 한대 맞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하고, 웃었다. 부러 입꼬리를 올려서.)
(숨을 들이킨다.) ⏤그럼 시작할게.
(지상에서 무료하게 전투의 개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개중에서도 발가락을 잃은 군인 한명은 문득 눈이 부실지도 모르겠다. 해가 지고 있는 이 상황에 말이다. 멀리서부터 홍채 위로 작은 반사광이 오른다. 그의 동공이 수축되는 순간. 보이지 않는 길이 설계된다.)
분명 당신의 파트너는 이 안에서 길을 잃지 않겠다.
한영의 설계자: 이제 문 열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두 사람은 오로지 한영의 구현에 의지해 허공을 걷는다.
헬기 안에서 설계와 구현을 펼치기엔 한계가 있으니까.
메건 J. 울프:(안 괜찮... 안 괜찮아요...)
적을 섬멸해야 한다. 어떻게 섬멸하는가는 두 사람의 몫이었다.
(안 됐어... 하지만 해야돼.)
니샤 카우르:예. 괜찮습니다. (메건은 잘 모르겠고 일단 이쪽은 준비 끝이다.)
메건 J. 울프:(때려달라고할까?지금이그때같은데?입을 열까말까 고민하다가 문이 먼저 열려버렸다.)
니샤 카우르:(때릴 새고 뭐고, 메건의 손을 잡고 헬기 밖으로 몸을 던진다.)
펄럭거리는 고공의 바람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옷소매 사이로 펄럭여 피부를 긁었다.
마치 달로부터 지구까지 투신하듯 허공으로 발을 내딛는다.
연한 노란색과 연두색이 교차하며 발밑을 받쳐 주는 것이,
이제는 사라져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봄의 풀밭을 밟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섬멸할 것인가는 두 사람의 몫이라고 했다.
고작 두 사람이 수천, 수만 명을 해치울 수가 있겠는가.
릴리안의 고함 소리로 추정되는 것이 얼핏 들렸다.
중력을 다룬다는 중요한 이능력을 가진 한영 페어가
동시에 떠나올 수 있는 까닭은 다 릴리안 웨즐리 덕분이었다.
설계자도 없는 그가 어떻게 아군 진지를 홀로 방어하고 있는지 이야기할 여백이 있을까?
전쟁은 사람의 역사를 하나하나 지우고, 또 새롭게 쌓아 올리는 과정이다.
영웅은 탄생하는 것 자체로 발아래에 수많은 시체를 밟아 건너는 일을 행하므로 영웅이다.
허공에 발을 딛고 선 니샤가 손을 치켜올렸다.
지금으로선 이미 사라진 어느 곳에는 청천벽력이라는 말이 있댔다.
맑은 하늘에서 날벼락이 친다니. 그것도 물 한 방울 없는 곳에서.
쨍강, 무언가 부딪혀 깨지는 파열음이 연달아 나면서
풀썩, 모래 위로 쓰러지는 맥없는 소리가 퍼진다.
적이 쓰러지고 놀랄 틈도 없이 그 옆사람이 쓰러지기의 반복.
무분별한 번개가 적군만을 골라서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메건 J. 울프:(몇달을 벗어나있었지만, 이곳의 지형은 제일 잘 알고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판을 더한다. 판을 뺀다. 은색 눈이 바쁘게 아래를 훑는다. 더하고, 빼고, 그 단순한 행위를 수없이 반복하며 자신만이 읽어낼 수 있는 길을 만든다. 오직 한사람만을 위해 만든 길이다. 제 손을 붙든 이밖에 걸을 수 없다. 그러나 둘 중 누구도 낭만은 느끼지 못할 테다.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해 만든 길이니까.)
이미 이 극비 작전을 알고 있었던 장교 몇 사람이 넋을 놓고 하늘을 보자
눈이 돌아간 아군 병사들이 환호를 지르며 시체를 밟고 진격했다.
그날 아프리카 해방군은 몇 달간의 패배를 완전히 뒤엎는 대승을 거두었다.
적군 4만명 중 1/3이 사망하거나 전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각지에서 들어오는 보고를 정리하며 요한 에를리히는 무덤덤한 낯빛을 했다.
릴리안 웨즐리:단결. 고생하셨슴다. 소령님 잠깐 이야기 좀 하시지 말임다.
니샤 카우르:(음.) 그래도 되고, 같이 들어도 문제 없다면 잠깐 이야기 같이 해도 좋아.
릴리안 웨즐리:저는 괜찮지 말입니다. 대위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메건 J. 울프:어... 그럼 같이 들을게. (요. 슬그머니 덧붙였다.)
릴리안 웨즐리:그럼 이쪽으로 앉으십쇼! (막사 문 옆의 의자를 가리켰다. 둘이 앉기 전까지 얌전히 서있는다...)
메건 J. 울프:(부담스러워... 얼른 앉았다. 그래야 상대방이 앉을테니까.)
릴리안 웨즐리:(니샤까지 앉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 옆에 자신도 앉았다. 어디서 난 것인지, 와인을 한 병 꺼내든다.) 한 잔 하시렵니까?
니샤 카우르:왜? 조금은 괜찮지 않나. (이쪽은 벌써 잔 들었다. 옆에서 릴리안에게 와인을 받고, 병을 받아 릴리안 잔도 채워주었다.)
메건 J. 울프:(고개 젓고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오늘 전투에서 죽거나 다친 병사는 물론 많았지만, 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모래가 시체를 덮어 신원조차 파악하기 어렵게 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저 모래 언덕 너머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메건 J. 울프:(살짝 벌어진 막사 너머로 눈이 돌아갔다가, 돌린다. 지금 당장은, 바깥은 보고 싶지 않은 탓이다.)
릴리안 웨즐리:(받아든 와인을 들이마셨다. 와인에서 입을 떼더니 잠시간 정적 후 말을 꺼냈다.) 두 분은 그때 기억나심까? 저 살아 돌아왔을 때 말입니다.
니샤 카우르:기억 안 날리 있나. 머리털이 이만큼 쥐뜯겨 돌아왔는데. (잠깐 웃었나.)
릴리안 웨즐리:그때 제가 소대장이었는데 말입니다. 아래 200명 애들을 다 잃어버리고 혼자 고립되어서 무너진 건물 안에 갇혔습니다. 적 각성자가 이성을 잃고 날뛰는 바람에 그렇게 됐었죠.
기억나십니까? 제가 갇혀 있던 기간이 20일이 넘습니다. 어떻게 살아남았을 것 같으십니까?
메건 J. 울프:(자꾸 기억력 확인하네...)
니샤 카우르:보고서에는 이슬 받아먹었다고 써올렸잖아. 참모가 그게 말이 되느냐고 화를 태도 절대 말 안 하고, 입만 다물고 있었으면서.
릴리안 웨즐리:뭐, 절대 틀린 말은 아니긴 했습니다. (씁쓸하게 웃었다.) 위층에서 죽은 놈이 있었는데, 그 피가 제 얼굴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도리가 있습니까? 받아 마셔야죠. 근데 그게 X-각성자였던 겁니다. 그 피를 마셨으니 제가 설계자 없이도 이렇게 강해진 겁니다. ... 의무장교님은 아십니다.
괜... 아니. (혼자잖아?)
...어떻게...? (혼자서 에너지를 어떻게?)
릴리안 웨즐리:그 X-각성자만큼 강한 에너지 파동이면 따로 파트너가 필요 없기도 하고. (이미 적측은 '그' 각성자들을 그렇게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저 또한 그들과 다를 바는 없지 않습니까. 그것 덕분에 생명을 부지한 주제에.
...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일을. 그게 두 분이라서 어찌 보면 다행인 것 같습니다.
니샤 카우르:(심각하게 미간을 굳혔으나 할 수 있는 말은 많이 없다는 것을 안다.
여리고 순수했던 릴리안. 자신은 약하다며 주눅들어 하던 릴리안. 우리를 존경한다며 올려다보던 얼굴은 이제 없다는 것도 안다. 드문드문 4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유리 선배, 심장만 남아 둥둥 떠다니던 그 광경, 강제로 각성자를 만든다는 미친 실험. 그것을 모두 아는 입장에서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누군가는 강력한 인력에 감사하거나, 누군가는 암울한 처지에 안타까워 하겠으나.) ... 혼자 고생 많았겠네. (그런 반응을 보이기에는 여렸다.)
메건 J. 울프:(침묵하다 묻는다.) ...그래서 어때?
... ... ...멋진... (이었던가. 상대방에겐 미안하게도, 흐릿하다.) 각성자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말하다가 문득. 어라...? 나... 지금... 친한척하고 있지 않아...?)
릴리안 웨즐리:대위님, 그것도 기억하고 계십니까? 기억하실 거라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말임다. (괜히 실없는 소리 한 번 한다.) 이제 와서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슴까. 원래도 시민권을 따려고 아득바득 집착했던 것인데 지금 와서는... (한숨 쉬었다.) 그럴 마음도 안 듭니다. 반란군의 중위까지 먹어놓고 그런 것에 연연해 하기에는 너무 멀리 오지 않았슴까.
... 다만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반란의 이유 중 하나가 나를 살렸다니. (...) 누구라도 그럴 겁니다.
메건 J. 울프:... (정확히는 기억 안나. 이런 말은 구태여 덧붙일 필요 없겠지.) 이유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야. 살아서, 할 수 있는... ... (다시 말이 없다. 그는 연구소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다짐했지, 그때. 아니, 다짐은 그 이후의 일일지도 모른다. 당시의 마음가짐이라곤,) ...나는, 남기지 않을 거야.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단 하나도... 그러다 고개를 퍼뜩 든다.) 그, 그러니까. ...
나는...
그러니까, 네가 살아야 할 이유는 모르겠지... 만... (말이 이상하잖아?!)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와... 가만히 있을 걸. 요새 대위라는 직위를 얻고나서 지나치게 말이...?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 못하고 있지 않아? 얼굴이 약간 빨개진다.)
(아무튼. 후덥지근한 천막 안에서 그는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뭔가 마무리는 해야할 것 같아서.) 죽지 말자, 우리. ... (어정쩡하게 말이 끝나고,) ...나 먼저 가볼게. (벌떡 일어난다.)
릴리안 웨즐리:뭐― (반응하기도 전에 훌쩍 일어난 메건을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다가,) 으하하! (크게 웃었다. 그리고 따라 일어나 메건을 꽉 안았다.) 감사함다, 대위님. 나 참, 이런 일로 '다행이다, 죽지 말자' 같은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 말임다. (메건 등 툭툭 쳤다. 잠깐 조용해지고.)
선배님. 산다는 건 선택의 연속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이렇게 웃고 있어도... (...) 저희는 정말이지 더는 이 전쟁을 이끌어나갈 수 없습니다. 오늘 일은... 옳았다고 할 수 없어도 옳은 겁니다. 몇 명인가는 모르겠지만, 적 부대 몇 개를 섬멸해서 더 큰 죽음을 막을 수 있다면… … . (...) 그러니, 선배님도 기운 내십쇼.
메건 J. 울프:(나 나갈래 나갈래 나갈래...)
메건 J. 울프:(얼굴 시뻘개진채로 눈만 굴리다가, 놓아진다.) ... (뭔가 대답을 해야할까?) ... (말은 이미 너무 많이 했는데?!) ...난 ... (시선 돌리다가 니샤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갈게. (창피해창피해창피해창피해창피해)
니샤 카우르:벌써 가나? (입술 꽉 물던 것을 어찌어찌 풀고 말했다.) 난 조금만 더 얘기 나누다 갈게. (손 흔들어줬다....)
메건 J. 울프:... (약간 노려봤나? 아무튼 나간다. 찌질하게...)
(둘을 뒤로하고 천막을 나선다. 제게 배정된 천막은 그로부터 얼마 떨어져있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래를 밟으며 걸었다. 막상 혼자 남자 적막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 (따뜻한 바람은 피냄새를 풍기는 것도 같았다. 메건은 문득 그 속에서 우스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혁명의 전장을 이끄는 소수 인원 중 절반이 X-각성자의 피로 살아있다. 당연히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이유가... (이유. 전쟁을 끝내야 하는 이유. 천막에 들어가지 않아도 이미 사방이 침묵하고 있었기에, 그는 더이상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둘을 뒤로 하고 돌아나오면 등 뒤에서 말소리가 다시 이어진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니샤 또한 막사로 돌아온다.
다음날, 전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무렵 요한의 호출이 있었다.
스와콥문트 돌입 전 해방군 전용 워치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고 가라는 이야기였다.
메건 J. 울프:... (왜...? 총사령관이?)
니샤 카우르:... 워치 업데이트만 하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총사령관:그것도 해야지. 자네들 시계는 잠깐 풀어서 두게. 에를리히 대령, 부탁 좀 함세.
요한이 두 사람의 시계를 가져가 스크린 패널을 띄우고 이것저것 조작하는 사이,
총사령관이 손수 커피를 내려 앞에 내려 주었다.
총사령관:뻔한 격언이긴 하지만… 장교의 전쟁은 병사의 전쟁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지. 전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나, 어쩌면 올해 안으론 전쟁이 끝날 거야. 그렇지 않은가? 끝나면 자네들은 뭘 할 작정인가?
제... 제가 하겠...
(총사령관, 대령, 소령 사이에서 한 대위가 말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총사령관님...
(제발하게해주세요)
총사령관:아니, 우리 전쟁 영웅들을 막 시킬 수는 없지! 앉아있게, 앉아있어. (껄껄 웃으며 계속 커피를 내렸다. 아랫사람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건가?)
메건 J. 울프:(속으로 비명만 지른다.) ... (일전의 물음은 잊은듯...)
니샤 카우르:(메건의 진땀 흐르는 상황을 유유히 지켜만 봤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듯하기도 하고.) 저희, 저는... 우선 부모님을 찾을까 합니다. 그 후에는 역시 쉬고 싶습니다만... (...) 지난 8년간 투쟁하며 살지 않았습니까. (총사령관 앞에서 맹랑한 소리다.)
메건 J. 울프:(그랬지. 그렇겠구나...) ... (손 꼼지락거린다. 그러고보니까, 잘 계실까? 저 때문에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르는 가족. 서로 살가운 사이가 아니기도 했고, 이미 얼굴을 본지 한참되었기도 했고... 그에 관한 그리움은 크게 없었다. 그냥 무책임하게도, 괜찮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이미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니까.)
총사령관:... 그런가. 가족을 찾고 쉬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하네만, 전후처리도 생각해야지. 가족이야 우리 쪽에서 찾아줄 수도 있네만, 그 외 사람들이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는 있지 않은가? 우리 시대엔 상징이 필요해. 신음하는 병사들을 어루만져 주려는 마음은 없는가?
요한 에를리히:아, 실례. (하나도 안 실례한 표정으로 엎지른 커피를 닦는다. 그리고 뚱하니 총사령관을 바라본다.)
이런 얘기하시려고 애들 부르라고 하셨습니까? 사령관님, 영웅의 삶을 왜 영웅 아닌 자가 강론합니까?
그만하고, 다 끝나면 두 사람은 풀어 주십시오. 상징이건 영웅이건 총사령관님이 직접 하시면 그만입니다. 그 과정에서 로맹 바투타처럼 되신다면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거고, 잘 하시면 여기 두 사람보다 더 대단한 위인이 되실 테고.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 마음대로니까. 안 그렇습니까?
메건 J. 울프:(저거 내가 닦아야...? 하나?) ...필... (싸한 분위기에 눈치를 보다 말한다.) ...요하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니샤는...
...카우르 소령님은, (...) 은퇴하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말하고 나니까 또 이상... 한데...?)
니샤 카우르:(뭔가 기분이 묘한 말이긴 하다만...) ... 이 정도면 은퇴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부러 가볍게 말해 흘려 넘기도록 유도하며 답한다.) 울프 대위는... (...) 제가 데려온 사람이다보니, 원치 않는다면 보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만, (... 메건 봤다.) 할 거야?
메건 J. 울프:...누군가... 해야 하면...
저는, 딱히 찾는 사람도 없을테니까요.
니샤 카우르:(입 다물고 얌전히 있다가... 조금 토라졌나 싶은 얼굴로 메건 보던 고개 돌렸다.)
총사령관:허허, 이거 보게나. 울프 대위처럼 나서준다면 내가 사양할 것도 없지 않겠나! (요한 바라보며 다시 껄껄 웃었다.) 그럼 할 말도 다 전했고, 난 먼저 자리 비우도록 하겠네. (정말 이것으로 만족한 것인지 지휘부 막사를 나갔다.)
요한은 한숨을 쉬며 홀로그램 패널을 연신 두드렸다.
메건 J. 울프:(끝나고 생각하자... 끝나고...)
...그런데 무슨 업데이트에요?
요한 에를리히:별 거 아니다. 그냥 OS 업데이트 버전이 나와서 하는 거니 너무 신경쓰지 말고.
혁명군은 더는 공화국 지급 시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카르에 독립적인 생산 라인을 구축해 두었다.
두 사람이 4년 전 발견했던 ‘SYSTEM SKYWAY’ 가 하늘길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은 자명했다.
총본산 서버에 데이터를 쌓아 두는 시스템이 OS로 적용된 시계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다.
새로운 OS를 적용한 시계가 모든 해방군에게 보급되고 있었다.
잠시 후에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마친 요한이 시계를 도로 내밀었다.
요한 에를리히:사실 할 말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 나? 4년 전에, 너희가 방위사령부 지하에서 어쩌다 위기에 처했었는지.
메건 J. 울프:(다들 왜 이렇게 기억력 테스트를...) ...하죠.
‘아버지’ 에 관해 물었을 때였지. 어렴풋한 기억이 난다.
요한 에를리히:그래. 거기 있는 로봇들이 모두 ‘아버지’ 라는 어떤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었어. 당시에는 너희나 나나 아놀드 박사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게 내 결론이다.
(홀로그램 패널 하나를 크게 띄워 보여 준다.) 당시 모든 로봇들의 관리 전파를 한 송신기에서 받아 오고 있었는데, 그 송신기는 마치 각성자처럼 짝을 이루는 두 개가 한 쌍이야. 너희가 떠난 뒤 뒷처리하러 들어갔던 우리 내부자가 송신기를 빼돌렸고, 내가 분해해 봤거든. 모든 회로가 절반으로 잘려 있더군.
그리고 남은 하나의 짝 좌표값이… 스와콥문트로 되어 있었어.
로봇들에게는 하늘길 시스템 OS도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 아래를 파고들어 보면 최초로 ‘설계된’ 시스템의 신호는 스와콥문트로부터 받아 보고 있었다는 거야. 그렇다면, 그들을 ‘만든’ 누군가가 스와콥문트에서 로봇들을 관리하고 있고, 그게 곧 ‘아버지‘ 라고 추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그 ‘아버지’ 인지 하는 존재를 단번에 찾을 수 있을까?
도시 하나 넓이를 두 사람이 탐색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메건 J. 울프:(그래서 아버지가 누군데...)
...저희가 찾아야 하는 거죠?
요한 에를리히:그래. 그래서 오늘은 그 작전 이야기를 좀 할 거야.
너희는 스와콥문트를 정복하러 가는 게 아니라, 스와콥문트의 진실을 파헤치러 가는 거니까 일단은 그 도시의 생체 정보를 추적해 봐야 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 ‘스와콥문트로 갔다’ 고 하는 그 많은 ‘공로자’ 들이 정말 거기 살고 있는지, 사람을 추적해 보자는 거야. 그건 내가 업데이트해 둔 스마트워치 어플리케이션으로 해결할 수 있어.
요한 에를리히:그다음으로 대통령궁이나, 핵심적인 시설이 설치된 장소를 찾아야 해. 내부 상황을 알지 못하니 작전을 촘촘히 짤 수가 없어.
일단 너희 두 사람의 목표는 이것 두 개고, 통신하면서 그때그때 대응하자. 허를 찔러 빠르게 몰아쳐야 하니까,
(전수조사를 해야한다고?)
요한 에를리히:지금까지 공로자는 수도 없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카우르의 부모님 또한 스와콥문트로 가지 않았나? (니샤를 흘끔 바라보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와콥문트가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었다는 것이지. 학창 시절, 기억 나나? 그래서 생체 정보부터 추적하는 거고.
메건 J. 울프:...뭐든 들어가봐야 알겠네요. (지금껏 황당무계한 작전도 여럿 수행했지만, 이번이 최고로 대책없는 작전이다...)
(그런데 니샤, 아까부터 말이 없지 않나... 하고 곁눈질한다.)
니샤 카우르:(한동안 말이 없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경직된 표정과 말투였으나.) 잘 됐네요. 부모님 찾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거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곧 있으면 8년 간의 여정이 끝날 수도 있으니까.)
(...) 갑자기 좀 긴장되는데.
메건 J. 울프:...무사하셨으면 좋겠네.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이해가 갔다. 몇년만에 진실을 확인할 기회가 온거람. 그리고 그 진실은 바라는 방향일지, 바라지 않는 방향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긴장이 될수밖에 없었다.)
입을 닫은 요한은 오래도록 두 사람을 들여다보았다.
두 사람이 공화국군을 절멸시킨 것만 같았던 전투로부터 며칠 뒤,
아군 병력은 새벽을 틈타 스와콥문트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부대 행보관들이 꺼멓게 죽어가는 얼굴이 되어 진군을 준비했다.
하늘길 시스템의 지도는 사용할 수도 없을 뿐더러 고의로 조작된 부분이 많다.
일일히 정찰 드론을 먼저 보낸 다음 경로를 파악한 후에야 이동이 가능했기에
대부분 가본 적도 없는 장소로는 이동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걸려 있었기에 더욱 선택할 수단이 없었다.
이동하는 아군 진로로부터 한참 앞선 곳, 매서운 함신 사이.
두 사람은 군용 오프로드 차량에 탑승해 있었다.
기묘하게도 모래 폭풍은 스와콥문트에 접근할수록 잦아들었다.
한치 앞도 짐작할 수 없는 사막에서 올바른 방위를 잡고 있다고 일러 주듯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수동 운전을 시도한다. 기본 이동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며, 아래 순서를 3회 진행한다.
1. 정찰 드론을 날려 보내 주변을 관찰한다.
설계자의 항법 판정에 성공하면 드론이 스마트워치로 전송하는 영상을 분석하고 스와콥문트까지 향하는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설계자가 실패한다면 구현자가 관찰력 판정 등을 진행해도 좋다.
2. 선정한 방향을 향해 운전한다.
운전자 역할을 담당한 캐릭터는 운전 판정을 거친다.
3. 운전 판정에 성공하면 전진하고, 실패하면...
메건 J. 울프:(운전 솜씨에 토할 것 같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비실비실 정찰 드론이 날아간 길을 파악한다.)
항법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저쪼, 윽, 억, (차체가 흔들려서 혀를 씹는다.) ... (눈물 찔끔 난 채, 손가락으로만 가리킨다.)
니샤 카우르:아, 씨, 잠깐, (제가 운전하면서도 버티기 힘들다는 듯 헛구역질 한 번 하고.) 저쪽? 확인했어. (메건이 가리킨 방향으로 엑셀을 팍 밟는다.)
니샤 카우르:
자동차 운전
| 기준치: |
20/10/4 |
| 굴림: |
10, 29, 26 |
| +2: |
어려운 성공 |
| +1: |
어려운 성공 |
| 0: |
어려운 성공 |
| -1: |
실패 |
| -2: |
실패 |
군용 차량은 정확한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간다.
메건 J. 울프:(보조 손잡이를 손이 하얘질 만큼 꽉 쥔 채다. 이번에는...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항법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9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저기-
니샤 카우르:(메건 슬쩍 보고, 이번에도 가리킨 방향으로 쭉 밟는다.)
자동차 운전
| 기준치: |
20/10/4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조금만 더 가면 스와콥문트에 도착할 것 같다.
메건 J. 울프:(맑게 개인 시야에 멀미 여러 스푼. 스와콥문트의 정경이 보이지만 긴장할 여유가 없다. 당장 게워내지 않게 속을 달래야 하므로...)
항법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6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거의, 다 왔어. ... 그래도 직진.
니샤 카우르:직진. 확인했어. (쭉쭉 밟는다. 아무것도 발에 채이지 않는 모래 황야라니. 엑셀만 밟는 운전이라는 건 이렇게 상쾌한 거구나, 혼자 생각했다.)
자동차 운전
| 기준치: |
20/10/4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실패 |
대신, 비틀거리는 형체의 발바닥에 눈이 달려있는 듯하다.
메건 J. 울프:(저게 뭐야?) ...
3분 거리에 신원 미상의 적 발견. (손에 쥐고 있던 산탄총을 한번 확인한다.)
니샤 카우르:... ... 지금 잡고 가는 게 맞겠지. 정차할까? (혹여 있을 정차를 위해 스틱 위에 잠깐 손을 올렸다.)
메건 J. 울프:(후방을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고개 끄덕이며) 한번에 확 줄이지 말고...
(니샤는 급정거를 할까?)
니샤 카우르:(급정거 하려다!!! ... 뒷말 듣고 말았다.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섰다... 마지막에는 좀 빡!! 밟긴 했지만.) ... 됐다. (아마도.)
메건 J. 울프:(좌석에 몸을 착 붙여두고 있었다. 전에도 급정거한 탓에 머리를 글로브 박스에 박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운전 내가 할래...
니샤 카우르:(... ... 입 꼭 다물었다. 떠오르는 과거 애써 박박 잊기.)
메건 J. 울프:
SAN Roll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73 |
| 판정결과: |
실패 |
(징, 징그러워...)
니샤 카우르:
SAN Roll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어떻게 괴물은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될까. (마저 헛구역질 하고, 정신차렸다.)
니샤 카우르:크리쳐랑 마지막으로 전투했던 게 언제더라. (곰곰 생각해보다 그만 뒀다. 매일같이 사람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지칠대로 지쳤다. 우득, 소리가 나도록 손을 한 번 풀고는 에이가무차를 향해 바로 이능력을 날렸다.)
이능력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9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7 |
에이가무차:(날아오는 이능력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것 같은 니샤를 향해 달려들었다.)
할퀴기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96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9 |
에이가무차:(그리고 주변을 향해 팔을 휙휙 휘둘렀다. 아무나 걸리라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겠다.)
할퀴기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53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7 |
물기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4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14 |
메건 J. 울프:(저렇게 성의 없이 휘두르는 팔이건만, 죽자사자 피해야 했다.)
회피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저런 것도 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가. 쉽게 피한다.
메건 J. 울프:(옷 끝단이 조금 찢겼나, 느낌으로만 짐작할 뿐이다. 그대로 총기를 들어 조준한다.)
12 게이지 산탄총(반자동)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3 |
9
사령부 쪽으로 현황 보고를 보내는 일도 빠뜨리면 안 될 것이다.
메건 J. 울프:...저런 건 처음 봐. (방독면 탓에 소리가 조금 울린다.)
니샤 카우르:내가 보기에도 그래 보여. (전기 탓에 이리 저리 튄 모래를 툭툭 털며 차량으로 돌아왔다. 운전석에 뛰어 올라 앉은 후 등받이를 뒤로 쭉 젖혔다.) ... 오히려 사람에 가까운 모습 아닌가?
메건 J. 울프:닮았... 나? (잘 모르겠는데. 에이가무차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영 유쾌하지 못한 몰골에 도로 물렸다.) ...잠깐, 내가 운전 할 거야.
니샤 카우르:뭐... (흘끔 크리쳐를 바라봤다.) 그래도 저 정도면...? 아, 모르겠다. 실루엣은 대충 그렇게 생겼지 않나. (머리 막 헝클이다가...) ... (말 없이 그대로 내려 조수석으로 옮겨갔다...) 어쨌든 현 상황 보고도 해야겠지.
메건 J. 울프:(터벅터벅 걸어서 운전석으로 옮겨갔다. 사실 피차일반인 운전 솜씨지만... 그래도 급정거를 하진 않으니까. 대충 그런 합리화를 해가며 올라 앉고는 벨트를 착용한다.) 여기 좌표가... (디스플레이에 뜬 숫자를 확인하고는 무전을 보낸다. 형식적인 내용이 읊어지고,) ...인간의 형체를 본뜬... (뭐라고 해야하나?) 괴생물을 발견해 사살했다. 정찰 드론과 거리를 두고 이동하길 권장한다.
조금 기다리면 무전기에서 "확인,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요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메건 J. 울프:그럼... 좀 쉬고 있어. (운전을 얼마만에 하더라?)
(엑셀 밟는다.)
(메건의 운전 솜씨는 3 1-간혹 덜컹거리지만 니샤보다 낫다. 2- 니샤와 다를 바 없다. 그래도 급정거는 안 한다. 3-끔찍하다. 운전대를 맡긴 게 목숨을 맡긴 것과 동일할 줄은 몰랐겠지.)
니샤 카우르:아니, 잠깐, 야. 메건!
나보다 잘 해야 할 거 아니야!!! (이러다 차가 전복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벨트 안 매면 바로 튕겨나가 죽겠네. (이런다.)
아니, 이거면 벨트 매도 튕겨나가겠는데. (몸이 자꾸 붕 뜨는 것 같다.)
메건 J. 울프:(주체가 안 된다!) ...벨트 매. (이미 발은 엑셀을 밟고 있다!)
니샤 카우르:맸어, 이미 좀 전에 다 했다고! 잠깐, 속이... (우웩, 짧게 헛구역질 또 했다. 다시 시작되나...)
안 그래도 울퉁불퉁한 모래 산맥을 빠른 속도로 넘고, 넘는다.
이러다가 진짜로 점심 식사를 다시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갑작스레 두 사람의 스마트워치에서 건조한 음성이 들렸다.
「발신자는 아놀드 밴에이슨,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 시신을 발견한 당신이 만일 스와콥문트로 향하는 중인 각성자라면,
바로 곁에 있는 아치문을 작동시켜 주십시오.’」
니샤 카우르:... 익숙한 이름이네. 여기 근처에 있는 걸까?
우선 스마트워치가 알리는 방향으로 다가가 보자.
메건 J. 울프:목적이 같을 지도 모른다니. ... (그럴 리가 없잖아. 어쨌거나 우리의 목적은 스와콥문트의 비밀을 찾는 것이기에, 사감은 뒤로하고 속도를 줄인다. 어쩌면 사감 때문일지도 모르고.)
분명 사람의 백골 시신이다. 곁에는 기이한 아치문이 있었다.
메건 J. 울프:...보고부터 하는 게 낫겠지?
니샤 카우르:... 그게 낫겠네. 저 아치는 대체 뭔지... (...) 짐작도 안 가니. 보고는 내가 할게. (무전기를 탁탁, 치고 켜더니 짧게 보고한다. '아놀드 박사로 추정되는 시신을 찾았고, 이상한 아치문이 있다'고.)
... 내려서 확인해야겠지.
메건 J. 울프:... (운전대를 쥐고 있던 손을 놓고, 벨트를 푼다.) ...뭐가 더 있는 걸까?
니샤 카우르:(답변이 들려오면 무전을 끄고, 역시 벨트를 풀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아직... 우리는 모든 걸 알지 못하니까.
메건 J. 울프:... (어쩌면 함정일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실험과 연관되어있다면... 백골을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본다. 눈에 띄는 것이 있나?)
손에는 배낭과 낡은 신호 기기를 쥔 채 쓰러진 형상을 한 백골이다.
아무래도 이 신호 기기가 문제의 ‘구조 요청 신호’ 를 보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태양열 발전으로 수명을 이어 가고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배낭과 신호 기기를 간절한 듯이 쥐고 있다.
메건 J. 울프:... (좋게 보이질 않아. 신호 기기를 집어든다.)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아니기에, 백골의 일부가 부스러졌을지도 모르겠다.)
신호 기기를 쥐어 들려면 백골의 손가락 뼈를 펴야 할 것 같다.
메건 J. 울프:
근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51 |
| 판정결과: |
실패 |
파삭, 하는 소리와 함께 뼈 일부가 부스러졌다.
메건 J. 울프:(화면은 구조 요청 신호 뿐인가?)
곧, 발전열로도 어려운 것인지 화면도 픽 꺼진다.
메건 J. 울프:... (부끄럽지도 않을까. 그런 연구를 진행하고도, 계속 살아가겠다고...) ... (무언가 기시감을 느끼지만, 찝찝함을 돌아보진 않는다. 근처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배낭을 열어본다.)
몇 번이나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여 낡아 부스러질 것 같은 책이 한 권 나온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중간쯤 날카로운 필체로 이런 문장이 휘갈겨져 있다.
각성자의 피 몇 방울, 약간의 마력과 정신력.
수분이 다 날아간 군용 수통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의 흔적이 보이는데,
이 사막을 홀몸으로 헤맸다기엔 준비가 마땅치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애초에 여기까지 혼자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슨 곡절로 스와콥문트를 목전에 둔 이곳에서 죽어간 것일까?
메건 J. 울프:(뭘 만져? 뭘 느끼고? 떨떠름하게 책 덮는다.) ...뭔가 찾았어, 니샤?
니샤 카우르:글쎄, 나도 뭔가 큰 걸 발견하진 못 했어. (아치문 쪽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 문자를 스마트 워치로도 전혀 못 읽겠는데.
메건 J. 울프:...이것도 그래. 박사는 알고 있던 것 같지만... (아치문 쪽으로 다가가서 네게 책을 넘기곤, 열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찾아본다.)
사람 키 정도 되는 높이로, 오래된 고대 유적처럼 흙 벽돌을 쪄 쌓아올린 것 같은 모습이다.
벽돌마다 스마트워치조차 번역해내지 못하는 기이한 문자가 새겨져 있다.
아까 보았던 낡은 책에 쓰인 것과 같은 구조의 문자다.
아치문을 작동시키는 장치는 따로 보이지 않는다.
돌처럼 단단한 바람이나 만질 수 있는 구름처럼
환상적인 색채를 가진 채 반짝여 휘도는 물질이 맴돌고 있어 그 너머가 보이지 않았다.
메건 J. 울프:... (총기 끄트머리를 슬그머니 넣어본다.)
메건 J. 울프:... (미어캣처럼 너 힐끔거리다가 손가락 가져다 대어 본다.)
메건 J. 울프:(아, 혹시...? 주머니를 더듬거려 작은 나이프 하나를 찾아낸다. 옆사람을 힐끔힐끔 거리다가, 결국 등 돌려서 손가락을 벤다. 따가워!)
...됐다...
니샤 카우르:뭐가, (책 뒤적거리다가 문득 메건 봤다.) ... 이거 해보려고?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적힌 페이지를 펼쳐 당신에게 보여주듯 들었다.)
메건 J. 울프:같은 글씨니... 까...? (어색하게 웃는다. 그러곤 피가 작게 맺힌 손가락을 위로하고는) ...그대로 대보면 되나...? (일단 아치문의 기이한 형상에 핏방울 맺힌 손가락을 대본다.)
니샤 카우르:... 할 거면 말 하고 해. 참, 내가 혼자 하면 뭐라고 할 거면서.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 검지 손가락을 강하게 씹어 피를 낸다.) 아치문은 그저 매개체 같고, 실질적인 건 이것 같아 보이니까... (아치 문 사이의 물질을 바라봤다.) 이쪽에 뿌려보면 어때. (제 피부터 문 너머에 뿌렸다.)
메건 J. 울프:그러게. 여긴 아무 반응도 없는 것 같아... (그러며 네가 피를 뿌린 장소에 따라 핏방울을 떨어트렸다.)
니샤 카우르:... 이제 문장을 읽으면 되나? (쩝. 가볍게 입맛 다셨다.) 밑져야 본전이겠지...
메건 J. 울프:나는 만지고 싶다. 느껴보고 싶다.
니샤 카우르:... 나는 만지고 싶다. 느껴보고 싶다.
그와 동시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드럽게 휘돌던 기체가 점차 형상을 갖추더니 스크린처럼 매끄럽게 펼쳐졌다.
이윽고 영화가 재생되듯 내부에서 여러 장면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타라 카우르:그 가정이 의미가 있습니까, 닥터? 우리는 ‘축퇴의 시대‘ 는커녕 제4천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조차 예측할 수 없어요.
아놀드 벤에이슨:중요한 것은, 카우르 씨. ‘최초의 설계자‘ 는 그것을 ‘설계하려‘ 했다는 겁니다.
타라 카우르:당신의 가설을 처음부터 되짚어 봅시다. ‘재앙의 날‘ 당시 살아남은 아프리카의 일곱 도시가 모두 해안가와 인접하고 있다는 것이 수상하단 거였죠.
아놀드 벤에이슨:예. 운석 충돌 탓에 오염된 건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해안선을 따라 도시 일곱 개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카사블랑카, 다카르, 몬로비아, 아비장, 두알라, 카빈다, 스와콥문트.
아놀드 벤에이슨:전부 아프리카 대륙의 서측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항구도시입니다. 그리고 카사블랑카부터 스와콥문트까지는 정확하게 1만 km 거리가 있지요.
타라 카우르:좋습니다, 그것이 이상하다는 주장에는 나도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초의 설계자‘ 는 어떻습니까? 뭐가 됐든, ‘각성자‘ 들이 나타난 것은 ‘재앙의 날‘ 이후입니다. 재앙의 날 이전부터 어떤 사람이 자신이 ‘설계자‘ 가 될 것을 예측하고 앞으로의 일을 대비할 수는 없습니다.
아놀드 벤에이슨:그렇다면 이야기는 좀 더 과거로 되돌아가야겠군요…….
아놀드 박사, 방위사령부 지하 연구소에 틀어박힌 채다. 푸르고 괴괴하게 빛나는 홀로그램 패널을 멍하니 올려다본다.
아놀드 벤에이슨:…이건 말도 안 돼. 하늘길 시스템은 100% 정확성으로 다음 선거 결과를 예측했어.
이게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한 영역이 맞나? 선거 결과 예측이란 것은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일이야. 게다가 후보의 사생활 사건이 터진 것은 바로 어제야. 그 여파가 ‘계산‘ 되려면 언론 기사를 취합하고 사람들의 선택을 분석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아놀드 밴에이슨은 아프리카 대륙이 겪은 바 없던 규모의 허리케인이 해상 저편에서부터 나타나 몰려오는 것을, 그것이 굳건한 카사블랑카 장벽에 부딪혀 사라지는 장면을 목도한다. 불안한 표정으로 광장, 집, 거리, 가게, 학교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환호를 내지른다.
아놀드 벤에이슨의 절망감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하늘길 시스템이 재난을 예측했고, 방벽은 방비를 할 수 있었고, 시민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
아놀드 벤에이슨:더 깊이… 더 깊이. 인간의 기저를 분석하는 것처럼……. 이 데이터 안을 살펴보는 거야. 아버지, 분명 아버지라고 불렀어…….
:엔트로피는 역전될 수 없겠으나, 회상은 사람의 편의에 따라 서술될 수 있다.
씬넘버는 다시 1로 돌아온다.
아놀드 밴에이슨은 주의 깊게 타라 카우르를 들여다본다.
아놀드 벤에이슨:하늘길 시스템은 AI를 아득히 능가하는 분석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하늘길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 중 누구도 그런 것을 만들어내려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보십시오. 재작년 선거에서 그 후보의 사생활 사건이 터짐에 따라 승기는 다시 여당이 잡았습니다. 의석 중 대다수를 여당이 가져갔단 말입니다. 그런데 시민들 중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누구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오히려 국가를 향한 만족감만을 드러냈습니다.
그 허리케인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아무리 지구 기후가 엉망이 되었다고 하지만,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 대서양을 건너는 대신 역방향으로 몰아닥치는 경우를 저는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카사블랑카 장벽은 굳건히 시민을 지켜내고, 시민들은 다시 자신을 지켜 준 나라에 환호하고…….
타라 카우르:마치… 모든 게 안배되어 있는 듯이.
아놀드 벤에이슨:예. 예측이 아니라, 미리부터 일어나기로 약속해 두었던 사건에 대응하는 것만 같습니다. 하늘길 시스템은… 표현할 말을 찾기가 힘들군요.
타라 카우르:어떤 예언가가 일찍이 기술해 둔 지침서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하는군요.
아놀드 벤에이슨:그리고 그 모든 사건은 시민들의 결속력, 나라를 향한 충성심을 굳건히 하는 데에 쓰이고요.
타라 카우르:당신이 주장하는 ‘최초의 설계자’, 로봇들의 ‘아버지’, 하늘길 시스템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그 사람이 우리가 말하는 ‘예언가’ 라는 주장입니까?
아놀드 벤에이슨:반론의 여지 없이 그렇습니다.
타라 카우르:솔직히 말해서요, 닥터.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이것은 정말 터무니 없는 주장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AI라도 그것은 처음 만든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분석력이 뛰어난 프로그램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쌓아올려집니다. 인간의 노력이 들어간, 인류를 위한 기술이란 말이에요.
... 그러나, 의문점이 가득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짜맞춰 흘러가는 현 상황은 그야말로 하나의 각본이랑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인간은 직접 선택하고 생각하는 것에서 발전하는 것이 당연한 섭리인 것을.
이것은 제가 보기엔 인간을 위한 일이라고 느껴지지는 않군요.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를 미리부터 결정짓고 이끄는 손이 있다면, 누군가 자신이 신이기를 자처하며 세상을 모형 정원처럼 들여다보고 있다면…….
“내가 할 일은 정해졌군요. 당신을 돕겠습니다.”
두 사람은 지나치게 아치 안에 집중하고 있었다.
헬기에 탔다가 마구 흔들려진 것처럼 멀미가 났다.
메건 J. 울프:
SAN Roll
| 기준치: |
52/26/10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니샤 카우르:
SAN Roll
| 기준치: |
52/26/10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메건 J. 울프:이게 뭐야? (멍하니 중얼거린다.)
(카우르? 니샤랑 닮은 저 사람이, 설마...)
니샤 카우르:... ... 엄마? (아치에서 빠져나오고도, 그대로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어도. ... 니샤는,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 너도 봤어? 그러니까, 이게, ... (...)
메건 J. 울프:...같은... 걸... (본 것 같은데. 말이 입 속에서 웅얼거린다. 시선은 다시금 몽실대는 아치문의 내부에 꽂혔다가⏤
목적?)
(⏤뻣뻣하게 백골에 내려앉는다. X 각성자를 만들어 내려는 실험이, 그 목적과 방향을 같이 한다고? 같은 목적일 리 없다. 다만...) ...
(본인 손목에 채워진 <하늘길>을 들여다 본다. 그 위를 기어오르는 듯한 꺼림칙함에 손을 말아쥐고야 만다.)
... (박사는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지? 꼭 기억을 남기는 게 전부였던 것처럼-) ... (방독면 아래 입을 잘근대다가, 불현듯 현실감을 찾곤 네게 묻는다.) ...어머니셔?
니샤 카우르:... 어렸을 적,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그 모습과 똑같아. 어떻게, 하나도 다르지 않고. ... (...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다시, 다시. 한 번 울리기 시작한 심장은 멈출 줄을 몰랐다. 머리에 심장이 하나가 더 있는 기분이다.) ... 아놀드 박사와 어머니가. 그렇다면 아버지도?
하지만 정말 난, 하나도 몰랐는데. (정말 몰랐을까? 이상하게 피어오르는 의문이 심장을 더 강하게 뛰게 한다. 아무런 낌새도 없었을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난 정말 몰랐을까.)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을 보아라. ... ... 정말 지독하게도 물려받은 피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스와콥문트의 앞에서,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있을 리가 없다. 기뻐해야 하는 일인가.)
... 일단 부모, 부모님에 관련된 것 말고. 생각해보자. 우리, 그날 방위사령부 지하실에서 하늘길 시스템에 대고 이렇게 물었어. ‘어떤 로봇이 「아버지」 라고 말하던데, 그게 누구지?’ 라고. 그랬더니 하늘길 시스템이 대답했지. ‘「최초의 설계자」에 대해 모르는 당신은 누굽니까?’ 라고. 그 직후에 우리 생체 정보를 스캔했고, 경비 시스템이 작동했어.
그렇다면 ‘아버지‘라는 사람은 ‘최초의 설계자’ 라고 하는 어떤 인물과 같은 사람이란 거고. 이 ‘최초의 설계자’를 아놀드 박사가 추적하고 있었다. 맞아?
메건 J. 울프:...아, 아니... (괜찮냐고 묻고 싶었으나... 애매한 상황이다. 아직 니샤 부모님의 행방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저 십여년만에 부모의 행적을 제대로 알게 되었을 뿐이다.) ...맞아.
네 어머니도... 가담하신 것 같고.
...하지만, 니샤. 만약 하늘길이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어째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박사는, 무슨 목적으로... '프로젝트 아난시'를 개시한 건지도... ... (이건 상부의 명령일 뿐이었을까? 아니야. 정말 모든 것이 안배되어 있다면, 정해진 것을 벗어나려던 발버둥이기라도 한 건가?)
니샤 카우르:... ... 어쩌면, 정말 어쩌면, 전쟁까지도 전부 계획된 거라면? (잠시 몸을 가늘게 떨었다. 제가 떠올리고도 끔찍한 상상이다. 전쟁은 어느 때에든지 좋은 답안도, 과정도 될 수 없다. 남기는 건 아물지 않는 상흔 뿐이다. 그런데 이걸, 그렇게 쉽게도. 설마.)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나는 부모님과 다르게 머리도 좋지 않고, 생각도 얕고... (끙. 조금 목소리가 작아졌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비교당하던 기억이 잠시 올라왔나. 깊게 숨을 내쉬었다. ...)
그때, 두 사람의 스마트워치가 동시에 강하게 진동했다.
메건 J. 울프:... (화들짝 놀란다. 일단 연결한다.)
릴리안 웨즐리:소, 대위님! 이, (바람 소리)발 미친 (바람 소리)같은 것들이, 아니 그러니까, 크리처가 지금 이동하던 아군 행로를 습격했습니다!
그런데 정찰병 말이. 저희뿐만 아니라 적군 진지에도 크리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뒤에서 야단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요한의 목소리가 전화를 바꾸었다.
요한 에를리히:들리나? 아군은 웨즐리 중위 포함해서 각성자들이 충분히 상대 가능한 규모다. 적군은 대공습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미친듯이 크리처의 습격을 받고 있다.
지금이야! 스와콥문트까지 얼마나 남았나? 정신 팔린 사이에 얼른 진입하면 너희는 방해받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 전방 8km 이내에 희고 거대한 장벽이 보인다.
메건 J. 울프:...5분 내에 있어... 있습니다. (자신이 맡은 임무는 '스와콥문트에 갈 것'. 뭐라 말을 이으려다가, 화제를 전환한다.) ...그리고 대령님, 아놀드 박사와 하늘길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는데⏤
(뭐라 해야하나? 너무 긴 이야기다.) ...스와콥문트에서 다시 보고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게 손을 내밀며) 가자.
요한 에를리히:확인했다. 도착 후 이전에 말했던 작전을 진행하고 나면 다시 보고하도록 해.
차량은 빠르게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도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우리에게 세상을 구하라 시키지 않았다.
그동안은 아무도 스와콥문트에 가보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각성자가 아니라면 장벽 바깥은 감히 나갈 수 없고,
허가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열차는 카빈다를 종착역으로 하고 있다.
그곳으로 향하는 열차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각성자는 사관학교 시절부터 철저하게 그 행적이 관리된다.
거친 숨을 내쉬며 우리가 정도만을 걷기를 강제했다.
의문이 많은 도시임에도 이 전쟁통이 되어서야 와볼 수 있었던 것이 당연하다.
니샤 카우르:... 일단 열린 문이 있는지 확인부터 해보자. (두 대의 정찰 드론을 성벽 양쪽으로 날려보냈다...)
메건 J. 울프:...있으면 좋겠네. (처음부터 시선 끌고 싶지 않아... 생각하며 날아가는 정찰 드론을 멀거니 눈에 담았다.)
동쪽으로 200미터 정도 돌아간 위치에 작은 문이 있었는데, 그 쪽문이 살짝 열렸다.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도시라면 뭐 어디 감시탑이나 CCTV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메건 J. 울프:... (이상해.) 예감이 좋지 않아. (작게 중얼거린다. 마치 누군가-아니, 두 사람이 오기를 기다린 것만 같다. 자의식 과잉이라 하더라도 할 말은 없었는데, 메건은 의외로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반박할 수 있었다.
직접 여기에 있으면 정말 그런 느낌이 들 걸.) 그래도 가야겠지.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진위 여부가 어떻든 별 수 있는가. 어쨌거나 작전은 그대로 수행되어야 한다. 이 작전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몇이고, 걸려있는 사람들이 몇인데.) ...응.
니샤 카우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모든 것이 안배되어 있다면, 어딘가 껄끄러운 듯한 이 느낌도 기분 탓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아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 이동하자. (그리고 당신을 이끌고 쪽문 쪽으로 나아갔다.)
어느 정도 걸으면 영상에서 보던 것과 같이 살짝 열려있는 쪽문이 나온다.
두 사람이 쪽문을 통과하자 짧은 바람이 휙 불었다.
메건 J. 울프:... (꼭 그 연구소의 바람같다. 불길하다고~!)
눈이 아프도록 새하얀 건물과 포장된 도로가 그들을 반겼다.
이 가상의 낙원 속에서,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었다.
카사블랑카에서조차 볼 수 있는 들꽃이나 나무 따위가 전혀 없었다.
도시보다는 작은 마을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언덕길을 따라 멀리 마을 중앙에 아름다운 반구형 유리돔이 있다는 것이 보이는 정도였다.
메건 J. 울프:(작은 마을도 아니고, 박물관의... 작은 모형같아.)
...좋아. 그러니까 스와콥문트에 잠입... (이라고 해야하나?) ...하는데 성공했으니까, 다음은... (긴장에 숨을 짧게 흩는다.) ...다음은 공로자를 추적하고, (생체 정보를 추적해 봐야 해 누가 살고 있긴 할까?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의문을 뒤로하곤 말을 잇는다.) 핵심적인 시설... (두리번대다가 유리돔에 눈길이 가닿는다.) ...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아보여. ...함정이 아니라면.
니샤 카우르:일단 하나씩 하다보면... 알게 되겠지. (정말 살고 있는지, 저것이 함정인지, 부모님의 행방까지도.) 우선 스마트워치부터 켜. 생체 정보부터 수집하자. (제 손목의 스마트워치를 툭툭 쳤다. 조금 손가락 끝이 떨리고 있나?)
누군가는 이 도시가 진짜 낙원이기를 간절하게 바랐을 텐데.
야자수가 즐비하고, 종려나무 새순이 부드럽게 돋아나고,
우리는 살면서 본 적도 없는 그 백사장이란 것과
메건 J. 울프:... (너는... 이건 각인을 하지 않아도 알았을 거야.) ...전파 방해가 있을 수도 있어. (아니, 그럴 리 없다. 만일 사람이 있었다면 이 도심에 들어선 순간부터 인기척이 느껴졌겠지.) 그러니까 들어가보자, 한 군데라도. (가장 근처에 있는 상자곽같은 건물을 가리킨다.) ...확인하려고 온 거잖아. 스와콥문트에.
니샤 카우르:... 아직 5km니까. 우리가 달려온 거리만 해도 1만 km인데, 그에 비하면 너무 짧은 거리잖아. 어딘가에는... (누군가, 살아있을 수도 있어. 뒷말은 삼켰다.) ... 조금 더 걷자. 저 돔이 중심인 것 같으니, 저 근처에 가면 뭔가 있을 지도 몰라. (작게 심호흡 했다. 그리곤 돌아볼 새도 없이 걷기 시작했다...)
메건 J. 울프:...⏤니샤. (네 어깨를 붙들고는 돌려 세운다. 물론 근력이 허락한다면. 아니라면 앞으로 걸어가 막았을 테고.) 네가... 왜 혁명군에 합류한지 알아. (방독면 방해돼. 걷어 치웠다.) …그리고 드디어 부모님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니, 무슨 기분인지도... …느껴지니까.
...나는... 너를 따라왔어.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발 나아간 세상은 얼마나 넓던지. 한발, 두발… 지금은 몇걸음까지 왔을까? 이 걸음은 순수한 자의인가? 아니면 밀려온 것인가. 그러한 상념 역시 뒤로.) …이 작전은 모두에게 중요해. 어쩌면 너희 부모님에게도. 아까… 기억나지?
…뒤를 돌아볼 여유 정도는 가져. 니샤. 너... 너무 서두르고 있어.
니샤 카우르:(당신이 붙든 어깨에 그대로 몸이 돌아갔다.
너는 나를 따라왔다. 전부 내가 가자고 해서. 우리는 페어니까, 떨어지지 말고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내가 빌었다. 메건,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그런다면 의지가 될 것 같다고. 당신을 잠시 잊고 있었던 걸까.)
...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게 이상해?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가... (...)(그럼에도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다. 니샤는 자신의 위치, 책임, 뒤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버릴 각오를 할 정도의 사람은 되지 못했다. 옳은 말을 거세하는 방법 또한 몰랐다. 따라서 할 수 있는 것은 납득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도 네 말이라면 맞겠지... (말 끝을 흐렸다.)
메건 J. 울프:이상하지 않아. ...알겠다고 했잖아. 하지만...
...비유가 조금 이상하긴 한데, ... ... ... 며칠 전에, 물어본 적이 있거든. 전쟁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나는 있지... ... ... ... (약간 얼굴이 빨개진다.) ...땅콩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
(차마 네 눈은 마주치지 못한 채로-문장들이 어째 꿍얼꿍얼 기어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먹으면 맛이 없을 것 같아. ...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데도.
...기대는 그런 것 같아. (혁명군 생활을 하며 느낀 것이다.) 사람을 맥빠지게 만드는 게. (그럼에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 나는 네가, ...더이상... ...일어나지 못할까봐 겁이 나. (사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주위를 눈에 담아. 네가 완전히 소진되지 않게. ...스와콥문트는 넓을테니까.
니샤 카우르:(
네가, ...더이상... ...일어나지 못할까봐 겁이 나. 그러니까, 내가, 너를 겁먹게 만들고 있다고.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만큼 당신도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지만, 짐작과 확답은 다르다. 어떠한 맥락이라고 해도.)
(그제야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당신의 표정과 붉은 얼굴, 걱정과 동시에 불어넣고자 하는 사기. 당신에게 한 걸음 다가가 떨어져있는 손을 잡았다. 손가락만.) ... 노력은 해볼게. 네가 우려하지 않도록.
메건 J. 울프:*네가 완전히 소진되지 않게. > 숨 정도는 돌려.
눈에 띄는 유리 돔을 목적지로 두고 얼마간 걷자,
두 사람의 시계는 점점 다른 알림을 띄우기 시작했다.
빨간 점이 3D 스캔을 완료해 띄운 맵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메건 J. 울프:...역시 유리돔에 뭔가 있나봐.
니샤 카우르:(시계 보며 끄덕였다.) ... 우선 더 가보자.
좀 더 나아가자 길 한중간에 무엇인가 보였다.
그것만이 이 징그러울 정도로 정신 나간 흰빛 도시에서
퇴락한 도시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꾸며둔 것만 같은 여기에서.
메건 J. 울프:(손에 총기를 쥔 채 다가간다.)
다가가서 안을 바라보면, 안에는 아무도 없다.
다만 계기판이나 사용된 부품 양식으로 보아 어느 정도는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아마도 약 3~4년 사이에 추락한 것으로 보였다.
사람이 앉았던 흔적이 옅게나마 남아있고, 기능은 전부 망가져 있었다.
헬기로 여기까지 정상적으로 들어와 내려앉기 어려웠을 것이다.
메건 J. 울프:... (왜 사람만 데려가고, 헬기는 이 자리에 놔둔 거지? 꼭 보라고⏤전시회라도 온 기분이야. 이상해. 이상한 것 투성이다. 찜찜하기 짝이 없으나 헬기를 조금 더 살펴본다.)
뒷좌석을 살펴보면 종이 몇 장이 나뒹굴고 있다.
메건 J. 울프:(종이를 들어 읽어본다. 알아볼 수 있나?
)
내용은 읽을 수 없으나 형태는 알아볼 수 있다.
아까, 아놀드 박사의 시신 옆에서 발견한 책과 같은 언어로 쓰여 있다.
헬기가 추락했고, 다친 상태에서 맨몸으로 사막을 횡단하려다 쓰러져 사망하기라도 한 것일까?
메건 J. 울프:... (이 헬기가 아놀드 박사의 것이라면... ... ...)
(정말 이 도시에는 아무도 없는 건가?)
좀 더 살펴보면 꼬리 날개에서 총탄 자국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각성자라면 모를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설계에 실린 공격은 그것이 그리는 경로를 따라
메건 J. 울프:(그러면 왜 가만히 둔 거야...? 아, 정말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 ... ...움직이지는 못하는 상태라거나? 그럼 지금 우리 격추당할 위험 속에 서있는 거 아니야? 아니, 물론 스와콥문트에 들어온 순간부터 위험에 놓여진 것과 다름없긴 한데. 정신 나갈 것 같은 흰색 공간 속에서 실제로 정신 나가고 있다가 제 뺨을 친다. 다시금 한숨.) 유리돔에서 쏜 것 같아. 설계자의 에너지 파동이 감지된 곳은 거기 밖에 없으니까.
니샤 카우르:일부러 요격한 거겠지, 무언가를 노리고. (이것이 어떤 의미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 안에 들어오면서 느껴지는 의심과 불안감, 이끌리고 있다는 감각... 대놓고 보란듯이 놓여있는 잔해. 모든 게 다 수상하다.)
그렇다면 저 유리돔에 있는 에너지 파동은 누구의 것일까? 어쨌든 이 곳에 '공로자'는 없어도 대통령은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발견되는 신호가 하나, 그것도 설계자라. (... ...) 어떻게 생각해?
메건 J. 울프:'아버지'... (어쩐지 목소리를 죽이게 된다.) ...아닐까?
니샤 카우르:'최초의 설계자.' ... 그렇다면 모두가 존경한다는 로맹 바투타의 신변은? (...)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이 넓은 공간에 '아버지' 혼자...
길 멀리, 아지랑이처럼 두 사람의 형상이 ‘피어났다’.
머리카락을 조용히 나부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새하얀 이 안과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 것과 푸른 것이 공중에 부유했다.
둘을 바라보는 눈은 맑은 물색과 새싹의 색을 담았다.
메건 J. 울프:... (무심코 제 입을 막았다.)
형상 뒤가 조금 비쳐 보였다. 이건 홀로그램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것이 바닥의 조명 장치에서 떠오른 형상이란 사실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타라 카우르:참 멀리까지 왔구나. 고생이 많았겠어.
니샤 카우르:... 어머니, 아니. 엄마, 아빠. (그대로 자리에 멈춰섰다. ... 길을 따라 걸음에 박차를 가하며 달려나간 끝에는 조명 장치만 자리했다.) ...
... 나 정말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그런데... (남은 건 조명장치에 비친 부모님이라. 8년이었다. 8년 간 달려온 거리가 카사블랑카부터 스와콥문트까지였다. 태어나고 자란 곳을 버리고 방황하다 수없이 먼 곳에서 발견한 것이 고작 조명 장치다.)
(이것을 기뻐해야 하나? 흔적인지 끝인지 알 수도 없는 형상만을 바라보고 '8년 간 처음으로 발견한 부모님의 흔적이다'라며 행복해 해야하나? ... 그대로 뒤로 쓰러져 앉았다. 홀로그램의 눈이 있을 허공도 바라보지 못하고 말 없이 머리만 흐트렸다.)
타라 카우르:(니샤가 주저앉자 그에 따라 앉았다. 통과되지 않도록 위치를 맞춰 니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20여년 전, 자신을 따라 연구소에 놀러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뛰어다니던 네가 떠오른다. 결국 사고를 쳐 주눅들어 있던 너에게, 그때에도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줬던가.) 정말 고생했겠구나. 너무 힘든 시간이었겠어.
그래도 여기까지 왔구나.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금, 네가 여기에 있어. 그러니 슬퍼하지 말거라. 엄마는 마지막 순간에는 너와 함께라 행복해. (은은한 웃음을 띄웠다.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기쁨이었다.)
(그리고 메건 쪽을 바라봤다.) 그쪽은 니샤의 파트너겠구나. 너도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수고 많았단다.
메건 J. 울프:(뻘쭘하게 뒤에 서있다. 저 사이에 끼어들… …수도 없고. 이것도 설마 ‘아버지’의 설계는 아니겠지? 하지만 저 웃음이… … …설계된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런 건 정말,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짓이잖아.) ...ㄴ, 네?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에 얼뜬 대답이 먼저 튀어나온다.) 아, 아니요. ...
...니샤를 따라온 것 뿐이에요. ... (니샤 힐끔거리다가) 두분은 이곳에... ...이 헬기에, 아놀드 박사와 함께 스와콥문트로 오신 건가요?
타라 카우르:맞아. 내가 우리 차드까지 이 일에 끌어들이게 됐어. 여러모로 미안한 마음만 들게 하는 사람이야. (옆의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차드 싱은 웃으며 눈만 깜빡였다.)
분명 내게 묻고 싶은 게 많겠지. 원한다면 내가 아는 선까지는 전부 말해줄 수 있단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춰 눈을 감았다 떴다.)
메건 J. 울프:... (니샤는 어떤 상태지? 무언가를 물어볼 수 있는 상태인건가.)
니샤 카우르:(당신이 말이 없자 당신을 올려다 봤다. 아직까지 바닥에 앉아있던 모양이었다. 눈가는 붉었다. 급하게 눈물을 닦으려 소매로 눈가를 비빈 것 같았다.) 그, (잠긴 목을 가다듬었다.) ... 난... 괜찮아. (주춤거리며 일어나서 메건 옆에 섰다...)
메건 J. 울프:아, 그, (일으키려다 타이밍을 놓쳤다. 손이 허망하게 허공을 돌다 말고 떨어진다. 괜찮아? 이 한마디를 건넬 수가 없다.
... 나 정말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그런데... 괜찮을 리가 없잖아. 내 마음 편하자고...) ...왜 니샤를 떠나셨어요?
(다만 덥썩 나가는 말을 붙잡지 못해 굳어버리고 만다.)
타라 카우르:(정적. 그리고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어버리고 말았다.) 어쩔 수 없었단다. 우리는 결국 공화국 군대에게 쫓기게 되었으니까.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을 생사의 기로에 올려놓는 짓은 할 수 없었어. '아무것도 몰랐다'는 진실은 그들에게 거짓으로 받아들여질 테니까. (...) 너에게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겠지.
메건 J. 울프:(굳은 혀를 어색하게 놀려 문장을 완성한다.) ...데리고 갈 수도 있었잖아요. (니샤처럼.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인데 이러한 반발이 의미나 있을까. 니샤도 원망하지 않는 일을 자신이 따져 물어봤자.) ...그렇다면, 정말 사실인가요? '최초의 설계자', '아버지', ...'예언가'. 이 모든 것이요.
...스와콥문트는 대체 뭐죠?
...로맹 바투타는요?
...그리고 이 종이. 뭐라고 적혀있는지 알고 있으신 거죠? (헬기 뒷좌석에서 발견한 종이를 들어보인다.)
'나는 만지고 싶다. 느껴보고 싶다.',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다.' 다음은 뭔가요? (여기까지, 한숨도 쉬지 않고 뱉어낸다.)
타라 카우르:(조금 눈 동그래졌다가,) 이 궁금증을 어떻게 참아왔는지 모르겠네. (후후.) 내가 모든 걸 알지는 못해. 말했잖니, 아는 선까지는 말해줄 수 있다고. 그러므로 네 질문에 모두 답하지는 못해. 우리는 '최초의 설계자'를 직접 만나러 왔고, 죽었다. 아놀드는 '예언자'의 정체를 알아내려다, 죽었다. '아버지'는... (작게 웃었다. 다시.) 이미 너희도 짐작하고 있잖니.
너는 이미 알고 있고, 짐작한 사항에 대해 나에게 다시 검증을 받으려 하고 있구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자신을 가지렴.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 너는 충분히 자랑스러워 해도 되니.
(들어보인 종이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이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지 못해. 나 또한 이걸 읽을 수 없어. 하지만... 아놀드 박사는 고대 신화나 주문서 같은 것을 종종 연구하곤 했어. 가끔은 나에게 함께 보자며 들이민 적도 있는데,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서 읽어본 적이 없단다.
다만 나도 짐작, 아니. 확신하고 있는 부분은 있단다. 그 안에 적힌 것 때문에 아놀드 박사가 죽었다는 것.
메건 J. 울프:(자신을 가지라고? 여기까지 온 것으로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그게 뭐야. 꼭, 그게 대단한 일인 것처럼...) ... (입술을 깨물었다가, 종이를 뒤로 물린다.) ...그렇게 죽은 거군요. (3-4년. 그 사이에 그렇게 빨리 뼈가 삭았을 리가 없지.)
...저 온실은 뭔 지 아세요?
그리고...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죽은 사람이 앞에 나타날 수 있는 이유는, 그 정체는,
그리고 이 AI가, 어쩌면 함정일 가능성은 없을까?
메건 J. 울프:어떻게 여기서 기다릴 수 있던 거죠?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
(그렇게 질문을 줄줄 읊다가 불현듯 너를 돌아보는 것이다.) ...니샤. 왜 아무것도 묻지 않아?
궁금하지 않아? 왜... ...왜 그렇게 가만히 있는 거야. ... ... ...
...나는... 네가 스와콥문트로 떠난다고 했을 때, 그렇게 혼자 남고 후회했어.
왜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까, 왜... ... ...
...나는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메건 J. 울프:두분은 그럼 어디에 있는 거예요? (이 물음은, 시체가 어딨느냐는 물음과 동일하다.)
타라 카우르:나도 온실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이곳에 도착할 때부터 우리는 죽어가고 있었어서 말이야. (말 끝을 잠시 흐렸다.) 인간이 헬기 추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닐 거라 믿는단다...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너희 앞에 서게 된 것은, 내 마지막 발악이었단다. 죽어 가면서 마지막 힘을 짜내 나의 정신 일부를 이 도시를 관리하는 시스템 안에 침투시켰어. 그러니 지금 내 상태는 인공지능이자, 이식체이자, 약간은 살아 있는 '통 속의 뇌'가 된 거야. 남편은 안타깝게도. (...) 나보다 상태가 심각해 기억을 거의 옮기지 못해 대화를 나누지 못하지만.
그러니 지금의 우리는 본체의 흔적을 따라 행동을 구사하고, 프로그래밍 된 코드대로 버릇을 구현하는 존재일 뿐이란다. 다만, 그렇기에 너희 앞에 이렇게 서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어느 면에서는 다행이라 할 수 있지 않겠니?
... 우리의 시체는 나도 알지 못해. 정신을 시스템으로 전부 옮긴 후 주변을 확인했을 때, 우리의 시체는 이미 자리에 없었단다. 그러니... (...) 모든 건 우리의 선택이었어. 너무 탓하지는 말렴. 많은 정보가 한 번에 들어오면 기계도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잖니.
니샤 카우르:(메건의 옆에서 멍한 눈으로 계속해서 정면만 바라봤다. 자신이 기억하는 것보다 나이를 먹은 듯한 모습이, 여전한 부드러운 말투가 이질적이었다. 그럼에도 사무치게 그립고 바라왔던 장면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신이 저를 부르면 당신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그대로 떨어뜨렸다. 옆의 옷자락을 꾹 잡으며, 심호흡을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럼, 내가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원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이성적으로 이 상황에 대한 분석을 요구해야 해? 이제는 뭐, 인간도 아니고 인공지능이니? 나는, (...)
... 그런 건 못해...
왜 나를 버리고 떠나야 했는지, 날 데려갈 수는 없었는지, 나에게 무슨 일인지 납득시켜줬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을 어떻게 해. 메건 울프. 너라면 할 수 있겠어? ... (급하게 쏟아내던 말을 잠시 멈췄다.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니샤는 당신이 있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잦아들 때 즈음, 앞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이건 물어보고 싶어. 엄마... 그동안 나 보고 싶었어?
타라 카우르:(... 드물게 얼굴이 굳었다. 이마에 부쩍 늘어난 주름이 깊어지고 은은한 그 낯이 울적하게 일그러졌다.) ... 물론, 언제나. 매 순간, 우리는 네가 보고 싶었어. 문득 너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금방이라도 달려와 차드의 다리에 매달릴 것 같았는데... (...) 이제는 그러지도 못하겠네. 너무 많이 자라버려서.
미안해, 니샤. 너에게 몹쓸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어. 그러니... (...) 우리를 마음껏 원망해도 좋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이리 말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메건 J. 울프:(네 말에 주춤한다. 물론, 물론 그렇지만... 하지만 만일 네가 말을 잇지 않았더라면 더 채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8년만이다. 거의 강산이 바뀔만큼의 시간동안 1만 km를 헤매이다 겨우 알게 된 행방인데, 그 어떤 것도 묻지 않고⏤주저앉아⏤응망하게는 둘 수 없어서. 이제껏 네가 아무것도 묻지 않던 나를 끌어왔지, 그래서, 나도. 아무것도 묻지 않는 네게 물을 수밖에 없다.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을 텐데, 라는 망설임에도 내뱉을 수밖에 없다. 옷자락을 쥔 손을 머뭇거리다 붙들고는 한다는 말이...) ...니, 니샤.
그, ... ... ...아니, 그. ... ... ...
...안아줄까?
니샤 카우르:... ... 응. (대답과 동시에, 먼저 옆의 메건을 꽉 안았다... 품에 누군가 있다. 사람이, 있다.)
메건 J. 울프:... (마주 안았다. 이렇게라도 네가 괜찮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원망할 사람도 남아있지 않다는 게, 너무...) ... (너무해서.)
타라 카우르:(두 사람을 씁쓸한 얼굴로 바라봤다. ... 그리고 입을 다시 열었다.) 나는 곧 사라지게 될 거야. 너무 오랫동안 불안정하게 머물러 부식되었기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그러니, 마지막으로 우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아.
우리는 죽었지만 우리의 목적은 분명히 이해하고 있어. 이 시스템 안에 파고드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말 적절한 형태를 갖게 되었었지.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거야. 이 도시에는 말이다, 하늘길 시스템 서버의 총본산이 있다.
타라 카우르:저 유리 정원의 지하에. 나는 시스템 안으로 깊이, 깊이 들어가 보았단다. 정말 엄청난 정보량이라 분석할 엄두가 나지 않더구나. 하늘길 시스템은 시민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화하고, 나누었다 모아서… 가깝고 먼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쓰고 있지.
우리는 어떤 사건들이 마치 예비된 것처럼 일어나고, 하늘길 시스템은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대처한다고 생각했어. 난 이것을 '예언서를 따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단다. 그걸 예언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앞날을 내다본 것일까, 앞날을 계획한 것일까?
정답은 ‘계획했다’. 어째서 계획했는지 나는 모르지만, 아놀드 박사는 그걸 알아내려고 한 모양이었어. 너희들이 본 이상한 아치를 이용해 ‘예언자’ 의 정체를 파악하려 계속 시도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단다. 그러나 그런 기이한 유물 장치를 사용하는 데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지. 아놀드 박사는 자신 안의 어떤 ‘대가’ 를 전부 소모한 끝에 죽은 거야.
나는 로맹 바투타가 이곳으로 왔다는 정보를 수집한 기록을 시스템 내에서 발견하고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로맹 바투타 대신 흥미로운 존재 하나를 만났단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대단한 사람이었지. 아마 너희를 오래도록 기다렸을 거야.
타라 카우르는 좀 더 가까워진 유리 돔을 가리킨다.
타라 카우르:이상한 점을 알아낸 게 하나 더 있단다. 저 유리 돔 주변을 살펴 보겠니?
메건 J. 울프:(정보량 과다다. 사람도 과부하가 올 수 있어요...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안고 있는 사람이 떨어져 나가길 기다린다. 그리곤 시키는대로 유리 돔 주변을 살펴본다.)
... (꼭 저 안이, 낙원인 것처럼.)
타라 카우르:... 그래. 생명이 있어. 무언가 저 안에 있는 거야. (...) 아놀드 박사는 말했지. 해안선을 따라 일곱 개 도시만이 살아난 것은 이상하다고.
나라가 시민들의 정보를 끌어당겨 그것을 독재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희들이 소속된 군대에선 전부 다 알고 있는 일이지. 그리고 공화국 시민들은 그런 소문만으론 전부 다 설득되지 않았어. 하지만… 지구가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누군가 그 환경을 억제하고 있다면, 그건 어떻겠니?
자, 자세한 건… 이제부터 너희들이 파헤쳐 봐야겠지. 저기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단다.
메건 J. 울프:...저 안에 가둬두었다고요? (비단 그것은 과거의 생태계라는 말로는 부족할 것이다. 자유, 희망, ... 그런 단어가 어울리겠지.) ...
타라 카우르:내가 추측하기로는 그렇단다. 너희에게 많은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 미안하구나. (...) 하지만, 잘 해낼 거라 믿어.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타라 카우르는 마지막으로, 양 팔을 벌렸다.
반투명한 홀로그램 형체가 꼭 닮은 자녀를 감싸 안았다.
타라 카우르:내 시신이 어디 있는지 물었지. 나도 알 수 없고, 알려줄 수 없다는 게 마음에 참 걸리더구나. (...) 그러니 나를 추억하고 싶으면 바다에 가보렴. 우리는 모두 스와콥문트를 동경하도록 배우고 자라났잖니. 너희가 잘 해낸다면… 거기서 나를 추억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게 될 거란다.
메건 J. 울프:(그런 꿈을 꾼 적이 있다. 벌써 몇년 전에. 나는 바다를 알지 못하는데도, 바다를 알고 있었다. 맥주 거품같은 입자가 바글바글 발치를 간지럽히고, 사막의 태양과 달리 기분 좋을 정도로만 내리쬐는 햇살이 물 색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누군가와 함께 그곳을 걸어가다가⏤오래오래 걸어가다가⏤문득 그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면, 나는 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일 뿐이고, 실현되지 않은 일. 너와 함께 바다에 간다면 실제로는 어떨지 몰라. 니샤 어머니의 말처럼 아름다운 광경이길 바라지만, 몇년 사이에 황폐화 되었을지도 모르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전부 거짓말일 수도 있어.)
(그래도 나는 바다에 가려고 한다.)
(너와 함께, 바다를 직접 눈에 담고자 한다.)
...바다에 가자, 니샤.
메건 J. 울프:...그곳이 어떤 곳이든... (언젠가 죽다 살아났을 때 네가 말했지.
함께 가자. 세상의 끝이 어디인지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자. 그곳에 무엇이 있던지⏤)
네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괜찮을 것 같아.
놓아야 할 순간임에도 놓지 못하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이 진득히 달라붙어 애절함과 간절함을 만들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시간은 무섭게도 끝과 함께 찾아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타라미러 꽃과 같이, 별이 되듯이.
낮에 보이지 않는 별을 찾게 되는 것은,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그 곳에 있으니까...
니샤 카우르:... 가자. 우리, 바다로 가자. 낮 동안 끝없이 뻗은 '모래사장'을 맨발로 달리고 쓰러져 크게 웃자. '바다'에 들어가 물을 튀기며 장난치고, 가만히 앉아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며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는 걸 지켜보자. 밤이 찾아와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하늘이 바다인지, 바다가 하늘인지도 구분할 수 없게 된다면, 그 별 사이에서 그리운 사람의 별을 찾자. 엄마, 아빠, 유리 선배, 이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 하나씩 이름 붙이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찾아올 거야. 그런 날이 온다면... (...)
그때 네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당신의 손을 잡았다.)
그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자. 아직 나는 너와 바다를 봐야 하잖아.
두 사람은 유리 돔을 목적지로 삼아 계속 걷는다.
주변에는 시냇물까지 흐르는 것 같은 모형 정원을 향해.
다가갈수록 유리 돔은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거대한 신전에서 무너진 주춧돌처럼 낡게 흰 기둥,
타라미러꽃도 두어 송이 보였다. 자생종인지 몹시 크기가 작았다.
카사블랑카의 인조 정원이 아니면 본 적도 없는 자연이었다.
그대로 숨쉬는, 책 속에서나 이야기하던 오랜 전설들.
그런 것이 있었다고 어디선가 흘려 들었을 뿐이다.
오르트 구름같은 별가루의 잔해가 검푸른 하늘 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곳의, 이미 다 자라난 채 옮겨 심긴 온실수들이 아니다.
왜 이 주변만 ‘재앙의 날’ 이전과도 같은 별천지일까?
무수한 별들이 발치를 걷는 인간들을 바라본다.
인간이 이런 광경을 빼앗겼다는 것이 얼마나 절실할 일인지,
메건 J. 울프:... (고글을 자연스레 내리게 되는 광경이었다. 막 하나를 벗겨내고 나면, 더 선명한 주위가 눈에 들어온다.) ... (걸어도, 걸어도 푸른 땅이라곤 보이지 않는 척박함에 익숙해진 인간은 쉽사리 말을 뱉어내지 못했다.)
*푸른 땅이라곤 > 푸른 색이라곤
로코코 양식의 장식이 달린 흰 철제 아치를 통과하자
빼곡하게 피어난 푸른 장미가 그들을 맞이했다.
식물은 두서 없이 자랐고, 종종 곤충 우는 소리가 들렸다.
동물까지는 보이지 않았으나 그게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이곳은 천혜의 자연이었다.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만들어 올린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식탁 상석에는 한 노인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100살도 넘은 것 같은 노인이었으나 아직 눈빛이 형형하고 정정했다.
메건 J. 울프:(흥미로운 존재... 라고 했던가?) ...누구... ... (...세요? 본인 소개를 해야 할 순간인 것인지 헷갈려, 말끝이 흐려진다.)
?:하하. 나이 들어 혼자 산 지가 오래다 보니 내가 젊은이들을 데리고 장난을 좀 쳤군.
희극이든 비극이든 결과는 같지만, 어쨌든 자네들에겐 비극이고 내겐 희극인 이야기가 한 가지쯤은 있지.
그리고 노인은 상석을 끌어내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에게 앉으라는 턱짓을 한다.
메건 J. 울프:(보통 초면에 너희들은 비극을 맞게 될 것이다. ... 라는 말을 하나?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쭈뼛거리다가 의자를 뺐다.)
(자리에 앉은 것이 전부. 그러다 눈만 굴려 너를 쳐다본다. 혹시나. ... 마시거나 먹을까봐.)
니샤 카우르:(... 메건 한 번 보고, 앞에 있는 노인 보고, 다시 메건을 봤다. ... 그렇다고 꿀릴 것도 없지 않은가. 따라 옆에 놓은 자리로 저벅저벅 걸어가 의자를 빼 앉았다.)
두 사람이 앉자, 노인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프를 든다.
테케네 드그레:자네들이 궁금한 점을 물을 거라 예상은 했다만, 역시 시작은 통성명인가? 내 소개도 하지 않았으니. (노인은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는 눈을 감았다. ...) 내 이름은 테케네 드그레. 자네들이 여기까지 온 목적이기도 하겠군.
메건 J. 울프:(...그런데 저 스테이크는 어디서 난 거야?)
테케네 드그레:잘 생각해보게. 자네들이 여기까지 온 이유가 무엇인가? 자네들은 오면서 무엇을 보았지.
메건 J. 울프:...저희가 누구인지 아시는... ... (삼류 악당같은 대사다. 하지만 찝찝하지 않나, 저 노인부터가 '통성명'을 입에 담았는데⏤ 더는 물어보지 않는다는 게. 꼭 이곳에 올 것을 알고 있던 것 같은 이 식사도-물론 매끼마다 스테이크를 3개씩 준비하는 정신나간 짓을 벌일 수도 있다-, 기다리고 있던 듯 건네는 질문도.
비극을 좋아하는가, 희극을 선호하는가? 찝찝한 것 천지다.)
... '아버지'입니까?
테케네 드그레:'아버지', '인류 최초의 설계자'. 그를 찾아온 것이라면 번지수 맞게 잘 찾아왔네. (다시, 같은 동작의 반복. 음식을 썰고 다시 입에 넣었다.) 그렇다고 '예언자'라 부르지는 않아 주었으면 좋겠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니. 물론 사람들이 착각하게 만들 용의는 조금 있다만.
... 다만 질문이 너무 딱딱하군. 조금 분위기라도 풀며 대화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두 사람의 앞에 놓인 음식과 물잔을 손짓했다.) 이런 환경에서 이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겠나.
메건 J. 울프:정답은... 알고 있습니다. (예언했다, 가 아니라.) '계획했다.' (그의 용의대로 착각한 이들이 파헤친 진실이다. 그 결과값만을 손에 쥐었을 뿐이므로, 메건은 그 설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
...저는 어떻게 행동하도록 계획되어 있습니까?
테케네 드그레:(노인은 메건의 대답을 듣고 껄껄 웃었다.) 역시 인재라는 평가는 틀리지 않았군. 정답이라네. 그리고 자네들에게도 '분배'해둔 역할이 있지. 그래... 자네들이 이곳까지 와 내 앞에 도착한 것도 전부 '계획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군.
메건 J. 울프:...무슨... 역할을 분배했, (혀 씹는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길래. ... ... ...
...왜 우리는 전쟁을 해야합니까?
왜... ... 계획할 수 있음에도, 전쟁같은 걸...
...정확히 무엇을 계획할 수 있는 겁니까?
테케네 드그레:다른 소소한 의문점도 있을 텐데, 핵심적인 답변부터 듣길 원하는군. 성급함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는 법이라네, 메건 J. 울프.
그 질문의 '무엇'이 지금 내가 이곳에서 하고 있는 일이지. 1만 2천 년을 3천년으로 줄이는 일.
메건 J. 울프:...그게, (숨을 짧게 들이킨다.) 가장 중요한... ...가장 묻고싶은 질문이니까요. (하늘길이 도대체 뭐고, 로맹 바투타는 어디에 있고, ... 그런 것들보다도.) 1만 2천년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 숫자입니까?
테케네 드그레:1만 2천년이라... 그렇다면 이것부터 들어보는 것이 옳겠군. 자네들은 ‘완전한 인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니샤 카우르:(... 메건 슬쩍 보고 저 쳐다보자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더니 길게 고민했다.) ... 인간이... 완전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의문입니다. 인간이 부족한 부분이 없다 하면... 왜 인간(人間)이겠습니까?
그럼에도 완전한 인간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을 정도로 무결한 인간이 아닐까 합니다.
니샤 카우르:(답하고 메건 봤다... 옆구리도 쿡쿡 찔렀다.)
메건 J. 울프:(윽... 아... 시선 집중되는 것 정말 싫다... 덕분에 화두는 흐린 형태로 흘러나왔다.) ...그런 건... ...모르겠네요. 저랑은 거리가 먼 사람 같아서. ...
...하지만 완전하다, 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 생각합니다. 외부의 인자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테케네 드그레:그렇군. '완전하다'는 불가능하다...
재앙의 날 이전 이야기를 해 볼까. 자원은 낭비됐고, 지구는 뜨거웠다 차가웠다를 반복하고, 사람들은 죽고, 해수면은 상승했지. 전쟁은 계속됐고 앞날을 생각하는 목소리들은 묵살되었어. 그때 나는 아주 어렸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어떠하다고 판단할 만한 능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돌아보면 그랬어.
앞으로… 1만 2천 년이라네. 사람들이 마침내 서로 다투기를 멈추고,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지 않으면서, 자연을 아끼고 훼손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려면 1만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나는 그것을 계산해 냈네. 이걸 두고 아놀드 박사가 ‘예언’ 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더군.
메건 J. 울프:그게, 어떻게 가능한. ...
(가능하다고 쳐보자. 그렇다면...) ...이 전쟁이, 그 시간을 9천년 가량 줄여준다는 겁니까?
테케네 드그레:그렇다네. 인간이란 외부의 적이 있을 때 가장 강하게 결집하지. 그렇기에 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네. 1만 2천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인간이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 시간이 지나고 난 후, 깨달음을 얻을 사람이 남아있기는 하겠는가? 이 지구에?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잠시 말이 멈췄다 이어졌다.) 혼자가 아니니 가능했지. 내 아내가 많은 부분에 기여했어...
메건 J. 울프:(아연해진다.) ...무슨 자격으로...?
테케네 드그레:자격이라니, 웃긴 말을 하는군. '인류 최초의 설계자'이자 하늘길 시스템을 만든 내가 아니면 그 누가 자격을 갖게 되지? (작게 웃었다.) 모든 것을 내다 본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거네.
메건 J. 울프:(답지 않게 관자놀이를 문대며 한참 말이 없다.) ...그렇다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로맹 바투타와 같은, ...대역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테케네 드그레:자네라면 누군가가 앞으로 있을 모든 삶을 전부 계획한다는데, 반발하지 않을 인간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지금도 서로 얼굴 붉히며 싸우기 바쁜 인간들이? (혀를 쯧, 하고 찼다.)
그리고... 로맹 바투타는 대역이라기보다는 무형의 상징에 가깝지. 로맹 바투타라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네.
메건 J. 울프:바깥의 괴생물은, 스와콥문트의, ...아니, 당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함이고? ...스와콥문트로 간 사람들은, 그 계획에 방해되는 사람이고? ...
...그런 겁니까?
테케네 드그레:이런... 괴생물은 '재앙의 날'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자네도 알 텐데. 그것들을 내가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면 안타까울 노릇이군.
공로자들은... 방해라는 말보다, 사람들을 결속시킬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겠네.
메건 J. 울프:...크리쳐와는 형태가... (미간을 미미하게 찌푸린다.) 달랐습니다. 그리고 스와콥문트의 주변에서만 관찰되었고, ... (중얼거리며 기억을 더듬는다.)
테케네 드그레:크리쳐에 관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것도 내가 전부, 인간이 헤쳐나갈 수 있는 위기로 계산해 두었으니까. (노인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는 자네들을 줄곧 지켜봤지. 심지 굳고 강력한 힘을 가졌더군. 자네들은 또 다른 로맹 바투타가 될 수 있어. 민중을 결집시킬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거지. 그러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이긴 하지만.
말했잖나, 유사 이래 인류는 외부의 적이 있을 때 가장 확실하게 일치단결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어. 환경 같은 것보단 좀 더 가까운 적이 좋지. 전쟁의 상대 국가라든지, 스포츠에서의 경쟁 상대라든지.
내 계획을 물었는가? 흘렸듯 나는 인류의 ‘적’ 을 안배해 두었다네. 앞으로 3천 년간.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 미리 정해 둔 시기가 오면 사람들이 적당히 어렵게 헤쳐나갈 수 있는 위기가 공화국에 닥칠 게야. 모두 손을 잡고 그것을 이겨내고, 감사함을 배우게 되지.
허리케인? 선거 결과? 재난, 살인, 사건, 반란, …해방군? 전쟁?
내가 그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미리 알지 못했을 것 같나?
테케네 드그레:지구 환경을 개선할 방법이 분명히 있지. 나는 알아.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을 되찾아 봤자 인간은 재앙의 날 이전과 같은 일을 반복할 게야. 적은 자원에 익숙해지게끔 먼저 교육하고 길들여야 해. 그러니 나는 서서히… 아주 서서히, 회복을 늦추고 있지.
자네 부모님에 대해 말해 볼까? (니샤를 바라본다.)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지. 사라지는 것이 아까울 정도의 천재는 아니었지만. 그들을 빼앗음으로써 자네는 어떻게 행동했는가? 해방군에 합류했고, 출중한 능력을 보여 전쟁을 제때 일으키도록 도왔지. 내가 원한 시기와 딱 맞았어. 감사를 전하지 않을 수가 없군.
내 아내가 기뻐했을 게야. 그녀는 줄곧 푸른 지구를 다시 보길 원했으니까.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미리부터 설정되어 있었다고?
(식탁을 내리친다. 손 아래에 무언가 걸렸던가? 식탁 위의 식기가 달그락 거렸던가?)
(모르겠다. 이만큼, 화가 난 적은 처음이라서. 낯설다. 그것을 내뱉는 것은 더더욱...)
(어깨가 잘게 떨린다.) 웃긴 말을... 웃긴 말을 하는 건 당신이야!
...
당신. ... 당신...! (화를 제대로 내본 적이 없으니, 목소리는 한심할 정도로 떨려오고, 말은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메건 J. 울프:정말 그 방법밖에 없다고 단언할 수 있어?
인간을, ... 세상을 망치는 건 당신이야! 그리고 당신 아내까지!
이... 이 전쟁은,
무용하고, 잔인하고...!
...어떻게 미래를... 미래를, ...
그 밖의 인류는 몇백만, 몇천만명이야. 물론, 그래, (시근덕거리다가 다시 탁자를 내리치는 것이다.) 그 모든 인류보다 빼어날 수는 있어.
빼어날 수는 있어도, ...
그것이 최고의, 최선의, ... 완벽한!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런 단언을...
무슨 자격으로 하는 거야? '아버지'?
메건 J. 울프:그렇게 부르면 뭐라도 된 것 같아?
당신이 뭐라도 되는 것 같아?
(온몸이 덜덜 떨린다. 한기가 도는 것도 같고. ...)
사람 가지고 놀지 말란 말이야!
테케네 드그레:뭐라도 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나 아닌 누군가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런,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잘 생각해보게, 메건... 그렇게 말하는 자네도 나만큼 뛰어난 설계자는 또 없다는 것을 알지 않나.
오히려 인간은 자네의 생각보다 더 악랄하지. 서로 싸우고, 죽이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얻기 위해서 소중하다 입에 담는 사람까지 배신할 수 있다네.
... 인간의 본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메건 J. 울프. 당장 자네의 가족부터 보라고...
... 그렇다고 남의 가족을 욕하는 것이 무례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내 아내가 무덤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말을 하는군. (미간을 꿈틀거렸다.)
두 사람의 이어폰에서 동시에 같은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요한 에를리히:니샤, 메건! 지금 공화국 여섯 도시 각지에서 크리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급보가 들어왔다. 전쟁이 문제가 아니라 민간인이 죽게 생겼어!
우리 쪽 각성자의 숫자를 나누어 각 도시에 파견하려고 한다. 그쪽 상황은 어때!
메건 J. 울프:이 미친, (욕설은 무척이나 어색하게 짓씹혔다.) ... 작자가.
니샤 카우르:메건. (옆에 있는 당신 팔 꽉 잡았다. ... 손이 잘게 떨렸다.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제 가족이다. 떠나 보낸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고작 이게 당신들의 역할이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은 주어진 역할에 따라 살아가고, 목적이 달성되면 퇴장해야 한다면. 사람은 어째서 살아가야 하는가?)
(... 그러나 당신이 외쳤다. '사람 가지고 놀지 말란 말이야!' 저보다 더 화내주는 사람을 옆에 두고, 어떻게 내가 화를 낼 수 있겠는가. 분노와 분노로 목소리를 높이는 방법을, 나는 외면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현실을 볼 줄 알아야 했다.) ... 일단은 연락부터 처리해야 돼.
메건 J. 울프:... 알아. ... 테케네 드그레. 그렇게 당신의 설계에 자부심이 넘친다면, 온실에서 나와 똑바로 봐!
사람이 어떻게, ... 어떻게 고함을 지르는지,
사람이 어떻게, ... 경련하는지,
사람이 어떻게, ...제길! 피를 흘리는지! 눈물을 흘리는지!
내려다보지 말란 말이야!
메건 J. 울프:그럴 수 없다면 당신은,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거야.
당연히,
당연히.
그런 자격은 아무도 가질 수 없겠지만! (이어폰에 대고 묻는다.) ...어디로 가면 돼요?
요한 에를리히:(...) 네가 고함치는 모습을 보면 그쪽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은데. 아닌가?
...아니, 죄송해요. ...어디인지 알려주시면 바로 갈게요.
요한 에를리히:(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한숨부터 쉬었다.) 정신 차려, 메건 울프. 우리 쪽의 각성자와 각 도시에 주둔해있는 군인들로 어떻게든 해결 가능할 거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보다 사람 살리는 게 우선 아닌가? 그러니 이쪽은 걱정 말고 그쪽에 집중해. 당장의 임무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니샤 카우르:(...) 네, 알겠습니다. (멋대로 대답하고 끊었다. 당신이 뭐라 생각하든, 우리는 명령을 받았고 그를 이행해야 한다.)
... 테케네 드그레. 그래서 그쪽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이렇게까지 우리에게 공을 들일 필요는 없을 텐데. 세상에 각성자는 얼마든지 많아.
테케네 드그레:오, 내가 원하는 것은 많지 않다네. 자네들이 내 뒤를 이어주기를 바랄 뿐이지.
(말을 뱉고는 메건 쪽을 바라봤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말게나. 나는 자네가 원하는 것을 전부 들어줄 수 있단 말이지... 자네 곁에서 가족처럼 영원히 자네를 사랑해줄 사람을 만들어줄까? 아니면 니샤 카우르가 자네를 놓지 못하게 만들어 줄 수 도 있지.
자네가 두려워 하는 모든 것을, 나는 두렵지 않게 해줄 수 있다네.
자네에게도 소중한 것이 하나쯤은 있겠지. 그것을 잃는 것은 원하지 않잖나.
1만 2천년 후의 미래가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나? 그래도 내가 ‘설계’ 해둔 것은 전부 아내 때문이야. 아내가 그것을 원했어. 푸른 지구, 더 나은 세상, 서로 사랑하며 사는 세계, 사람들의 행복, 그런 가치를 원했어. 그러니 내가 여기 있다네. 죽지 않고 살아서… 그녀를 기리면서.
자네는 어떤가? 나처럼 살고 싶은가? 소중한 것을 먼저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겠지?
니샤가... ... ...인형이야?
그런 인위성과 작위성으로 사람을, ... (하나도 못 알아듣고 있다. 아니, 들을 생각도 없다는 게 맞겠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너의 생각은 아직 어리다느니, 대의를 생각하지 못한다느니, 진부한, ... 말만을 늘어두면서.)
조종할 생각하지마.
그건 설계라고 할 수도 없어. 조종하는 거지!
이 짓거리를 그만두기나 해!
메건 J. 울프:사람 끌어들일 생각 하지마. 물려줄 생각도 하지마.
죽지 않고 살아서, ... 사람에게 허락되는 건 그저 바라는 것 뿐이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알 수 없어.
내가 바라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바라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그래도 기뻐하거나 슬퍼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
고상한 척, ... 포장하지마.
당신은 떼를 쓰고 있는 거야.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서!
메건 J. 울프:나까지 끌어와서, 니샤까지 끌어와서, 합리화하지 말란 말이야!
테케네 드그레:그렇다면 메건.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고 절대로 변하지도 않는 멸망이 닥쳐왔을 때 자네의 이상론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인류 전체의 운명이, 기껏해야 자네 한 사람의 의지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자네는 인류 전체의 파멸이란 커다란 짐을 짊어질 수 있나?
사람답게 살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네! (테케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높아졌다.) ‘알지 못하는 자’ 가 하는 선택이 무슨 의미가 있지?
노인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운찬 몸짓이었다.
테케네 드그레: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소의 강제성은 어쩔 수 없지. 여기까진, 계산 안이기도 하고…….
시야 때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광경이 드러났다.
뒤에 왜 이제껏 알아차리지 못했나 싶을 만큼─어쩌면 어떤 오묘한 힘으로 보이지 않게 숨겨 두었을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거대한 분수가 있었다.
그리고 분수대 가장 상단에 이상한 문자가 새겨진 돌덩이가 얹혀 있었다.
그것은 황금색 사슬로 감싸여 고정된 채 덜그럭거리는 중이었고,
애초에 조각난 것을 얼기설기 간신히 이어 놓은 듯했다.
테케네 드그레:시간이 없을 텐데, 두 사람. 오늘 이 시간은 많은 크리처가 동시에 여러 도시를 습격하도록 정해진 날이로군.
어떻게든 내 의사를 받아들이고 나가서 사람들을 구하든, 아니면 자네들 뜻대로 나를 제압하든 선택을 해야 하지 않나?
…아, 그렇지. 저 돌을 보고 있군. 저 돌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해. 자네들이 내 뜻을 거부하든 받아들이든 중요하지.
메건 J. 울프: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8 |
| 판정결과: |
실패 |
니샤 카우르: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정확히 돌을 정가운데 두고 퍼져 나가고 있다.
돌 주변과 분수 바닥에는 아몬드 꽃잎이 넘쳐흐르고,
어쩌면 저 돌이 바로 황폐화된 지구 환경을 돌리는 열쇠가 아닐까?
니샤 카우르:메건. 아래 봐. (돌과 아래의 분수, 그리고 발 밑을 차례대로 가리켰다.) ... 회복을 천천히 늦추고 있다는 것은 저거를 뜻하는 말이겠네. 맞아? (테케네 드그레를 노려봤다. ...)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제멋대로... (...)
... 왜 나야? 왜 하필 나였어? 왜 하필 내 행복을 부수면서 나를 여기까지 이끈 거지? 고작, 인류를 위해 희생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의 말을 하기 위해서? (하... 하하.) 웃기지도 않아.
그거 알아? 난 아무 상관 없었어. 어머니, 아버지, 행복한 내 삶만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었다면 아무것도 상관 없었다고. 그렇다면 저 장벽 안에서 세상의 진실 따위 모르고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무지한 사람들과 같은 꼴로 살게 되었을 거야.
(...) 봐,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라고. 강력한 구현자이니, 통솔할 힘이 있다느니, 같잖은 소리 하지 마. 전부 그렇게 되도록 유도한 거면서. (...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 사이로 손톱이 파고들었다. ...)
그래놓고 이제 와서 원하는 걸 다 해줄 테니 뒤를 이어라. (하.) 사람이 잘도 받아들이겠어, 그런 제안을...
메건 J. 울프:(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다가 말을 붙인다.) ...더 상대할 필요도 없어. ...제압하자. 그러고 나서, ...
그러고 나면, 비극도, 희극도 아닌, 인생을 만들 수 있겠지.
니샤 카우르:(당신의 팔을 다시, 잡았다.) ... 그런데 그걸로 충분할까? 저 사람은 설계자잖아. ... 우리가 반발하는 방향을 '계획'하지는 않았을까?
테케네 드그레:(두 사람을 느긋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리고는 작게 웃었다.) 더는 내게 말도 걸기 싫다는 듯 바라보는군. 하지만... 마지막으로 잘 생각해보게. 이제는 정말 선택할 시간이니.
나는 이미 내 목적도, 그것이 인류를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도 모두 말해 주었지. 선택하게. 내 제안에 따라 이곳에서 다음 미래를 준비할 텐가? 아니면 나를 공격이라도 할 텐가?
니샤, 자네는 어떤가? 내게 복수하고 싶지는 않나?
메건 J. 울프: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테케네 드그레는 지금껏 굉장히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였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오만함은 본인의 설계에서 나오는 자신감일 테다.
하지만 인간은 '설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그의 설계에서 얼마든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는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공격'할 것인가를 물었다.
(머리에 잔뜩 열이 올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도 없다. 지극한 사실이다. 관자놀이가 쑤시다 못해 으깨질 것 같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른 채 말이 없다.)
(생각을... 십자말풀이가 풀리지 않을 때에는 라디오를 듣기도 한다. 듣다보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어서.) 저 돌이 뭐길래?
(주파수를 돌린다. 일단은. ... 단어 하나가 떠오를 때까지.)
테케네 드그레:그냥 알려주는 것은 재미가 없다만... 그래도 나는 마지막까지 자네를 회유하고 싶으니 알려주지. 저것은 지구 물질이 아니네. (빙긋, 웃었다.) 지구 밖에서 온... '무언가'이지.
테케네 드그레: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만.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물질이라네. 제자리에 두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보호하고 회복할 수 있지.
그러니, 이곳은 제자리가 아니야. 사슬을 벗어나고 싶어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나.?
메건 J. 울프:(그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정했어. (그 목소리는 일견 차분하기까지 한데,)
(이어폰을 조작한다.) 들리세요?
요한 에를리히:(잠시 조용하더니, 이내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요한의 목소리가 들린다. 상황이 급박한지 조금 전에 듣던 것보다 목이 쉬었다.) 들린다. 무슨 일이지?
메건 J. 울프:(여기까지 온 이유.) 스와콥문트에 로맹 바투타는 없어요. 다른 사람도. '아버지'이자 '인류 최초의 설계자' 한명만 있을 뿐입니다. 그의 이름은 테케네 드그레.
완벽한 인간을 설계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계산하고, 계획했어요. 오늘 있을 크리쳐 습격도 예견된 일이고.
대령님.
하늘길이 파괴되면. ... 전부 먹통이 될 텐데.
그럼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될까요?
요한 에를리히:(...) 하늘길이 파괴되면 어느 쪽이든 혼란은 오겠지. 지금도 하늘길을 사용해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할 테니.
하지만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은 하늘길 시스템보다 무전을 이용하겠지. (...) 이런 걸 물어보는 건, 하늘길 시스템을 파괴하겠다는 건가?
모르겠어요. 나는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
요한 에를리히. 당신은... 당신이 혁명군의 설계자잖아. 나는...
내가 설계한 경로가 맞아요?
스와콥문트를, 하늘길을 파괴해서, 저 사람의 농간으로부터 인류를 벗어나게 하는, ... 이런 방식이...
... (경로를 믿고. 아직도.)
메건 J. 울프:...혁명군 대위로서 참모님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요한 에를리히:울프 대위. (뜸 들였다.) 너는 아직도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군. 카우르를 따라오고 난 후 나아졌다고 생각했건만. (...)
대답해봐. 설계자가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 누가 판단을 내려야 하지? 네 설계에 네가 자신이 없다면 누가 네 설계를 믿고 달려나갈까.
그러니까, (하... 한숨 소리와 함께 좀 뜸이 길어졌다.) 그러니 너를 믿으라고. 너의 경로를 믿고, 널 믿고 뛰는 카우르를 믿어라.
... ... 이렇게 말해도 너는 또 헤매겠지. 그러니 내 의견도 덧붙이자면, 네가 말한 방법도 썩 나쁘지는 않단 소리다.
인류의 일을 설계한 사람이라면 하늘길 시스템을 이용해서 인류를 통제해왔겠지. 하늘길 시스템이 붕괴하면 이후 사람들을 통제할 수단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므로 어느 정도 동요를 하게 할 수도 있겠다.
도움이 되었나?
메건 J. 울프:...그렇네요. (나 자신을 믿는다. 이건 잘 된 적이 한번도 없어. 그러니까 나는...)
(긴장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해봐!)
(당신들이 필요해. 그사이 몇명이나 죽었고, 몇명이나 살아남았나. 하늘을 본다. 아직 별은 뜨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별을 셀 수 있는 시간이 올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해보는 거야. 그것이 옳은지 틀린지는, ...)
니샤. ...어때?
다른... 가고 싶은 길이 있어?
니샤 카우르:(옆에서 찬찬히 듣다) ...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아. 아내를 위해 만든 설계라고 했고... 지금까지도 아내를 기리고 있는 사람이 하늘길 시스템이 망가지는 건 원하지 않겠지.
(...) 난 네가 만들어주는 길이 좋은 거야.
제자리에 돌려놓자.
너만 걸을 수 있는 길을...
설계할게.
메건 J. 울프:
항법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8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설계 Roll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하늘길 시스템 서버의 총본산, 유리 정원의 지하. 외부인은 분석할 엄두도 나지 않는 정보량.)
(전부 종종 엇나가는 계산을 바로잡기 위해 이용되어 왔겠지. 분석은 점차 세밀해지고, 정교해지고. 종말의 날 이후 계속해서 쌓아올린 그 데이터 베이스를... 먹통이 되게 만드는 거야.)
(거센 전기도 필요하지 않아. 그만큼 섬세한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데에는 약간의 전기로도 충분할 거야.)
(생명이 번져나가는 이 온실은 놔두고, 지하만.)
메건 J. 울프:(
사람이 살기 위한 길이다. 그렇다고, 믿고 싶어. 그랬으면 좋겠어.)
(죽지 않고 살아서, 사람에게, 나에게 허락되는 건 그저 바라는 것 뿐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불안하고, 겁이나.) 있잖아, 니샤. (손톱자국이 난 네 손을 쥔다.)
나는 여전히 쥐새끼처럼 겁이 많고. ...
결심이라곤 어중간하고.
잘하는 것도 없고.
(그리고 천천히,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이미 안정되어 있지만⏤같이 갈 수 있게. 정말이지 그 이유 하나 뿐이다.)
네가 걸을 길은 잘 설계할 수 있으니까.
...
내 경로는,
저 사람이 설계한 게 아니야.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러니까, 네가...
메건 J. 울프:(말은 제대로 마무리 지어지지 않는다. 네가 그정도는, ...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말... 어떻게 할 건데. 그저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 마음이 닿도록.)
...아니야. 가자.
가자, 니샤.
니샤 카우르:
전기수리 Roll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5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설계된 길이 제 앞에 푸른 빛을 띄며 빛났다. 문득 처음 생각이 난다. 페어가 되기 전, 각자의 에너지가 각자의 빛을 띄고 있던 순간이 생각났다. 이제는 뒤섞여 하나의 색이 된 이 빛은, 우리의 모든 시간을 담고 있다. 떨어졌던 순간, 생사를 오갔던 순간, 지금까지도 쭉.)
... 그런 네가 설계해준 길이라 다행이다. 겁도 많고, 결심도 부족하고, 잘하는 것도 없는 너라서. (너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지금껏 주변의 모든 게 빠르게 변할 때, 너는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변하지 마. 그냥, 옆에서... (...) 변하지 말고 있어줘. (욕심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에너지 설계를 따라, 푸른 전기가 지하로 향해 흘러간다.
유리 정원을 뚫고 들어오는 희미한 별빛만 보였다.
테케네 드그레:자네... 자네들, 무슨 짓을 한 게야?
이건 나와 아내의 역작이었다고! 아내를 위해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이란 말이다! 이렇게 하늘길이 쉽게, 아니, 아니... 하늘길을 건드린다고? 너희를 부추긴 것은 나지, 시스템이 아니란 말이다!
왜 나를 공격하지 않은 거지? 왜, 왜 나를 죽이지 않은 거지? (테케네 드그레는 식탁 위를 내리쳤다. 분노와 당황이 함께 섞여 나왔다.) 그 분노를 받아야 할 대상은 나인데... ...
빠르게 무엇인가를 새로 계산하려는 것처럼 홀로그램 패널을 끌어오려 했다.
그때 내부의 조명이 은은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글프도록 빛나는 열대의 달이 조명처럼 돔 내부를 비추었다.
거대한 스크린이 장막처럼 펼쳐져 내려오고 있었다.
옆에서 누군가 주르르 쓰러져 앉는 것이 느껴졌다.
테케네의 아내:안녕, 테케네. 이 프로토콜이 실행되었다는 건, 당신의 ‘계획’ 중 하나가 심각하게 틀어졌다는 뜻이 되겠지.
멋쩍게 손을 흔든 그녀는 오래된 영상 속에서 말을 이었다.
테케네의 아내:이 프로토콜을 숨겨 놓느라 아주 고생을 했어. 당신이 개발 중인 하늘길 시스템 안에서 이 흔적을 발견해선 안 되니까. 오로지 당신의 맥박, 당신의 말, 당신의 감정에만 반응하도록 꽁꽁 감춰 두었지.
당신은 어쩌면 평생 이 영상을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본다는 가정 하에 말하고 있으니까, 내 소감을 이야기할게.
…굉장히 기뻐! 당신 계획이 망가졌다는 거잖아.
야윈 얼굴을 하고도 어린 소녀처럼 빛나는 눈은 유리 구슬만 같았다.
테케네의 아내:테케네, 나는 줄곧 말하고 싶었어.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계획대로 되는 일일까? 모집단이 어느 정도의 숫자를 유지하면 통계를 통해 계산해낼 수 있다는 당신의 장담은 올바른 일일까?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대체 어떤 개념일까?
(아니, 동조를 안 했으면 말리면 되잖아...?)
테케네의 아내:나는 당신을 알아. 아마 내가 당신보다 먼저 떠나리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대신 내가 바랐던 싸움 없고 평화로운 세상을 나 대신 ‘구현’ 해 놓으려는 작정인 거지. 당신은 나의 구현자니까……. 그런다면 내가 죽어 사라진 후에도 나의 의지는 세상에 남을 테니까.
그것 외에는 관심이 없고, 내가 없으면 행복할 수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게 당신의 예상이지. 당신은 당신 자신까지도 계산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테케네, 나는 당신이 그저 자유 의지로써 살아갔으면 좋겠어. 인류의 먼 미래 같은 것은 놓아두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그걸 그저 지켜보면 좋겠어. 그러다 보면 아침이 밝고, 새소리가 지저귀고,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면서 맑은 물이 다시 흘러올 거야. 나는 살아서 다시 볼 수 없었던 지구의 새 아침을 당신은 맞이할 수 있을 거야.
살아가려는 의지만 있으면 어디든 에덴이 될 수 있어.
이 세상에 살아 있으니까 말이야.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는 어디든 있는 법이잖아?
병색이 완연한 뺨에 홍조가 돌자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테케네의 아내:내 마지막 부탁이야. 별돌은 제자리에 돌려놓아 줘.
그리고… 이 영상을 다른 사람이 같이 보고 있다면.
마치 화면 바깥을 보듯 여자는 시선을 살짝 돌려 정확하게
당신을 바라보았다.
테케네의 아내:왼쪽 복도로 내려가면 지하 서버실과 연결돼요. 메인 컴퓨터에 내가 설정해 둔 코드를 입력하면 하늘길 시스템은 즉시 가동을 완전히 멈추고 공영방송사로 이 시스템이 시민들을 어떻게 감시해 왔는지 폭로하도록 되어 있죠. 필요하다면 사용하도록 하세요.
코드는, 이미 당신이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 후에 시선은 다시 테케네에게로 옮겨 갔다.
테케네의 아내:안녕, 여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그러니 당신은 당신이 세워 둔 계산과 계획, 예상과 예측, 예언과 실현을 벗어나 똑바르지 않은 길로 가기를 바라.
메건 J. 울프:(이런 걸 갖춰두고, ... 애초에 왜 폭로하지 않은 거냐고. 건조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다가) 그럼, ... 마무리 지으러 가자.
니샤 카우르:... ... 그래. 끝을 보자. (그대로 당신 손을 잡고 지하로 내려갔다. ...)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 국적인들을 ‘국민’ 이 아니라 ‘시민’ 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이 이성적인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진 현대인들에 의해
지극히 공화적인 절차를 밟아 주체적으로 건국된 나라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노노이 라가힛의 형이 총을 쥔 채 장벽 너머의 크리쳐에게 격발하고 있었다.
스와콥문트 성벽 바로 앞까지 도달한 해방군 속에선,
릴리안 웨즐리가 해방군의 깃발을 쥔 채 성가퀴 아래를 달리며 핏물 섞인 고함을 내질렀다.
다카르 시장은 죽어 가는 아이를 살리려 손수 환자를 업고 병원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카사블랑카 시민들은 이 전선의 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활자 너머에서 실로 살아 있는 존재가 되어 계속된다.
두 사람은 흰 벽돌로 짠 길을 밟아 내려가 지하로 향한다.
마치 몇해 전 방위사령부처럼 거대한 서버실 안에,
점점이 빛나는 항성처럼 메인 컴퓨터는 액정을 꺼트리지 않고 ‘최후의 질문’ 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간 기다리자 퍼센테이지가 올라가더니 100%에 달했다.
소란스러운 별들이, 무수히 찬란한 지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테케네는 어디론가 사라진 것인지 보이지 않고,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분수대 위에 별돌이라는 것이 고요히 놓여 있었다.
황금빛 쇠사슬이 철컹거리며 벗겨져 나가고 있었다.
아까는 보이지 않았다가 이제 석판 뚜껑이 열려 드러난 것 같은 일곱 개의 빈틈이 보였다.
메건 J. 울프:(여기 꽂을만한 거라곤, ... 별돌? 깨지지 않게 들어 맞춰본다.)
눈이 멀 것처럼 환한 빛이 폭발하여 하늘로 솟아 올랐다.
옅은 남색과 섞인 빛이 몰아닥쳤다 빠져 나가는 썰물 같이 도시를 뒤덮었다.
스와콥문트 성벽에서 잠시 멈췄다가 이내 도로 흘러 내려가 사막까지 닿았다.
빛의 물결이 닿는 곳마다 마른 모래에 습기가 젖어들고,
두 사람을 안내하듯 바다 방향으로 타라미러꽃이 무수히 피어 나가기 시작했다.
스와콥문트 성벽 안은 도시라기보다는 마을 규모 크기라, 서쪽 벽까지는 금방이었다.
오염되고 낡아 언제라도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거친 먼지가 아니라,
부드러운 백사장과 연푸른 바다가 맞닿아 은청색 파도와 물방울을 꽃처럼 틔우고 있었다.
감미로운 볕이 피부를 적시고, 발목을 데우는 바닷물이
고요하고 우묵한 소음을 내면서 우리를 간지럽힌다.
메건 J. 울프:... (약간 네 눈치를 보다가, 군화를 주섬주섬 벗었다.)
...신발 젖으니까...?
니샤 카우르:(눈치 보는 당신 보고 그제야 웃었다.) 그래, 돌아가는 길은 축축하면 안 되니까.
(따라 신발을 벗고, 바다로 걸어갔다. 파도를 밟고, 발가락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나가는 바다를 느끼고...)
... (잠시 망설이다가 손으로 네쪽에 뿌려본다.)
(당신 노려보곤 당신 쪽으로 물 크게 뿌린다.)
메건 J. 울프:(무력하게도 아니고 그냥 퍼맞는다.)
잠, 잠깐만, 이거...
눈 엄청 매워... (눈물이 찔끔 새어나온다. 당연히 바닷물을 만져 소금기가 스민 손으로 닦아봤자...) ...
(그럼에도 웃음이 비식, 하고.)
(건조하고, 움츠려있던 얼굴에 새어나오고 만다.) 너무 매워...
니샤 카우르:바다는 소금물이라잖아. (아하, 아하하.) 바보 같아. (본인도 바보 같이 헤실거리며 잘도 말한다.)
(... 그리고 바닷물 조금 더 튀겼다.)
메건 J. 울프:(질질 울고 만다.) 아, ... (그럼에도 웃음이 얼굴에 만연할 수밖에.)
윤슬이 반짝이는 수면은 박명이 내릴 때 금가루를 뿌려 녹인 보석처럼 변했다.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있자니 해의 궤적을 따라 점점 느긋한 에메랄드 빛으로 바뀌었다.
실크 같은 해변은 막 타오르다 꺼진 잉걸불처럼 무심하게 반짝이더니,
이윽고 태양을 온전히 수평선 위까지 잡아당겨 꺼냈다.
마치 우리를 발견되지 않은 땅으로 부르는 이정표 같았다…….
극지보다 싸늘한 절망 위를 날다 불시착한 사람들처럼 어리둥절해지게 된다.
다카르에 갑작스럽게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이야기,
크리처들이 햇살 맞은 먼지처럼 타올라 사라진 이야기,
혼란스럽게 소식을 모으고 있는 요한과 해방군,
카사블랑카에 돌연 보도되기 시작한 독재 정부에 관한 소식…….
푸르고 흰 것만이 가득한 세상에 오로지 둘로써 서 있었다.
살기 위해 두드린 세상의 성벽이 결국 한금 부서지고,
비단이나 성기게 짠 그물 사이로 반짝여 들어오는 별빛처럼 태양이 산란했다.
산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 삶은 예언서에 적힌 한 줄짜리 운명 따위가 아니다.
어떻게든 발버둥쳐 살아남아서, 가슴 안에 품은 것들을 말하고,
닫히지 않는 입술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발로 달려 나가길 원했다.
지금 비로소 살아남았으므로 우리는 어떤 별종이 사람의 의지를 감히 계산하려 했고,
수많은 비극의 철로를 깔아 인간의 역사를 주무르려 했다고 증언할 수 있다.
우리를 공격하고 비난하고 억눌렀던 어떤 것에 대해 고함칠 수 있다.
감히 남이 간섭하거나 계산하거나, 주사위 놀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나만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다.
테케네 드그레의 주장과 달리 모든 선택은 스스로 한 것이다.
예언자 따위는 예측할 수도, 계산할 수도, 설계할 수도 없다.
인간은 모형 정원에 들어간 이끼 따위가 아니다.
메건 J. 울프:(둘 다 축축하니, 이제는 웃다 못해 지쳐 중앙에 떠오른 해를 곤히 올려다보다 물었다.)
그, 있잖아.
은퇴할래? ...아니. 그, ...
...
바다 말고, 다른 곳도, ...
...가보지 않을래?
가자, 어디든.
살아있는 한 갈 수 없는 곳은 없으니까.
메건 J. 울프:...
같... 이. (말하다 삐끗했다.)
... (맨날 그래서 이제 민망하지도 않다.) 가자. (발목을 간지럽히는 황금색의 물을 뒤로하고, 모래사장에 네개, 여덟개, ... 두사람 분의 발자국을 찍는다.)